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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최민희 의원이 지난 4일 성폭행 혐의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심학봉 의원의 의원직 사퇴·제명을 촉구하며 심 의원의 징계 요구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 새정치,심학봉 의원 징계안 제출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최민희 의원이 지난 4일 성폭행 혐의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심학봉 의원의 의원직 사퇴·제명을 촉구하며 심 의원의 징계 요구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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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 때문에 새누리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심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새누리당의 반복되는 성추문에도 날을 세우고 있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성폭행 혹은 성매매한 사건"이라며 "(심 의원이) 자진 사퇴해서 실추한 국회의 명예를 알아서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유승희 최고위원도 "여당의 성추문은 연중행사"라며 그간 새누리당의 성추행 관련 사건을 일일이 언급하기도 했다. 유 최고위원의 말마따나 새누리당에서는 사건 발생부터 처리 방식까지 똑같은 성추문이 '평행이론'처럼 반복되고 있다.

[평행이론①] 심학봉과 김형태, 자진 탈당=꼬리 자르기

2012년 3월 23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심학봉 후보(경북 구미갑)가 경북 구미 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12년 3월 23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심학봉 후보(경북 구미갑)가 경북 구미 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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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은 지난 3일 "더는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누리당을 떠나고자 한다"라며 당을 떠났다. 새누리당은 탈당 신고서를 곧바로 처리해, 심 의원은 아무런 자체 징계도 받지 않고 당을 떠났다(관련 기사 : '성폭행 혐의' 새누리당 의원, 징계 없이 탈당 처리).

3년 전, 김형태 전 의원의 성추문이 불거졌을 당시 대응도 이와 흡사한 방식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에 당선된 김 전 의원은 당시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 전 의원은 "당에 누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라며 역시 탈당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탈당 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새누리당 소속인 것처럼 활동했다. 그는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대선후보로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린다"라고 인사를 했다.

또 김 전 의원의 사무실에선 "박근혜 83.9% 득표로 대통령 후보 확정, 김형태 의원 남·울릉당원 대표로 박 후보 면담 축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지역 주민에게 보내기도 했다(관련 기사 : 박근혜, '성추행 논란 탈당' 김형태 의원 감싸기 하나).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김 전 의원의 성추문이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그를 '꼬리 자르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심 의원도 마찬가지다. 심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는 이상 '무늬만 무소속'으로 새누리당 소속처럼 의정활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심 의원을 무혐의 처리한 경찰 수사 결과를 방패 삼아 뒷짐만 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여성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라며 심 의원의 징계 요구안을 4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출했다.

[평행이론②] 심학봉-최연희, '재발 방지' 발언의 재발

경북 구미시 송정동에 있는 심학봉 국회의원의 사무실. 하지만 심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하루 뒤인 4일 모든 간판을 떼어냈다(아래 사진). 간판이 붙어있던 자리에 흔적만 남아 있다.
 경북 구미시 송정동에 있는 심학봉 국회의원의 사무실. 하지만 심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하루 뒤인 4일 모든 간판을 떼어냈다(아래 사진). 간판이 붙어있던 자리에 흔적만 남아 있다.
ⓒ 조정훈/구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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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 탈당에 대해 황진하 사무총장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심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자정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의 재발 방지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의 교훈을 워크숍과 의원총회에서 강조해 절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재발 방지' 약속에도 새누리당 성추문은 꾸준히 '재발'해왔다.

최연희 전 의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6년 2월 최연희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당직자들과 언론사 기자들과의 술자리에 이어진 노래방에서 최 사무총장이 함께 있던 <동아일보>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성추행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박근혜 대표는 여성단체 관계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 박근혜 "나도 피해자... 정신 바짝 차리겠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었다. 재발 방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심 의원의 성폭행 논란을 둘러싼 여당의 반응은 여전히 '재발 방지'를 되뇌는 것뿐이다. 또한, 최 전 의원은 탈당 이후 18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어 의원직을 유지한 바 있다. 지난 3일 경찰로부터 극비리에 소환돼 4일 '무혐의'를 받은 심 의원의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평행이론③] 심학봉과 서장원, 피해자에 회유 시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여성 의원들이 작성한 새누리당 성추행 일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여성 의원들이 작성한 새누리당 성추행 일지
ⓒ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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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피해 여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이 여성은 심 의원과 성관계를 한 것은 맞지만 '강압적 성폭행'은 아니었다고 애초 주장을 바꾸었다.

경찰은 이 여성이 진술 내용을 바꾸는 과정에서 심 의원이 회유·설득한 정황을 발견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달 24일 피해 여성이 신고한 이후 25일과 26일 사이에 제3자 중재로 심 의원과 피해자가 만났다"라며 "이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된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소속 서장원 포천시장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해 서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50대 여성을 성추행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피해 여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피해 여성이 명예훼손죄로 구속된 채 사건은 종결될 뻔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의 남편이 "서 시장 측이 합의금 수천만 원을 현금으로 주면서 거짓 진술을 해줄 것을 강요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는 반전됐다. 서 시장이 성추행 이후 금품으로 피해 여성을 회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 시장은 강제추행 및 무고 혐의로 지난 1월 구속됐다. 그는 지난 6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받았다.

심 의원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한 경찰은 단 한 차례의 조사만으로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심 의원이 피해 여성을 '금품으로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서장원 포천시장의 사례처럼 이번에도 '반전'이 생길지 주목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 임성현, 허우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22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심학봉, #성추행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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