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미드필더 구자철이 최근 아우크스부르크 이적을 확정했다. 이미 지동원과 홍정호를 보유하고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에 구자철까지 가세하면서 사상 최초로 세 명의 한국인 선수가 한 팀에서 뛰게 됐다. 구자철은 이미 2011-2012시즌부터 아우크스부크에서 두 시즌 동안 임대로 활약한 경험이 있어 친숙하다.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독일에서 대표적인 '지한파' 구단이다. 2011년 구자철을 시작으로 매년 한국인 선수를 꾸준히 영입하며 꾸준히 재미를 보고 있다. 2011-2012시즌에는 구자철, 이듬해는 지동원의 활약에 힘 입어 2년 연속 1부리그 잔류 경쟁에 성공하며 '생존왕'이라는 닉네임을 얻기도 했다. 2014-2015시즌에는 리그 5위까지 도약하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있다. 최근 국내 축구팬에게는 풀네임보다 '아욱국'이라는 친근한 애칭이 자리 잡았다.

구자철과 지동원 역시 모두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서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다. 2013년에는 홍정호가 아우크스부르크에 입단하며 중앙 수비수로서는 최초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사실상 '분데스리가 속 태극 전사들의 작은 베이스캠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한국인 선수에 대한 활용법에 능숙하다는 평가다. 독일 무대에서 구자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능력을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 바로 바인지를 감독이다. 지난 시즌 지동원이 극도의 부진에 빠졌음에도 꾸준히 기회를 주는가 하면, 아시아 출신 중앙 수비수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올 시즌 홍정호를 주전으로 도약케 하는 등 한국인 선수에 대한 신뢰도 두텁다. 이번 구자철의 완전 이적도 바인지를 감독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철과 지동원의 아쉬운 실력 발휘

세 선수 간 호흡이나 적응 문제는 새삼 논할 필요가 없다. 세 선수는 이미 청소년대표팀부터 올림픽팀과 국가대표팀을 거치며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왔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이미 임대로 두 시즌을 활약해 본 경험이 있기에 팀 분위기도 낯설지 않다. 머나먼 타지에서 언어와 공감대가 통하는 동료가 여럿 있다는 것만큼 든든한 의지가 되는 부분도 없다. 홍정호가 수비하고 구자철이 패스하여 지동원이 골을 넣는 장면을 보는 것도 이제 꿈이 아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세 선수가 아우스크부르크에서 다시 뭉치게 된 과정을 생각하면, 마냥 반가워할 상황만은 아니다. 현재 아우크스부르크 1군에서 안정적 입지를 확보한 선수는 홍정호 뿐이다. 2013년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이후 초반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홍정호는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조금씩 출전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하더니, 올 시즌에는 칼센 브라커를 제치고 당당히 주전 수비수로 올라섰다.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로 한 번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린 케이스다.

반면 구자철과 지동원은 홍정호보다 훨씬 앞서 유럽 무대에 진출했지만,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이던 1~2년을 제외하면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와 마인츠, 지동원은 잉글랜드 선덜랜드와 도르트문트 등 명문 팀들을 거쳤으나 가는 곳마다 번번이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좀처럼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여러 포지션을 전전하는가 하면,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동원은 지난 시즌 후반기 아우스크부르크로 완전 이적한 이후 꾸준한 출장 기회에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올 시즌 초반에는 아우크스부르크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다소 밀려난 모양새다.

지동원과 마찬가지로 구자철에게도 아우크스부르크로의 귀환이 냉정하게 말해 금의환향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아우크스부르크가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볼프스부르크나 선덜랜드, 도르트문트 같은 명문 클럽들과는 위상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차피 두 선수 모두 전 소속 팀에서 어차피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있던 처지였다. 몇 년간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된 느낌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비슷한 세대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이나 손흥민(토트넘), 박주호(도르트문트)등이 몇 년 사이에 꾸준히 주가를 높이며 어느덧 빅리그에서도 인정받는 거물급 선수들로 성장한 것과 비교할 때 구자철-지동원의 기량이나 현재 위상이 아쉬운 부분이다.

더구나 국가대표팀에서도 이들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만 해도 이들은 홍명보 호의 주축이자 부동의 주전으로 분류되던 멤버들이지만, 슈틸리케 호 출범 이후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홍정호와 구자철도 포지션에 쟁쟁한 경쟁자들이 늘어나며 긴장해야 할 처지고, 지동원은 아예 대표팀에 부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에서 꾸준히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며 국내파와 유럽파를 가리지 않는 무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기존 선수도 유럽파라는 허울 좋은 이름 값에서 벗어나 위기 의식을 느껴야 할 대목이다.

그나마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상대적으로 충분한 기회가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호재다.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시절에는 사실상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미 2012-2013시즌 임대 시절에 환상의 파트너로 좋은 호흡을 보여준 구자철의 가세로, 슬럼프에 위축돼 있던 지동원까지 살아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만일 확실한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들의 유럽 무대 경력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다. 한국인 3인방 모두 아우스크부르크에서 선수로서 확실한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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