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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국 해체와 인사 발령, 징계 등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노동조합이 지난 7월 22일 오전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사측에 정상화를 촉구했다.
 보도국 해체와 인사 발령, 징계 등으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의 노동조합이 지난 7월 22일 오전 제작 거부를 선언하고, 사측에 정상화를 촉구했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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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아래 국민TV)가 개국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격화된 노사갈등이 노조의 제작거부로 이어졌다. <국민TV>는 지난 18대 대선 후, 대안 언론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에 부응해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국민TV>는 노종면 전 방송제작국장이 회사를 떠난 후, 사무국이 있는 6층과 <뉴스K>를 제작하는 9층 사이의 갈등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이러던 중 고우 방송 제작국장 대행이 4·16 세월호 1주기 특집 리포트 송출 중단을 결정하자 논란이 일었다. 이어 고 대행이 프리랜서 직원에게 생방송 진행 업무를 맡기는 등 일방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징계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지난 5월 19일, 6층과 9층에 '고우 국장님 대화 좀 합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했다. 그러나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상운 사무국장이 대자보를 떼어냈고, 사측은 김영환 노조 비대위원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20일, <국민TV>는 직계개편을 통해 보도국을 폐지했고 소속 기자와 PD들은 뉴스취재팀과 보이는라디오팀으로 분산됐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어떠한 설명도 없이 조직개편안을 찍어 내린 뒤, 당장 다음날 책상을 옮기고, 그 다음 날부터 새로운 직제를 받아들이라 강요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노조는 부당징계와 부당전보, 일방적인 직제개편의 철회를 요구하며 7월 22일부터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사측은 7월 27일 이사장 명의의 '일부 직원의 제작거부에 대한 조합(회사) 입장'을 통해 "28일 오전 9시까지 업무 복귀를 하지 않으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업무 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사측이 제시한 업무 복귀 시한을 넘긴 지난 7월 29일. 서울 마포구 합정역 근처 커피숍에서 노조 비대위가 왜 업무 복구에 따르지 않았는지 듣고자 김영환 노조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다음은 비대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무국, TF때 <뉴스K> 폐지안 들고 왔었다"

 김영환 <국민TV> 노조 비대위원장
- 7월 27일 사측은 노조 비대위에 "28일 오전 9시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책임 묻겠다"고 했는데 결국 복귀를 안 했어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사 개편 문제가 컸습니다. 인사 개편이 결정되면, (원칙적으로) 조합이 이를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 TF에서 인사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은, 전혀 직원들과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직의 명을 따라야 한다'라며 일방적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런 일방적 조직개편안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제작 거부에 들어갔는데, 이게 해결되지 않은 채 제작거부를 풀 수는 없었어요."

- 문제의 근본은 조직 개편으로 보입니다. 조상운 사무국장은 이와 관련해 "보도국의 기능이 뉴미디어국으로 이관된 것이다, <뉴스K>는 유지하되 포맷의 변화는 필요하다는 데 입장이 모아졌다"라며 "<뉴스K> 폐지 수순이란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폐지라고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TF 때 사무국에서 제시한 안 중 첫 번째가 <뉴스K>의 폐지였습니다. 사무국은 경제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뉴스K>를 폐지하고 <뉴스K>를 제작하는 직원들은 다른 업무를 맡아 효율을 낼 수 있게 하겠다'라고 제안했습니다. 이 논의가 내부 구성원들에게까지 알려지자 '무턱대고 폐지를 주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반대 여론이 일었습니다. 대신 폐지에 따르는 변신을 꾀하는 것으로 얘기했거든요.

여기에 구성원 모두 동의했고, '그렇다면 어떻게 <뉴스K>를 더 확장하고, 어떻게 <뉴스K>가 더 정확하게 보도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던 도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논의는 사라지고, 조직만 개편되는 과정을 봤습니다. '<뉴스K>를 폐지하는 게 아니고서는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나선 겁니다."

- 대자보에 이름을 올린 12명이 징계를 받은 것도 문제입니다. 대자보는 왜 붙인 것인가요?
"징계를 받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내부 규정에 따라 징계를 해야 한다면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대자보를 쓴 것이 아닙니다. 전체 메일을 쓰고, 개인적으로 대화 요청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대화로 풀어내려는 과정들이 막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를 요구하고자 대자보를 붙인 겁니다."

- 조 사무국장이 대자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잖아요. 뭐라고 하던가요?
"사무국장 말은 '절차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죠."

- 어떤 절차죠? 대자보 붙이는 데 절차가 필요한가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대자보를 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쪽은 '대자보를 붙여도 되지만 노조 직인이 들어가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두 곳에 붙일 수 있다, 대자보를 붙일 방법은 이거밖에 없다'고 합니다. 당시 대자보는 노조의 이름이 아니고 9층에 있는 직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붙인 겁니다. 그조차도 절차와 방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 게시물이란 거죠."

