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포스터

지난 19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 포스터 ⓒ JTBC


지난 19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이하 <슈가맨을 찾아서>)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서 영감을 얻은 프로그램이다. 한 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어느 순간 잊힌 가수를 찾고, 또 그 가수를 찾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2015년 흐름에 맞게 음악을 새롭게 편곡해 소개하는 그것이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이 유독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뮤지션 로드리게스의 사라진 행적을 추적했다면, <슈가맨을 찾아서>의 제작진이 원하는 슈가맨은 '원히트 원더'(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이다. 그리고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원히트 원더를 찾아내는데 성공을 거둔다.

<슈가맨을 찾아서>에서 첫 공개된 슈가맨 김준선과 박준희는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로드리게스와 달리, 그들이 활동하던 시절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회자된 가수들이었다. 각각 '아라비안 나이트', '눈 감아봐도'로 활동하던 전성기 때처럼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을 뿐. 김준선과 박준희는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고, 근황이 매스컴에 보도되기도 했다. 다만 대중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힌 것뿐이었다.

1990년대 초반 잠깐 반짝하고 사라진 가수들을 위주로 슈가맨을 찾다보니, <슈가맨을 찾아서>는 자연스럽게도 슈가맨들의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었던 세대들이 중심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는 199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타들로 무대가 채워져, 당시 직접 그 노래를 향유하지 않은 세대들도 즐길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슈가맨을 찾아서>는 그야말로 1990년대 초반 대중음악을 몸으로 경험한 세대들을 위한 맞춤옷이었다.

첫 방송 아쉬움...그럼에도 기대할 수 있는 이유

 지난 19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찾아서> 한 장면

지난 19일 방영한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찾아서> 한 장면 ⓒ JTBC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 박준희의 '눈 감아봐도'를 기억하든 아니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가수가 다시 무대에 올라 예전 히트곡을 열창하는 모습은 충분히 감동이었다. 슈가맨을 찾는 과정도 KBS 인기 프로였던 <TV는 사랑을 싣고>의 설정을 빌려온 듯 보여, 그 방송을 즐겨본 이들에겐 제법 추억 돋게 한 콘셉트기도 했다.

또한 중장년층과 달리 슈가맨을 전혀 기억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젊은 시청자들을 위해 요즘 가장 핫한 프로듀서라는 신사동호랭이와 신혁을 등장시키고, 아이돌을 포함한 젊은 가수들을 빌려 199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하는 코너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 중 하나다.

하지만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추억 찾기 방송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슈가맨을 찾아서>가 안겨준 감흥은 슈가맨이 무대에 등장해 자신의 옛 노래를 부르는 장면까지였다. 한 회에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야심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토토가>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반항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히 추억 찾기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향수를 최대한 자극하기 위해 <토토가> 무대에 올라선 가수들은 원곡은 물론이고 과거 무대 매너까지 똑같이 재연했다. 촌스럽게 보일 수도 있었지만, 1990년대를 거쳐 간 사람들이 가수들과 함께 잠시나마 아련한 추억에 빠질 수 있게 한 신의 한수였던 셈이다.

그러나 <슈가맨을 찾아서>는 잊힌 가수를 다시 소환해내는 감동을 그리 오래 주지 못한다. 오랜만에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슈가맨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때는 등장과 함께 그들의 옛 노래를 부르는 것, 과거 그들이 얼마나 잘나갔는지를 증명하는 토크에서뿐이다. 프로그램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슈가맨들이 아닌, 그들의 노래를 섹시버전으로 재탄생시킨 EXID 하니와 걸스데이 소진이었다.

<토토가>, 그리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수십 년 만에 다 큰 어린이 친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난 김영만이 화제가 된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과 함께 웃고 웃었던 세대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었다.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우여곡절 끝에 수 십년 간 자신의 노래를 사랑해준 팬들 앞에 처음으로 선 슈가맨의 등장이었다. 허나 보다 많은 볼거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슈가맨을 찾아서>는 추억 찾기의 아련함 대신 아이돌의 아찔한 섹시댄스만 남은 정체불명의 쇼로 전락해버렸다.

아직 방송 분량이 남아있는 만큼 <슈가맨을 찾아서>의 가능성에 대해서 속단하기는 어렵다. 분명, <슈가맨을 찾아서>는 <토토가>, <마이리틀텔레비전>의 김영만이 그랬듯이 가끔 90년대 향수에 젖고 싶은 30-40대 시청자, 그리고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차라리, 슈가맨들이 홀로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는 시간을 없애는 대신, 원곡을 최대한 살리는 선에서 슈가맨과 모든 출연진들이 함께 어우러진 무대를 꾸며보는 건 어떨까. 첫 회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는 좀 더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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