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다이노스행사 고기 굽는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가 펼쳐지고있다.

▲ 고양다이노스행사 고기 굽는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물놀이가 펼쳐지고있다. ⓒ 강윤기


혁신적인 구단 운영과 마케팅을 통해 신흥 명문 팀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것은 바로 '퓨처스 리그'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야구계에서 퓨처스 리그는 단지 '2군'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운동하는 시설은 예전에 비하면 좋아졌다고 할 수 있으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며 관심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NC 다이노스는 무관심을 관심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획은 구체적으로 진행됐다. 포항(삼성 제2 홈구장)에서 더부살이를 하던 것에서 벗어나 경기도 고양시와의 MOU체결을 통해 NC의 미래를 고양에서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나아가서 NC 다이노스는 퓨처스 리그 팀 명칭을 고양 다이노스(前 NC다이노스 2군)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지역 밀착 마케팅을 시작했다. '우리 동네 야구단'으로 사랑받으며 커 나가기 위해, 관중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겠노라 공언했다.

그러나 '마케팅'에 대한 야구계의 시선은 차가웠다. 편견은 고양 다이노스가 넘어야 할 큰 벽이었다. "그래 봤자' NC 다이노스 2군 팀에 불과하다"  "냉정히 말해 2군 주말 경기에 돈을 내고 팬들이 찾아와 관람할 것 같지 않다" "야구장 밖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계획한다 해도 얼마나 호응하겠는가? 선수 육성에 방해만 될 뿐"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고양 다이노스의 첫 번째 특별 홈경기(특별홈경기: 구단 측이 준비한 이벤트가 있는 경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800명 이상의 팬들이 찾아 왔으며,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와 홈 팬들의 응원에 힘이 나는지 선수들의 플레이는 활력이 넘쳤다. 왁자지껄한 동네 야구장의 모습에 1군 경기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느꼈다.

어느덧 고양 다이노스는 17번째 특별 홈경기를 맞이했다. 지난 2일 마지막 특별 홈경기를 앞두고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을 찾은 기자는 구단 사무실에서 박종훈 본부장과 심보영 팀장을 만났다.

야구장에서 고기 굽는 냄새 퍼지는 '동네 야구단'

박종훈본부장                   지난 5월에 열렸던 한국 야구학회에서 강연을 하던 박종훈 본부장

▲ 박종훈본부장 지난 5월에 열렸던 한국 야구학회에서 강연을 하던 박종훈 본부장 ⓒ 강윤기


구단 사무실 밖은 한창 고양 다이노스의 '팬 감사의 날' 행사의 하나인 '고기 무제한 파티'가 진행되고 있었다.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지고 있는 야구장 한편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물놀이 풀과 물총이 준비되어 아이들은 땀을 흠뻑 흘리며 마음껏 뛰어놀고 있었다.

이런 이색적인 장면에 어색함을 느낀 기자에게 LG 트윈스 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고양 다이노스를 책임지고 있는 박종훈 본부장은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동네 야구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박 본부장에게 퓨처스리그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던 '특별 홈경기' 시도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 하는지 물었다.

"우리 고양 다이노스는 '우리 동네 야구단'으로서 시민과 함께하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퓨처스리그 팀의 독립적 운영으로 선수들의 자아를 높이겠다는 생각으로 출범했습니다. 창의적인 이태일 대표님의 아이디어와 심보영 팀장의 다양하고 과감한 프로모션을 통해 고양 시민들에게 우리 다이노스를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고, 예상보다 앞서는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점수를 매긴다면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본부장은 심호흡을 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올 시즌은 조명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주중 야간경기를 할 수 없었던 것, 메르스의 여파로 시민들을 고양 야구장으로 모실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또 우리 고양 다이노스의 생각이 퓨처스 리그에 녹아드는 속도가 느렸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2015년 고양 다이노스의 활동이 퓨처스 리그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여 주목을 받았고 또한, 다음 시즌에는 전체 홈경기를 프로모션 할 수 있도록 준비 시간을 가졌다는 것으로 위안으로 삼아야 할 듯합니다."

