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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세월호 하루 밥집입니다."

입구에서부터 노란 앞치마를 입은 사람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조그만 가게 안은 손님들만큼이나 앞치마 입은 직원이 많아 보였다. 게다가 왠지 조금 어설퍼 보이기도 했다. 바로 지난 16일, 대구 북구 국우동에서 한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식당 '삼백한우뼈탕'의 풍경이다.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하루밥집이 열리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입구에 걸린 현수막이 하루밥집이 열리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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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당은 원래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협동조합 식당으로 출발한 지 두 달 남짓 됐는데 일요일 장사는 처음이다. 실은 이날 하루 이들 노란 앞치마를 한 사람들이 가게를 통째로 빌렸다. 이들은 바로 세월호 대구대책위 북구모임 소속 주민들이다.

오는 28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500일이다.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처럼 진상규명도 진척이 없고 인양조차 얼마나 걸릴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살아남았다는 가책으로 여전히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세월호에 함께 타고 있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다. 누구보다 따뜻한 보살핌 속에 있어야 할 이 아이들이 정작 함께 모여 쉴 곳조차 없다는 소식에 이들을 돕기 위한 하루 밥집을 연 것이다.

하루 밥집을 돕기 위해 모임 동네 주민들이 미리 식사를 하고 있다
 하루 밥집을 돕기 위해 모임 동네 주민들이 미리 식사를 하고 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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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문을 연 이날 하루 밥집은 미리 티켓을 판매한 터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단위 손님, 잠시 들러 포장을 해가는 손님 모두가 들어와서는 서로 인사부터 나누고 식사를 한다. 입구에서는 세월호 인양촉구와 진상규명을 위한 인증샷 찍기 코너도 마련돼 인사를 나눈 손님들은 누구나 마련된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하루밥집이 열린 식당 내부 모습
 하루밥집이 열린 식당 내부 모습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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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모임 측에 따르면 사전 판매과정을 거쳐 이날 수거된 하루 밥집 티켓은 모두 210장이다. 1장에 1만 원에 팔았으니 매출이 210만 원인 셈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한 그릇 한 그릇 마다 동네 사람들의 정성이 모인 만큼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기도 하다.

이날 밥집의 모든 수익금은 안산 세월호 생존학생 쉼터인 A-teen에 전달될 예정이다. 장소와 음식준비를 도운 강북희망협동조합 삼백한우뼈탕 측에서도 판매금액에 비례해 수익금 일부를 후원금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날 하루 밥집의 메뉴는 무항생제 한우 뼈탕이었다.
 이날 하루 밥집의 메뉴는 무항생제 한우 뼈탕이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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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 학생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하자는 이야기가 최근 들어 구체화 되면서 A-teen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현재 안산시 측에서 학교 옆 공원부지 중 일부를 제공키로 했고, 그 외 설비나 집기류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

잠시 계산 해봐도 원가를 빼면, 이날 수익금은 사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의 정성이 모이고 있어 필요한 만큼 충분히 모금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물론 금액을 떠나 그 정성은 생존 학생들에게 더 큰 희망으로 전해질 것이다.

이날 하루 밥집에 이어 대구의 다른 지역에서는 같은 티켓을 이용할 수 있는 하루주점(동구)과 일일 찻집(달서구)도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이들 하루 가게들의 수익금도 함께 모아 안산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하루 작은 식당이 동네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하루 작은 식당이 동네 사람들로 가득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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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대구대책위 북구모임에서 활동 중인 대구북구시민연대 안은주 대표는 "세월호 참사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생존학생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a-teen후원밥집을 열게 됐다"라며 또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과 정성을 후원과 하루밥집 자원봉사로 보여주신 지역주민들께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마침 16일인 이날, 이제는 뉴스에서 세월호 이야기를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한 따뜻한 시간이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세월호, #하루밥집, #강북희망협동조합, #삼백한우뼈탕, #생존학생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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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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