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루> 포스터

영화 <하루> 포스터 ⓒ 알토미디어(주)


레자 미르카리미 감독의 영화 <하루>는 제목 그대로 이란의 한 택시기사가 하루 동안 겪게된 특별한 사건을 보여주는 영화다.

수많은 손님을 상대하는 직업임에도 불구, 특유의 무뚝뚝함과 냉정함으로 손님을 압도하는 유네스는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 세디예를 만나는 순간, 의외의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유네스를 변하게 한 세디예는 미혼모다. 유네스 또한 참전으로 인한 상처로 다리를 저는 성치 않은 몸이다. 하지만 혼외출산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이란에서 홀몸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유네스는 그녀를 도와주기로 한다. 하지만 세디예의 남편도 아니요, 그렇다고 친척도 보호자가 아닌 택시기사가 베푸는 호의는 뜻하지 않은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테헤란을 배경으로 흘러가던 영화는 세디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꽁꽁 감춰진 이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가정 폭력 혹은 성폭력 피해자로 보이는 세디예는 모든 비난과 책임을 홀로 감수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미혼모인 세디예와 그녀를 우연히 도와주는 유네스를 대하는 병원 사람들의 태도는 굉장히 사무적이면서도 폭력적이다. 형식적인 절차와 법만 존재할 뿐, 인권의 삼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보호는 거의 없다.
 영화 <하루> 한 장면

영화 <하루> 한 장면 ⓒ 알토미디어(주)


선의를 기반으로 한 친절이 오히려 독이 되어 다가올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불의를 알면서도 애써 눈을 감는다. 하지만 유네스는 늘 그랬듯이 침묵으로 부조리함한 세상을 대한다. 그가 행하는 침묵은 마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마디의 말 대신 직접 행동으로 옮기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변화를 꿈꾼다.

세디예가 처한 상황은 이란에 거주하는 한 개인만의 비극이 아니다. 이란은 여전히 미혼모에 관대한 나라가 아니며, 사회적 약자에게 가하는 물리적, 정신적 폭력이 만연하다. 유네스와 세디예가 사는 이란 사회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을 것 같았던 유네스의 오랜 침묵을 깬 날갯짓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도무지 희망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세상을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힘은 불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개개인의 용기와 정의감이다. 오는 8월 6일 개봉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 미디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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