야구계의 신사로 불리는 박종훈 본부장은 고양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강연으로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그가 중점을 둔 부분은 어린이 팬들과의 소통이었다. 그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야구 강좌를 진행하면서 받은 인상을 기자에게 담담한 어조로 설명했다.

"생각보다 얕은 고양시의 야구 저변에 야구인으로서 큰 책임을 느꼈습니다. 생각의 폭을 넓혀보면 고양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야구 저변은 그리 깊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명의 어린이, 한 명의 야구 팬이라도 소중히 여김으로써 야구 강좌를 통해 야구 문화를 널리 알리고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야구가 프로 스포츠 중 가장 인기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폭염으로 인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야구장에서 3시간이 넘는 시간 응원을 한다는 것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심보영 사업팀 팀장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구만을 가지고 좋아하지 않는 분들을 모셔 올 수는 없기에 그에 따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올 시즌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2군이 뭘 할 수 있느냐?" 며 편견에 가득찬 시선도 우려가 됐습니다."

퓨처스 리그는 방송 중계가 되지 않다 보니 팬들의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고양의 새로운 도전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고양시의 팬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직접 고양 다이노스 사업팀에게 전달했다. SNS를 통한 댓글이 아니라 직접 직원들에게 "오늘 같은 경우는 이벤트가 좋았다." "혹은 오늘은 좀 별로였다"라고 말하는 등 구단과 함께 호흡하는 '시어머니' 팬들이 생겨난 것이다.

"경쟁상대는 술집, 노래방, 극장이다"

팬들이 많이 올수록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나들이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이 쾌적해야 여성 팬들과 어린이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화장실 앞에서 길게 늘어선 줄은 짜증을 유도하기가 쉽다. 그러나 현재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의 경우는 관람 목적이 아닌 훈련장으로 지어졌기에 화장실 뿐 아니라 기타 여러 가지 시설이 매우 열악한 편이다.

내년 시즌에 가장 먼저 개·보수 할 부분이 어디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본부장이 답했다.

"가장 먼저 신경 쓸 부분은 그물망 색깔을 바꾸는 겁니다. 그물망이 현재 초록색이다 보니 팬들이 관람하시기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또한, 조명탑 보수 또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산이 적어서 어려웠는데 내년 시즌에는 예산 집행을 할 수 있도록 검토 중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협소한 공간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다가 선수들의 동선과 겹치거나, 팬들이 몰려 혹시나 모를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점이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내년 시즌에도 가장 먼저 팬들의 안전부터 챙길 것입니다."

야구장 안에서의 팬들의 안전과 편의를 신경 쓰는 부분 또한 중요하지만, 기자가 퓨처스 리그 취재를 하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경기장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팬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기가 어렵다.

고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고 하지만 대화역에서 도보로 20분 이상 걸어야 한다. 이 폭염 속에서 20분 넘게 걸어서 외진 곳에 숨어 있는 야구장에 가기란 쉽지 않다. 야구장이 눈에 띄어야 팬들이' 아 지금 저기서 야구를 하고 있구나! 한번 들려볼까?' 라는 생각이 들 텐데 아쉽게도 지금은 숨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접근성'과 같이 미흡한 부분들은 프로야구가 다른 엔터테인먼트와 경쟁하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경쟁을 펼친 소감을 기자가 질문하자 심 팀장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경쟁 상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모든 엔터테인먼트랑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술집, 노래방, 극장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야구는 단순하게 스포츠로 남아있으면 돈을 벌지 못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팬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을지 매일매일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 구단이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구장 관중 동원을 통한 수익 창출 그리고 유니폼 등의 상품 판매, 경기장 구장 내 매점 수익, TV 방송 중계권, 광고권 수익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올 시즌 고양에서 수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부분을 묻자 심 팀장이 답했다.

"아무래도 티켓과 파트너십이었습니다. 유니폼의 경우는 수요 조사 차원에서 몇 벌 만 제작 했습니다. TV 중계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동네 야구단을 위해서 광고 자체를 동네 위주, 지역 사회 위주로 생각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 지역사회를 저인망 어선처럼 샅샅이 뒤졌습니다. 저희는 매출보다 의미 있는 체험이 먼저였습니다. 저희 고양 다이노스는 파트너와 관중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양 다이노스가 첫 야구장 경험이신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저희의 목표였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주중 야간경기 진행하는 것

팬들과함께 팬들에게 직접 선물을 받은 고양 다이노스 사업팀. 진정한 팬과 함께 호흡하는 소중한 장면이다.

