남자 축구 국가대표 챔피언 독일이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결정적인 슈퍼 세이브 덕분에 한숨을 돌리고 조 1위로 올라섰다. 마리오 괴체는 골대 불운을 떨쳐 버리고 멀티 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쳤다.
요아힘 뢰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독일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5일 오전 3시 45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콤머츠방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6 UEFA(유럽축구연맹) 유럽축구선수권대회(EURO) 예선 D조 폴란드와의 홈 경기에서 3-1로 이겨 5승 1무 1패(16점, 19득점 5실점)의 기록으로 폴란드를 승점 2점 차이로 따돌렸다.
레반도프스키 앞에서 흔들렸지만 괴체 덕분에 고비 넘다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세계 챔피언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독일은 이 경기 전까지 폴란드에게 승점 1점 차이로 선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이에 이번 경기가 지난해 10월 11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폴란드와의 원정 경기 0-2 패배의 불편한 기억을 지우고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독일은 비교적 이른 시간에 측면에서 공격의 물꼬를 트면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왼쪽 풀백 헥터를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한 효과였다. 12분, 간판 골잡이 토마스 뮐러의 선취골이 터졌다. 손흥민의 전 동료 벨라라비(레버쿠젠)가 헥터에게 밀어준 공이 곧바로 뮐러 앞으로 굴러왔고 이를 놓칠 뮐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7분 뒤 독일 선수들은 다시 한 번 활짝 웃었다. 왼쪽 옆줄 가까운 곳에서 헥터가 밀어준 공을 받은 마리오 괴체가 낮게 깔리는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폴란드 골문 왼쪽 구석을 제대로 노린 것이었다. 기성용의 팀 동료 골키퍼 파비안스키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소용 없는 골이었다.
그러나 독일로서는 안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상대 팀 폴란드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독일 선수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실력자이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독일은 전반전 후반부에 레반도프스키에게 혼쭐이 나고 말았다.
37분에 만회골이 나왔다. 폴란드의 역습 과정에서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그로시츠키가 감각적인 오른발 아웃사이드 크로스를 정확하게 올려주었고 레반도프스키가 본능적인 골 감각을 뽐내며 몸을 날려 헤더 만회골을 성공했다.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도 막아낼 수 없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흔들린 독일은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도로 아미타불'을 외칠 뻔했다. 바이에른 뮌헨 소속의 두 선수가 운명의 외나무 다리에서 다시 한 번 부딪쳤기 때문이다. 전반전 추가 시간에 마누엘 노이어가 잘못 차 올린 공이 곧바로 폴란드의 역습으로 되돌아왔다. 오프 사이드 함정을 기막히게 벗겨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이 동점골 기회에서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는데 마누엘 노이어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노이어가 병 주고 약까지 처방한 셈이었다.
네덜란드, 예선 탈락 위기이처럼 동점골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독일은 후반전에 벨라라비 대신 귄도간을 들여보내며 중원의 안정을 꾀했다. 57분에 마리오 괴체의 오른발 감아 차기가 결정적인 추가골로 이어지는 듯 보였지만 오른쪽 기둥을 때리고 나가는 불운이었다.
여기서 포기하지 않은 마리오 괴체는 82분에 귀중한 쐐기골을 터뜨리며 한 번 더 활짝 웃었다. 토마스 뮐러의 중거리슛이 폴란드 골키퍼 파비안스키 다리에 맞고 떨어지자 달려들어가서 왼발 밀어넣기를 침착하게 성공한 것이었다.
덕분에 독일은 승점 2점 차 1위 자리에 올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세 경기를 통해 본선 진출 조건인 조 2위 이상의 자리를 지키는 숙제만 남은 것이다. 오는 오는 8일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4위 스코틀랜드와의 원정 경기를 준비하게 된다.
한편, 이보다 하루 먼저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A조 예선 경기에서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전통 강호 네덜란드가 예선 탈락 위기에 놓였다. 아이슬란드에게 0-1로 패한 것이다. 홈팬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것이라 더욱 고개를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이어받은 다니 블린트 감독은 네덜란드를 벼랑 끝에서 구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조별 예선에서 최소 3위 자리를 지켜내야 플레이오프에서 막차를 타고 프랑스에 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 자리마저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네덜란드는 2위 체코 공화국에 비해 승점 6점이 뒤진 상태로 3위 자리를 간신히 지키고 있는데 바로 뒤에 터키가 승점 1점 차이로 네덜란드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 더 걱정이다. 바로 그 터키와 네덜란드가 7일 오전 1시(한국 시각) 터키 콘야에서 한판 승부를 펼친다. 결승전 만큼 재미있는 '3위 결정전'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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