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2010년 <토이 스토리 3> 이후 내놓은 픽사의 작품들은 실망 그 자체였다.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픽사 역사상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카2>, 모기업 '디즈니'스럽게 변해버린 듯한 <멜리다와 마법의 숲>, 수작 <몬스터 주식회사>의 명성에는 못 미쳤던 속편 <몬스터 대학교> 등으로 인해 스튜디오 특유의 색깔을 잃어버린게 아닌가 하는 우려감도 든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이 총동원된 <인사이드 아웃>(7월 9일 개봉)은 "역시 픽사!"라는 말이 헛되지 않을 정도다. 탄탄한 이야기 구성력과 살아있는 캐릭터, 특유의 유머가 잘 어우러진 수작이라고 감히 평가할 만 하다.

매년 한편씩을 공개하던 픽사가 지난해 휴식기를 갖고 올해 선보인 <인사이드 아웃>은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에겐 감정을 지배하는 '콘트롤 센터'가 있고, 이를 움직이는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 등 5명(?)의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또한 미네소타에서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11살 소녀 라일리가 아버지의 사업으로 인해 갑작스레 대도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혼란과 극복이 함께 어우러지며 극의 또 한 축을 담당한다.

실질적으로 <인사이드 아웃>을 이끌어 가는 핵심 캐릭터는 '기쁨'(목소리- 에이미 포엘러 분)과 '슬픔'(목소리- 필리스 스미스 분)이다. 갑작스런 사고 탓에 콘트롤 센터에서 이탈한 기쁨과 슬픔은 다시 콘트롤 센터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멀고도 험한 길인데다 센터에 남겨진 버럭, 까칠, 소심이 계속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름길을 찾아 나선 기쁨이 무리수를 둘수록 라일리의 방황은 더욱 깊어만 간다.

영화는 소녀 라일리의 감정, 특히 기쁨과 슬픔이 제 위치로 찾아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과 라일리가 겪게 되는 여러 일상 속 이야기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잔잔한 웃음과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독창적 이야기로 삶의 가치 전하는 픽사의 미덕이 살아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런데 왜 영화의 중심이 된 캐릭터가 기쁨과 슬픔일까. 라일리의 감정 콘트롤 센터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건 기쁨이다. 기쁨은 라일리에게 항상 즐거운 기억만 안겨주려고 하며, 소심하고 힘없는 슬픔이 움직이려고 할땐 강제로 선을 그어 그를 통제하려 한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기쁨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법. 영화는 슬픔을 통해서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그 과정에서 여러 감정의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한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 한다. 이는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삶의 가치관과 고유의 미덕을 전달하는 픽사 특유의 화법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이 때의 즐거웠던 기억은 자라면서 점점 잊혀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사이드 아웃>은 이러한 일들에도 억지스럽지 않게 의미를 부여하고, 의인화된 갖가지 감정들로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꾸며 나간다. 여기에 특유의 화려한 영상미는 극중 라일리의 상상 속 왕국을 더욱 빛낸다.

그동안 픽사의 작품들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의 인기와는 비교적으로 국내에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어온 게 사실이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엔 다소 어려운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이드 아웃> 역시 전작들이 걸어온 길을 또 한번 밟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하지만 어린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그리워하는 성인 관객들에겐 충분히 가슴 뭉클한 옛 기억을 되찾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영화의 막이 내려가기가 무섭게 벌써부터 픽사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역시, 픽사는 픽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다.
인사이드 아웃 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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