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5위 전쟁에 또 한 번 지각 변동이 일어난 하루였다. 앞서 가던 한화는 다시 불펜 난조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 틈을 타 롯데가 기아와의 맞대결 포함 최근 4연승의 파죽지세로 마침내 승차를 모두 지우며 순위를 두 계단이나 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현재 공동 5위는 롯데와 한화로 두 팀은 나란히 122경기를 치러 58승 64패. 승률 4할 7푼 5리 동률을 이뤘다. 그 밑에서 2게임을 덜 치른 기아가 57승 63패로 7위를 기록 중이지만 두 팀과의 승차는 없다. 8위 SK도 지난 4일 경기에서 삼성을 제압하며 일단 가을 야구의 희망을 이어갔다.

한화-기아-SK의 갈짓자 행보

순위 경쟁이 안갯속으로 빠져든 것은 선행 주자들이 누구 하나 확실하게 치고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로 꼽히던 한화-기아-SK가 후반기 들어 갈짓자(之)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중위권 팀들이 모두 5할대를 훨씬 밑도는 승률에 그치며 5위 전쟁의 커트라인도 많이 낮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누가 가을 야구에 나가더라도 역대 최저승률 포스트 시즌 진출팀(종전 기록은 2001년 한화, 당시 승률 4할 7푼 3리 61승 68패 4무)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때 5위 전쟁에서 다소 멀어진 것처럼 보이던 롯데가 다시 치고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경쟁 팀들의 자중지란에서 비롯됐다. 롯데만 해도 불과 지난 주 막판 3연패의 부진에 허덕이며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 팀들이 도망가지 못하고 주춤한 틈을 타 9월의 시작과 동시에 kt와 기아를 잇달아 연파하고 흐름을 바꿨다.

롯데에게 kt전 승리가 반전의 기폭제가 된 것은 바로 kt가 그동안 중위권 팀들에게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이며 '고춧가루' 부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8월에만 kt는 SK-기아-롯데-한화 등 중위권 4팀과의 맞대결에서 10승 6패로 강했다. kt전 맞대결 결과에 따라 5위가 바뀐 경우만 세 차례나 있었다.

롯데는 지난 1일 kt와 접전 끝에 6-5로 역전승을 거뒀고 2일에는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의 역투에 힘입어 다시 5-1로 완승했다. 이어 최근 부진에 빠진 기아와의 맞대결까지 쓸어담았다. 4일 경기에서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기아 타선을 8이닝 1실점으로 틀어막은 게 주효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제몫을 해주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 받던 불펜도 9월 들어 4경기에서 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안정세로 돌아섰다.

롯데는 8월 이후 성적이 13승 14패다. 5할에 못미치는 승률이지만 같은 5위권인 한화-SK(이상 10승 19패), KIA(12승 15패)보다는 나은 성적이다. 경쟁 팀들의 부진 덕에 얻은 반사이익과, 8월 이후 3할대에 이르는 팀 타율의 폭발력을 앞세워 기적같은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화와 기아의 최근 부진은 심각하다. 한화는 최근 3연패 동안 믿었던 필승조가 무너졌다. 권혁이 이틀 연속 패전 투수가 된 데 이어, 4일 넥센전에서는 배영수와 김민우가 8회 흔들리면서 전날에 이어 2연속 역전패를 당했다.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진의 과부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서 홈 주루사가 두 번이나 나온 것도 아쉬운 부분. 특히 6-5로 뒤진 9회 2사 1루에서 폭스가 좌익선상 깊숙한 2루타를 터뜨렸으나 대주자 송주호가 무리하게 홈까지 파고들다 아웃을 당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한화는 올 시즌 넥센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4승 9패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는 최근 10경기에서 단 2승에 그쳤다. 지난 2일 한화 전에서 양현종과 윤석민을 조기투입하는 강수를 불사하며 6연패 사슬을 끊었지만 또다시 2연패에 빠졌다. 상대가 바로 5강 경쟁 팀인 롯데였기에 더 뼈아팠다. 타선이 좀처럼 극도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최근 수비 실수까지 겹치며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의 역투로 삼성을 제압하고 5연패 수렁에서 일단 벗어났다. 지난 8월 29일 kt전에서 8실점 난조로 연패의 빌미를 제공했던 김광현은 삼성 전에서 8이닝 1실점의 속죄투로 자신에게 시작된 연패를 끊고 12승째(3패)를 신고했다.

5위권과의 격차는 불과 1.5게임으로 SK도 아직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은 충분히 열려 있다. 다만 좀처럼 필요할 때 득점을 뽑아주지 못하는 타선과 주축 선수들의 끊임없는 부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물리고 물리는 천적 5강 경쟁

현재로서는 최대 네 팀이 모두 가을 잔치에 대한 확률이 열려 있어 전망은 예측불허다. 팀간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맞대결 전적에서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5강 경쟁팀 간 물리고 물리는 천적 관계도 흥미롭다. 기아는 SK(8승 4패)와 한화(8승 6패)에 강했지만 롯데(5승 9패)에 유난히 약했고, 반면 롯데는 기아(9승 5패)에게 매우 강했지만 SK(5승 8패)에는 약했다. 한화는 SK-롯데(이상 7승 7패)와는 대등했으나 기아(6승 8패)에게만 상대 전적에서 열세를 기록 중이다.

SK는 롯데(8승 5패)에 강하고 기아(4승 8패)에 약했으며 한화(7승 7패)와는 대등했다. 4팀간 상대 전적 총합이 가장 좋은 팀은 기아로 21승 19패이며, 롯데가 21승 20패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화는 20승 22패, SK는 19승 20패로 다소 열세를 기록 중이다.

5강 경쟁팀과 잔여 경기는 SK가 가장 많은 9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며, 기아가 8경기, 롯데가 7경기, 한화가 가장 적은 6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점점 혼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을 막차 티켓 전쟁의 최종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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