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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휴먼 정치드라마 <어셈블리> 화면캡쳐
 KBS 휴먼 정치드라마 <어셈블리> 화면캡쳐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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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방영된 KBS 수목드라마 '어셈블리'는 진상필(정재영 분) 의원의 필리버스터(filibuster) 열연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극중 주인공인 진상필 의원은 비리백화점인 국무총리 후보의 임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당 지도부의 결정을 반대하며 합법적 의사진행방해권인 필리버스터를 활용했다. 무려 25시간 동안 총리임명의 부당함을 지적했고 때론 유행가도 부르면서 결국 본회의 표결을 막았다.

진 의원의 명대사도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의제와는 상관없는 발언으로 동료의원들의 질타를 받을 때 딸의 학교에서 들려주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며 학생들이 메모지에 정성스레 썼던 민원들을 읽어 나갔다.

"의원님, 저희 아빠는 간이 안 좋아서 얼굴이 갈수록 까매집니다. 제발 야근 좀 없애주세요."
"엄마가 마트 나간 뒤 신경질이 많아 졌어요. 손님들이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맨날 면접에서 떨어지고 취직이 안 돼요." 등등...

진 의원은 국무총리 후보의 병역비리, 위장전입, 부당거래 의혹 등이 관행이라고 웃어 넘겼던 여당의 변명이야 말로 횡포라고 지적했다. 그러며 꼼수부리지 않고 떳떳하게 살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끝으로 자신의 발언이 국민을 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절실하게 바랄 것이라고 항변했다. 더불어 비리백화점 후보가 총리가 된다면 국민들은 단 1초도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호소했다.

1964년 4월 20일, 김대중 의원의 이유 있는 필리버스터

“우리가 구속 동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무덤을 파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을 형무소에 가두는 것과 같다”..당시 김대중 의원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발언을 이어 갔다. 그는 원고 없이 한ㆍ일 국교 수립 과정의 잘못된 점, 김준연 의원 구속의 부당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결국 구속동의안 처리는 무산됐다.
▲ 김대중 의원을 스타로 만들었던 명연설의 순간 “우리가 구속 동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무덤을 파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을 형무소에 가두는 것과 같다”..당시 김대중 의원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발언을 이어 갔다. 그는 원고 없이 한ㆍ일 국교 수립 과정의 잘못된 점, 김준연 의원 구속의 부당성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고, 결국 구속동의안 처리는 무산됐다.
ⓒ 김대중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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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의 역사를 따져보면 단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회자된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1964년 4월 20일, 제6대 국회 제41회 제19차 회의에서 당시 김대중 의원은 동료의원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서 5시간 19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당시 김준연 의원은 박정희 정권의 비자금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다 여당 의원들에 의해 구속동의안이 회부되었다. 이에 고 김대중 대통령은 구속동의의 부당함을 일일이 따졌고, 결국 동의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이밖에 국회 역사상 최장 필리버스터 사례로는 1969년 8월 29일 제7대 국회에서의 신민당 박한상 의원을 들 수 있다. 박 의원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제71회 회의에서 3선 개헌안을 저지하기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반대 토론을 진행했다. 그러나 박 의원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결국 3선 개헌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40년 만에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 부활

KBS 휴먼정치드라마 <어셈블리>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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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 ① 의원이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이 법의 다른 규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경우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하여야 한다.(2012년 4월 17일 국회선진화법 개정)

우리나라는 필리버스터가 명시적으로 규정된 적은 없었다. 단 제헌국회에서 제정한 국회법 제46조에 따라 발언시간 제한규정을 폐지하면서 사실상 필리버스터가 가능했다. 그러다 1973년에 와서 "의원의 발언시간은 45분을 초과할 수 없다(후략)"라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필리버스터는 사라졌다. 즉 국회에서 필리버스터가 가능했던 시기는 제헌국회부터 1973년까지로 볼 수 있다.

이후 40년이 지난 2012년 4월 17일에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운영위를 통과하면서 필리버스터가 다시 부활됐다. 

필리버스터 도입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했던 전진영 입법조사관(정치학 박사)은 "필리버스터를 허용하면 소수당에게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의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입법참여를 독려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진 조사관은 이어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입법갈등을 합법적이고 제도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의 확고한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필리버스터의 해외 사례로는 1957년 미국상원에서 민권법 심의과정에 참여했던 스트몸 써몬드 민주당 의원이 유명하다. 그는 당시 24시간 18분 동안 반대 연설을 펼쳐 화제가 됐다. 


태그:#필리버스터, #의사진행방해, #김대중 대통령, #국회, #어셈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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