- 또, 프리랜서의 노조 가입 문제가 있어요. 노조는 정규직 노동자가 가입하는 것으로 아는데 아닌가요?
"프리랜서가 노조에 가입하는 것도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 노조의 운영 규약 상 '<국민TV>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 중 원하는 사람'이 '가입 원서'를 내면 그걸 위원장이 어떻게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프리랜서 가입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 그런데 왜 사측은 이걸 문제 삼죠?
"우리도 의문입니다. 노조의 구성원은 노조가 결정해서 얘기하면 끝나야 합니다. 그런데 사측의 '자격 없는 사람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가 맞느냐는 겁니다. 사측은 단협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민주노총 법률원 등 법률을 상담해 주는 변호사들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이건 노조가 결정할 일이지 사측이 규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출연진·조합원 여러분께 죄송"

지난 2014년 4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스튜디오에서 '뉴스K' 첫 방송을 마친 뒤 서영석 상임이사, 노종면 앵커, 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스튜디오에서 '뉴스K' 첫 방송을 마친 뒤 서영석 상임이사, 노종면 앵커, 기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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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8일 <국민TV> 출연진 30명이 출연 거부를 선언한 것은 어떻게 보세요?
"가슴 아프고 속상한 일이죠. 우리 문제가 내부적으로 잘 해결됐다면 이런 일까지 안 벌어졌겠죠. 그리고 이분들은 단순히 방송에 출연만 하시는 게 아닙니다. 그들 중엔 우리 조합원도 계시거든요. 제가 전해 듣기로는, 어떤 분은 '나는 미디어협동조합원이면서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인데 양측에서 접점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으니 우리가 중재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답니다.

이분들이 중재 노력을 하다가 벽에 부딪히고, 결국 대화가 더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방법(출연 거부)을 사용하신 거 아닐까요. 저도 조합원으로 근무하며 방송을 만들던 사람인데 지금의 결정이 나온 것이 착잡합니다. 조합원이나 선배로서 노력해주신 출연진분들에게, 중간에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고 중재 역할을 해주신 분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조합원들에게도 죄송하죠."

- 지난 연말 노종면 국장 사퇴 후 '줄사퇴'로 이어졌는데 연관이 있나요?
"절대 없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죠. 그 당시부터 조금씩 축적되지 않았을까 생각하죠."

- <뉴스K> 제작진은 9층에 있고 사무국은 6층이라, 9층과 6층의 갈등이 있었다던데요.
"없다고 하긴 어려워요. 제가 지난해 7월 28일 입사했는데, 그 전부터 경제적인 문제가 있다 보니 그런 얘기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대시하거나 배척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부서 간의 갈등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그 정도 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문제가 있을 때, 회의나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돈에 있지 않을까 해요.

재정이 힘들다 보니 6층 입장에서는 '<뉴스K> 할 돈이면 다른 걸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우리 입장에서는 '제작하는 데 좀 더 지원을 해주면 높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은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그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죠."

- 사측은 28일 공지를 통해 "방송제작에 자원봉사로 참여할 분을 찾는다"고 했어요. 그러나 말이 자원봉사지 대체인력을 뽑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도 안타깝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뭔가 결정을 해놓고 진행을 하는 게 아닌가란 의심이 듭니다. 방송이란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이 해야 할 영역입니다. 물론 조합원 중엔 (방송과) 관련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아닌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근무하게 되면) 전체적인 (프로그램)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조합원들의 자원봉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지 고민이 큰 거죠. 우리는 공정 보도를 위해서 노력했는데, 질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내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먼저 한 게 아닌가 합니다."

- 지금 사측의 행동을 보면 기존 방송사들이 노조를 탄압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견해도 있어요.
"대응하는 방식이 너무나 흡사해서 당혹스러워요. 우리가 처음부터 심하게 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하자'였습니다. 그런데 절차와 규정을 들이밀어요. 생각을 모았다고 해서 프리랜서들에게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압박하는 모습이, 말 그대로 (기존 방송사의 노조 탄압과) 똑같아서 당혹스럽고 놀랍죠."

- 서영석 이사장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자유 수호투쟁을 벌이고 있나? 아니면 근로조건 개선 투쟁을 벌이고 있나"라고 물으며 "부당한 방송탄압에 대한 저항도 아니고, 프리랜서를 쥐어짜는 걸 막기 위해서 투쟁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위서 한 번 내면 그만일 일을 안 내고 버티다가 집단행동으로 돌입해 이젠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는 게 진실이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공개 토론하겠다"고 주장하던데 반론하신다면?
"페이스북에서 이런 말씀을 하는 걸 볼 때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부분이 '경위서 한 번'이었습니다. 물론 경위서 한 번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경위서를 왜 내게 됐는지 이야기를 하면 될 일인데, 그것 없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자체가 안타깝죠.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우리 이야기 한 번 들어줬다면 끝났을 일"이라고 말하겠죠. 둘 다 우스운 거잖아요.

우리는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어요. 그러나 대화 상대로 인정해 줘야 대화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사측은 '제작 거부를 하는 직원들의 대표 혹은 직원 아무개로 나왔느냐'고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노조를 대표해서 얘기하고 있고, 노조원들과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직원이냐? 그렇게 의견을 모은 적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이러면 '대화를 하겠다는 게 아니네'라고 반응해요.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대화 상대로 인정은 안 하면서 대화를 하자고 하니까 답답하죠."

- 노조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인가요?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해 주길 바라요. 여기부터 이야기가 안 되는 상황에서, 앞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어떻게 문제를 풀지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이게 계속 길어진다면 조합 내·외적으로 안 좋은 거라 생각해요. 어떻게 해서든 빨리 대화를 열어야 하고,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중입니다."

☞ <국민 TV> 사측의 반론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김영환, #국민TV, #서영석, #조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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