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을 꿈꾸는 LG에게 더 이상 기회는 없는 것일까. 7월을 7승 12패로 마감하며 7월 승패 마진 -5로 기대보다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함께 경쟁하던 KIA가 후반기 시작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5위 경쟁에 뛰어든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2년 연속 기적이라는 키워드 속에서 말도 안 되는 드라마를 써 내려갔던 LG이지만 실낱같은 희망마저 희미해져가고 있다.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최소 열흘간 자리를 비우게 됐다.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야 하는데 시작조차 못한 셈이다.

LG 선수단 3년 연속 가을야구는 불가능한 것일까.

▲ LG 선수단 3년 연속 가을야구는 불가능한 것일까. ⓒ 유준상


9위에서 맴돌고 있는 LG, 지난해와 다른 점은

추격을 뒤늦게나마 시작했던 지난해 7월로 시간을 돌려보자. 당시 LG의 월간 성적은 13승 7패, 승률은 6할5푼에 달해 리그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언제 그랬냐는 듯 강팀다운 야구로 무장하며 8월과 9월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고,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과정을 보면 투-타 밸런스의 균형으로 이기는 경기가 많았다. 마운드에서는 류제국과 우규민 두 토종 선발이 건재했고 타선은 '신-구조화'의 성공적인 케이스라 불린 전년도 못지않은 위력을 뽐냈다. 두 자릿수 실점을 기록한 경기도 7월만 놓고 보면 두 경기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 7월은 정반대의 흐름이었다. 두 자릿수 실점 경기가 네 경기였는데, 그 중 세 경기가 삼성전이다. 공교롭게도 이 세 경기 모두 7월 3일~7월 5일에 치러진 주말 3연전이었으며, 사실상 이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엘롯기 동맹'의 경쟁에 있어서도 이 3연전은 세 팀의 운명을 바꿔놓는 지점이 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외국인 타자다. 너무 잘해서 고민인 팀도 있는 반면 LG는 못해서 고민이다. 수비에서 강점을 드러낸 히메네스는 결정적일 때 클러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오히려 한나한보다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이었을까.

4일 잠실 NC전에서도 그 공백은 보이지 않게 드러났다. NC 타선은 1회부터 7득점을 뽑아내며 쉴 새 없이 류제국을 공략한 반면 LG는 상대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단 1득점을 뽑아내는 데에 그치며 경기 내내 끌려가는 양상이었다. 결국 이 날 경기에서 패배하며 2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LG 히메네스 2군으로 내려가며 최소 열흘간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다.

▲ LG 히메네스 2군으로 내려가며 최소 열흘간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다. ⓒ 유준상


트레이드 효과, LG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지만...

그런 면에서 LG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은 트레이드 효과다. 7월 말 SK와 3:3 트레이드를 통해 임훈, 진해수, 여건욱을 영입했다. 그 가운데서도 LG의 취약점으로 꼽힌 외야진에 숨통을 트여줄 임훈은 합류 직후부터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적 후 23타수 6안타 3타점, 준수한 기록으로 출발을 끊었다.

여건욱과 진해수도 임훈 못지 않게 필요한 자원이다. 성장이 더딘 신동훈을 대신해 선택한 여건욱은 1군에서도 몇 차례 등판한 경험이 있고, 안정된 제구만 받쳐준다면 충분히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진해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효과일 뿐, 트레이드로 인한 성과가 곧장 팀의 상승세를 책임지진 못한다. 주축 선수들의 활약이 따라줘야 효과도 노릴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절실함으로 똘똘 뭉쳐야 하는 LG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평균 관중 수도 두산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며 팬심도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발길이 끊기는 것보다 악재는 없다. 오는 8일과 9일 잠실에서 열릴 '잠실 라이벌' 두산과 2연전도 인터넷 티켓 예매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팬심을 사는 마케팅은 여러 이벤트보다도 성적이 우선이다. 2년간 보여줬던 기적은 없고 그 자리엔 리빌딩이라는 이름 아래에 선수들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유광 점퍼는 아직 장롱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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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ktd16)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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