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야식당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공간 ⓒ 엔케이컨텐츠
아침에 허둥지둥 집을 나서고 일에 치여 오후를 보내다가 퇴근 후 보지도 않는 TV를 켜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현대인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영화 <심야식당>은 이러한 현대인들이 자신의 사연이 담긴 음식을 서로 공유하며 굶주린 배가 아닌 허기진 가슴을 채울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3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지며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요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특징이다.
보통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린다. 나름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심야식당>의 운영자 마스터는 결코 주인공답지 않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주제넘게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그들의 사연에 어설픈 훈수 또한 두지 않는다. 그저 손님들이 부탁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한다.
<심야식당>의 장점은 디테일함에 있다. 식기도구와 식당의 작은 소품들까지 많은 신경을 쓴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영화로 제작되었지만 영화 역시 드라마의 전개 방법, 배우, 세트장과 소품까지 모두 옮겨와 영화화 되었다.
특히 음식에 관한 디테일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 페이스북에 떠돌며 이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의 주 이야기는 3가지지만 음식은 문어발 소시지, 나폴리탄, 계란말이, 마밥, 카레라이스로 다섯 가지다. 소시지의 꼬독꼬독한 식감, 포근한 식감의 계란말이 등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색과 소리로 전달돼 침샘을 자극한다.
영화의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원작 만화와 드라마를 본 관객들은 아마도 마스터의 이야기를 가장 기대했을 거다. 분명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던 마스터의 일상이 조금 나오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마스터의 얼굴에 난 상처, 심야식당을 운영하게 된 이유를 알고 싶어 하던 팬들이라면 허탈하게 영화관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다.
워낙 인기 있는 드라마를 영화화 한 것이라 드라마의 전개방식을 그대로 가지고 왔지만 드라마를 접하지 못했던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영화자체가 약간 불친절하게 느껴질 법도 했다.
12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다른 무언가를 포함 시켰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고 영화로써의 <심야식당>은 만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점들을 조금 모험적으로 풀어가야 했다고 본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 입장에선 TV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쿡방'을 상상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실망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단골집에서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를 가진 손님들이 서로 어울리는 모습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 주는 모습에서 허기진 가슴을 채우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