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일부터 2015 동아시안컵(EAFF)이 중국 우한에서 개최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북한이 참가한다. 아시안컵보다 규모가 작은 대회다. 하지만, 국내파 위주의 유망한 선수들을 실험해볼 수 있다. 동아시안컵은 동아시아 권역 소속 클럽들에게만 선수 선발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 기성용, 김진수 등의 해외파 선수들을 제외하고 숨어있는 보물들을 찾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난 20일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 명단 23명을 발표했다. 오랜만에 슈틸리케호의 출항이다. 그런데, 명단을 자세히 보니 A매치 10경기 이상을 뛰어본 선수가 극히 소수다. 이정협, 김신욱, 장현수, 김민우, 김영권, 김승규로 총 6명에 불과하다. 평균 나이는 24.3세로 젊은 팀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회 우승을 위해 A매치 경험이 다수인 염기훈, 이동국의 출전도 고려해봤을 법하다. 그러나, 아직 성인 대표팀 경험이 없는 이종호와 김승대 등 젊은 선수들을 다수 선발했다. 대회의 결과는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철저히 대표팀에서 필요한 자원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로 일관한 선발이다.

포지션별로 살펴본 경쟁구도는?

 울산의 김신욱도 이번 기회의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울산의 김신욱도 이번 기회의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 KFA


[FW - 공격수]

대표팀은 투톱을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4-2-3-1 전형을 기본으로 원톱을 활용한다.

지금까지 실험대에 올랐던 이정협, 이용재 외에 한 명이 더 추가됬다. 울산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다. 김신욱은 196cm의 높은 신장을 자랑하며 제공권에 탁월하다. 현재 K리그 23경기 8골을 기록하며 득점 상위권에 있다. 슈팉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시험대에 오른 김신욱은 특히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정협과 이용재는 스타일이 다른듯하면서도 비슷하다. 결국 둘의 경쟁이 심화돼 한 명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김신욱은 대표팀에 다른 공격 옵션을 제시할 수 있다.

이정협, 이용재에 비해 제공권과 연계플레이에 강점을 가진 김신욱은 대표팀 플랜B 수립에 최선의 조건을 갖췄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김신욱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이정협이나 이용재의 플랜A와 대등해질 수 있는 기회는 동아시안컵뿐이다.

 K리그를 대표하는 92년생 듀오 -  전북의 다비드 실바 이재성, 전남의 루니 이종호

K리그를 대표하는 92년생 듀오 - 전북의 다비드 실바 이재성, 전남의 루니 이종호 ⓒ KFA


[MF - 미드필더]

4-2-3-1의 방점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이재성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리그와 대표팀 모두에서 활약하고 있다. 풍부한 활동량은 과거 박지성을 연상케 한다. 기가 막힌 스루패스는 맨시티의 다비드 실바를 오버랩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시즌 부상의 변수만 아니라면 K리그 신인왕의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이재성은 측면까지 가능한 미드필더다. 전술적으로 뛰어난 옵션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재성이 가장 활약할 수 있는 자리는 단연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다. 이미 슈틸리케의 부름을 많이 받았고 그만큼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이번 명단 중에 단연 독보적인 선수이자 에이스다.

양쪽 측면은 이종호, 김승대, 권창훈, 김민우가 대결한다. 이종호는 전남에서 맹활약 중이다. '광양 루니'라는 별명과 함께 투지있는 플레이가 좋으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준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로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보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포항의 김승대는 라인브레이커로서 배후침투가 좋은 선수로, 주로 원톱 아래에 처진 스트라이커로 위치하지만 측면 포지션까지 가능한 선수다.

막내 권창훈은 경기 감각이 한창 물 올라 있는 미드필더다. 중거리슛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 사간도스 소속 김민우는 2선 어디에서나 활약이 가능한 멀티플레이어다. 각자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선수들이다. 인재는 많지만, 대표팀에서 2선은 항상 포화를 넘어선 과포화 상태였다. 누가 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각자의 활약에 달려있으며 그만큼 피터지는 경쟁을 해야 한다.

