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가짜 윙어'의 존재감이 더욱더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현대축구의 공격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인사이드 커터' 유형의 선수들의 플레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흔히들 아는 메시, 호날두, 로벤, 베일, 아자르 등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측면에서 주로 하는 플레이가 바로 인사이드 커터 유형이다. 측면에 자리하지만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즐겨한다. 그 후 슈팅이나 패스를 통한 찬스 메이킹을 이끌어낸다.

인사이드 커터 유형의 선수들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성향이 강하다. 그렇기에 측면에서 넓게 벌려서 공격을 주도해줄 선수가 필요하다. 바로 '가짜 윙어'의 존재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

현대 축구에서 더욱더 두드러지는 '가짜 윙어'

 가짜 윙어를 활용한 공격옵션 도식

가짜 윙어를 활용한 공격옵션 도식 ⓒ 장지훈


가짜 윙어란 측면에 위치한 풀백, 윙백을 일컫는다.(의미에 따라서 측면에 위치한 미드필더들로 가짜 윙어로 불릴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로 한정해 사용하겠다.)

가짜 윙어는 수비수인데 수비에만 치중돼있지 않는다.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서 공격 시 수적우위에 도움이 된다. 공격 능력도 웬만한 공격수가 저리가라 할 정도이다. 윙어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드리블이면 드리블, 패스면 패스 속도면 속도, 크로스면 크로스 모두 상향 수준이다.

무엇보다 가짜 윙어가 전술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바로 공격에 있어서 수적우위이다. 공격 시에 순간적으로 자신이 윙어처럼 활동함과 동시에 수적우위를 만든다. 이것은 공격 작업 시에 패스를 주고받을 선수가 하나 더 늘어나고, 크로스와 슛을 시도할 선수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을 뜻한다. 가짜 윙어는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공격에 많은 부분을 기여할 수 있다.

강팀으로 손꼽히는 팀들은 대부분 가짜 윙어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가짜 윙어들을 보면 더욱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 마르셀로 비에이라(Marcelo Vieira da Silva Júnior)​

마르셀로 비에이라는 브라질 연령별 대표 팀에서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세계에서 가짜 윙어로 손꼽히는 선수 중 단연 최고이다. 지난 시즌 전성기를 맞이했다 싶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소속팀에서 호날두와의 콤비네이션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환상적이다. 왼쪽 풀백인 마르셀로(28)는 왼쪽 측면에 위치한 호날두가 중앙지향적인 플레이를 하게끔 도와준다.

주위에 있는 하메스와 벤제마 등의 선수와도 측면에서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일품이다. 가짜 윙어가 공격진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최적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의 가치를 잘 아는 레알은 얼마 전 2020년까지 마르셀로와 재계약을 체결하였다.

[바르셀로나] 다니엘 알베스(Daniel Alves da Silva​)

레알에 마르셀로가 있다면 바르셀로나엔 알베스(33)가 있다. 알베스는 우측면에서 뛰는 풀백이다. 그와 메시의 호흡은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메시도 인사이드 커터 유형으로 왼발이 주발이지만, 오른쪽에 배치되어있다.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드리블이 좋으며 수비진을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그때 측면에서 함께 공격을 진행하는 것이 바로 가짜 윙어 알베스이다.

측면으로 알베스가 넓게 벌려 놓은 빈 공간을 메시가 활용하는 공격 루트가 많다. 또한, 알베스는 상대팀 수비와 골키퍼 사이의 빈 공간으로 넣어주는 로빙패스가 정확하다. 창조적인 플레이를 주도할 줄 아는 선수이다. 알베스의 가짜 윙어 플레이는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지 오래이다. 이미 FIFA/FIFPRO 월드베스트 XI 2009,2011,2012,2013를 모두 석권하였다. 이쯤 되면 수비수 부분에서 메시, 호날두로 불릴 만하다.

[바이에른 뮌헨] 필립 람(Philipp Lahm)

요즘 람(33)의 포지션을 보면 원래 풀백이었던 사실을 모르는 팬들도 있을 수 있다. 최근 대표팀이나 소속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도 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과 게임의 흐름을 읽는 눈이 탁월하다. 람의 최고 장기는 속도보단 경기운영과 크로스이다.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수시로 하며 정확한 크로스를 올린다.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에서 측면과 중앙MF으로도 출전한 경험이 있는 람이다. 사실상 멀티플레이어 기질을 다분히 가지고 있는 가짜 윙어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뛸 수 있는 람은 특히 측면 공격 즉, 가짜 윙어 플레이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수비수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자신의 가짜 윙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독일의 우승에 기여하였다.

[AS 로마] 더글라스 마이콘(Maicon Douglas Sisenando)​

마이콘(35)은 가짜 윙어의 아버지로 볼 수 있다. 나이 때문은 아니다. 예전부터 풀백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모습 자체가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에 '공격적인 풀백'하면 모두 마이콘을 떠올릴 정도였다. 처음 축구를 보는 사람들은 간혹 폭발적인 스피드로 돌파하는 마이콘을 공격수로 오해하기도 한다. 강력한 슈팅도 일품이다.

가짜 윙어의 모습을 똑똑히 보여준 사례로 북한과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경기가 있다. 오른쪽 측면을 혼자서 모두 돌파하며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기록했었다. 현재 35세의 나이로 로마와 계약이 끝나는 2016년엔 36세가 된다. 가짜 윙어의 선조인 마이콘과의 이별을 슬슬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이처럼 공격할 때 특히, 지공 시에 공격의 첨병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짜 윙어의 존재이다. 가짜 윙어들은 측면에 위치한 미드필더나 공격수들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이렇게 좋은 것을 모든 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짜 윙어를 맡은 선수의 오버래핑 전환 속도, 공격력 등 여러 역량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에 마르셀로, 알베스, 람, 마이콘과 같은 선수가 있다면 활용해도 좋다. 이들이 현대축구에서 가짜 윙어라는 개념을 이끄는 선두주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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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스포탈코리아에 게재될 예정
마르셀루 알베스 마이콘 가짜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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