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KBO리그에서 활약하게 된 외국인 오른손 투수 에만 믹(KIA 타이거즈)이 드디어 몸풀기를 마쳤다. 에반은 7월 31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회초부터 팀의 2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하여 투구수를 늘렸을 때의 컨디션을 점검함과 동시에 구원승까지 챙겼다.

최근 선발투수 요원 김진우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시즌을 접게 되면서 KIA는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겼다. 에이스 양현종을 필두로 조시 스틴슨, 필립 험버, 서재응, 김병현, 김진우 등이 선발로 등판했지만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2012년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적이 있었던 험버는 전반기에 3승 3패 평균 자책점 6.75로 부진했다. 사실 험버는 퍼펙트 게임을 달성했던 2012년 시즌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승 5패 6.44로 부진하며 내리막을 타고 있었다.

결국 KIA는 험버를 웨이버 공시하고, 에반을 영입하게 됐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지명되었던 에반은 피츠버그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쳤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2015년에는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마이너리그에 있었다. 에반은 마이너리그에서는 선발로 통산 55경기에 등판한 적이 있었으나, 메이저리그에 승격되어서는 선발로 등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마이너리그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경험도 2013년 13경기가 마지막이었다.

일단 KIA에서 에반을 영입할 때, 김기태 감독은 에반을 선발로 기용하려 했다. 하지만 에반이 프로 무대에서 선발 경험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었다. 물론 선발로 등판하고자 하는 에반 본인의 의지가 강했지만, 2년 가까이 불펜에서만 대기했던 선수가 갑자기 선발투수로 전환한다는 것은 힘들었다.

시범경기 단계별 투구수 늘리기 적용, 다음 목표는 80구

이에 김기태 감독은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에서 적용하는 선발투수들의 단계별 투구수 늘리기 프로그램을 착안하여 에반의 투구수를 늘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이에 KBO리그에 처음 등장한 에반은 23일 대구 북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렸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구원으로 등판하여 1이닝만 던졌다(11구).

메이저리그에서 구원투수로만 활약했던 에반은 연투도 가능했던 선수였기에 다음 날 바로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1.1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27구). 당시 패전 위기에 몰렸던 에반은 포수 백용환의 끝내가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행운의 구원승을 거뒀다.

투구수가 늘어나자 에반은 3일을 쉰 뒤 SK 와이번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 양현종(6이닝)에 이어 나머지 3이닝을 던졌다(47구). 이 날 KIA는 양현종과 에반의 사실상 1+1 선발 등판으로 불펜에 있던 다른 투수들을 아꼈고, 이 날도 끝내기 역전승이 나오면서 에반은 또 행운의 구원승을 챙겼다.

에반은 또 3일을 휴식한 뒤 31일 경기에서 불펜 대기했다. 김기태 감독은 이 날 선발투수 박정수에 이어서 에반을 1+1으로 등판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대개는 선발투수들이 5이닝을 책임지고, 그 뒤에 이어 에반이 롱 릴리프로 등판하는 시나리오였겠지만, KIA의 선발투수 박정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2회까지 투구수가 44개나 되었다. KIA가 한화의 선발투수 미치 탈보트를 초반부터 공략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3회부터 과감하게 에반을 투입했다. 에반은 매 이닝 한화의 주자들을 득점권에 내보내며 다소 불안하게 이닝을 진행했다. 그러나 에반은 혼신의 힘을 다한 투구와 위기 관리로 모든 이닝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매 이닝 득점권 출루를 허용한 탓에 3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지만 투구수는 56개로 충분히 공을 던졌다.

탈보트는 혼자서 100구를 던졌지만, 5실점한 상황에서 5회초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구원투수들이 승계 주자를 들여보내면서 탈보트는 혼자서 7실점했다. 그러나 박정수와 에반도 도합 100구를 던지며 박정수의 경기 초반 불안으로 인한 1실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 날 56구로 구위를 충분히 증명한 에반은 다음 등판부터는 선발로 등판하여 투구수를 늘릴 계획이다. 60구에 조금 못 미치는 공을 던진 에반의 다음 목표는 80구. 일단 50개 이상의 공을 던졌기 때문에 김 감독은 에반에게 4일 가량 휴식을 줄 전망이다.

선발투수가 한 경기를 책임지기 위하여 던지는 공은 경기 당 평균 100구이고, 에반은 향후 선발로 등판하면서 투구수를 100개 전후까지 늘리는 계획만 남아 있다. 최근 4연승을 달리며 5위권 진입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KIA의 향후 분위기를 움직일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는 에반이다. 에반이 선발로서 충분히 적응하게 된다면 KIA는 보다 원활한 투수 운영으로 남은 시즌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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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KBO리그 KIA타이거즈 에반믹선발적응과정 KIA선발로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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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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