▲ 팬들과함께 팬들에게 직접 선물을 받은 고양 다이노스 사업팀. 진정한 팬과 함께 호흡하는 소중한 장면이다. ⓒ 강윤기


여러 프로모션중 가장 잘된 프로모션을 묻자 심 팀장은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생각했던 것 중 머릿속에 생각 한대로 맞아떨어진 것은 지난 6월 13일과 14일에 열렸던 '유나네 자연의 숲 체험 프로모션'이었습니다. 이 업체가 야구장에서 프로모션을 할 만큼 큰 업체는 아닙니다. 주요 물품이 유정란이나 블루베리였습니다. 아쉽게 블루베리는 아직 수확 철이 아니어서 프로모션 당일 날에는 유정란을 이용한 쿠키와 계란빵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 후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심 팀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생각보다 호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님들이 야구장에 오셔서 체험하시고 주문을 하셨나 봐요. 그쪽(유나네 자연의 숲)에게는 홍보를 통해 좋은 혜택을 드렸고, 저희 고양 다이노스도 팬들이 오셔서 야구도 즐기고 좋은 아이템 체험도 하셨으니 서로 윈윈한 것입니다. 이런 것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내년 시즌 기자의 생각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구장 이름 변경이라고 말하자 심 팀장은 "구장 네이밍도 지금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구장 이름이 바뀌면 보다 더 마케팅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 고양 다이노스의 새로운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묻자 박 본부장과 심 팀장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다음 시즌에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주중 야간경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고양시에서 현재의 조명시설을 개선 혹은 재설치 해줘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야구는 많은 옵션에 의해서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많은 경기를 봐야만 즐길 수 있는 경기입니다. 경기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는 선수들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데 경기 수가 작으면 어려움이 있습니다."

박 본부장이 설명을 계속했다.

"선수 육성을 위해서도 야간 경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여름 더위 속에서 가장 더운 시간에 진행되는 경기는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경기가 아닌 태양과의 싸움밖에는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중 야간경기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심 팀장 또한 아쉬워했다.

"팬들의 경우도 진짜 끝까지 보고 싶은데 못 봐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5회 정도에 먼저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너무 덥고 찜통이기 때문에 앉아 있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드문드문 프로모션이 진행되어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속성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한계가 있습니다."

끝으로 박 본부장은 "내년 시즌에는 '우리 동네 야구단'으로서 야구장을 시민의 발걸음이 머무르는 곳으로 만들고, 고양 다이노스 선수들이 야구선수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새로운 육성 트렌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팬들에게 약속했다.

조명탑  현재의 조명탑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변화가 필요하다.

▲ 조명탑 현재의 조명탑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변화가 필요하다. ⓒ 강윤기


이미 NC 다이노스는 1군에 올라오기 전 2012년 홈 경기 56경기 중 7경기 우천취소를 제외하고 49경기를 했다. 11시에는 3경기, 13시에는 29경기 ,17시에는 7경기 ,18시30분에는 10경기를 했다. 이렇듯 다양한 시험을 한차례 했던 NC이기에 도전에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야구계가 조금만 절박하게 매달린다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러한 것은 안될 것이다.'라고 단언하며, 안 되는 이유를 일부러 찾는 느낌이 있다. 시대가 변했기에 우리의 야구 시각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지 야구를 하는 사람을 위한 것인지, 보는 사람들을 위한 야구인지에 대한 확고한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화관에서 배우들이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듯 야구 또한 팬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소통의 중요성을 아는 고양 다이노스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고양 다이노스를 통해 야구의 변방인 지역사회에 풀뿌리 야구가 뿌리를 내린다면, 야구를 통한 사회 공헌이라 할만하다. 가족 그리고 나아가 우리 고장, 고향을 하나로 이어주는 공놀이, '야구'가 조금씩 우리에게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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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다이노스 박종훈 심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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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U, 스포츠 야구 전문기자 , 강윤기의 야구 터치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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