3선의 두자리엔 정우영, 주세종, 이찬동이 있다. 정우영은 저번 A매치 2연전에서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다. 탁월한 패싱으로 경기를 조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세종은 현재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소속이다. 정확한 킥력을 가졌으며 공격 가담이 좋다. J리그 빗셀 고베의 정우영과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인다. 두 선수는 기성용의 부재를 위한 포석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가 기성용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찬동은 광주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한국영과 비슷하게 태클을 통한 컷팅이 좋은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영이 없다.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때 경쟁하게 될 가능성도 다소 있다. 그러나 장현수의 원래 자리는 중앙 센터백이다. 그런 장현수보다 포백 보호의 미흡함을 보인다면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A매치 35경기, 이번 명단 중 가장 많은 출전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광저우의 김영권

A매치 35경기, 이번 명단 중 가장 많은 출전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광저우의 김영권 ⓒ KFA


[DF - 수비수]

동아시안컵은 수비진의 고민거리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현재 대표팀 수비의 중심 곽태휘는 나이 문제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뛸 수 없다. 곽태휘의 대체자로 장현수는 이미 슈틸리케에게 낙점되어 있는 선수다. 긴급시 4백 앞을 지키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도 가능하다.

지난 6월에 있었던 A매치 2연전에서 중앙 센터백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미 대표팀 수비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대회 부주장까지 맡으며 슈틸리케의 확실한 신뢰를 받고 있다. 사실상 장현수의 파트너를 찾는 작업이 동아시안컵 최우선 과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영권을 A매치 경기마다 시험하고 있다. 현재 장현수와 조합을 이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김영권이다.

하지만 김기희, 김민혁, 김주영이 장현수의 파트너로서 김영권과 경쟁하게 된다. 특히 전북의 김기희는 슈틸리케 감독이 매번 실험하려 했던 선수다. 그러나 김기희는 지난 6월 A매치 2연전에서 부상으로 대표팀 경기를 마무리 했고, 김주영은 아시안컵에서 장현수에게 밀려 이후 뚜렷한 기회가 없었다.

또한, 사간도스의 김민혁은 장현수와 지난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이지만 첫 성인대표팀 경기를 치른다. 이 선수들은 동아시안컵에서 자신의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프리시즌에 뮌헨을 상대로 한창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준 김영권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왼쪽은 수원의 홍철, 전북의 이주용, 울산의 임창우가 치열하게 대결한다. 홍철과 이주용은 폭발적인 오버래핑으로 팀의 공격에 도움이 되는 선수들이다. 임창우는 중앙 수비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슈틸리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어떤 선수가 슈틸리케의 마음을 흔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른쪽은 울산의 정동호가 유력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에서 정동호를 꾸준히 시험하고 있다. 정동호가 차두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지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드러날 것이다.

 김진현의 부재에 확실한 기회를 잡게 된 울산의 수문장 김승규

김진현의 부재에 확실한 기회를 잡게 된 울산의 수문장 김승규 ⓒ KFA


[GK - 골키퍼] 

김진현의 부상이 김승규에겐 기회가 될 것이다. 울산 소속으로 뛰어난 반사신경이 탁월하다. 경기 도중에 혀를 내두를 선방을 자주 보여주곤 한다.​ 이범영은 195cm의 장신으로 부산 아이파크 소속이다. 187cm의 김승규보다 무려 8cm가 더 크다.

하지만 김진현이 없는 골키퍼 부분에서 김승규가 다소 유리하다. 지난 6월에 있던 A매치 2연전에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잘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구성윤은 이번 대회가 A매치 데뷔전이 된다. 1994년생의 어린 나이에 A매치를 경험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대표팀의 포지션별 경쟁이 갈 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동아시안컵에서 한국축구의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다가오는 대회의 개막에 축구 팬들의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오는 8월 2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중국과의 첫 경기로 동아시안컵 슈틸리케호의 출항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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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스포탈코리아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동아시안컵 축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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