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학교2015-후아유>의 배우 남주혁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2TV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의 배우 남주혁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13년 모델로 데뷔, 유수의 디자이너들과 함께하며 남주혁은 짧은 시간 안에 모델계에서 주목받는 얼굴이 됐다. 연이어 2014년엔 악동뮤지션의 뮤직비디오, 예능 프로그램(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이 터졌다. tvN <잉여공주>로 서툴지만 연기자로도 첫 발을 내딛었다. 이만하면 남주혁에게 '슈퍼 루키'라는 말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2015년, 그를 찾아온 건 첫 주연작인 KBS 2TV <후아유-학교 2015>(이하 <후아유>). '제 2의 박태환'으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수영 유망주였지만, 부상으로 시련을 겪게 되는 한이안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던 그에겐 맞춤인 역할이었다. 제작발표회 때부터 "운동밖에 안 했던 사람이 그걸 못할 때 모든 걸 잃는 것과 같은 감정,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막막한 감정을 느끼는 건 실제 나와 극중 슬럼프를 겪는 이안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자신할 정도로, 남주혁은 한이안에게 애정을 쏟았다.

시청률로만 따져 보자면 전작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성적을 나타냈으니 마음을 놓아도 좋으련만, 농구선수 출신인 남주혁에게 <후아유>와 한이안은 아직도 복기할 것이 남은 경기와도 같은 듯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스타>에서 만난 남주혁은 그래서인지 "왠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는 말부터 꺼냈다.

"운동선수로서의 한이안, 좀 더 보여주지 못해 아쉽지만..."

- 그래서였나. <후아유> 마지막 방송일에 맞춰 SNS에 첫 주연작을 마친 소감을 담아 장문의 글을 남겼더라.
"이 작품을 하면서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을 끝에 와서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느낌이었다. 연기적으로 부족했던 모습도 있었고…. 그런 걸 다시 한 번 글로 적은 거였다. 또 나의 부족한 모습에도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셨고, 응원과 칭찬도 해 주셨고. 그런 부분에 대한 감사함도 있었다."

- 제작발표회 당시 한이안과 자신의 닮은 점을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만큼 역할을 맡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어떻게 준비했나.
"학창 시절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운동부에 있을 때의 나의 모습, 당시의 마음가짐, 사소한 생각 하나하나 다 떠오르더라."

- 학창 시절에 운동하고 있으면 친구들이 와서 보고 그랬다던데. 그런 기억도 나던가. (웃음)
"(웃음) 그랬지. (짐짓 정색하며) 그런데 그런 게 극중에선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한이안은 수영할 때는 물론이고 방송에 나와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지 않았나. 그런데 정작 교실에선 친구들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 구석에만 있어! (웃음) 나 같았으면 '제 2의 박태환'을 꿈꾸는 친구라는데…그냥 두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

 KBS2 월화드라마 <학교2015-후아유>의 배우 남주혁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KBS2 월화드라마 <학교2015-후아유>의 배우 남주혁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친구들과 있을 때의 나는 장난기 있는 <잉여공주>의 빅과 닮았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 있어선 <후아유>의 한이안도 닮은 것 같다. 특히 진중한 모습이나 생각하는 부분에선 더더욱. 다른 점이 있냐고? 10년 동안 짝사랑해온 친구가 없다는 점? (웃음)" ⓒ 이정민


- 생각해 보니 그렇다. (웃음) 아무래도 드라마가 러브라인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이안을 설명하는 덴 부족했던 느낌도 있더라. 아버지와 트럭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나 부상을 당한 뒤 재활하는 장면도 사라졌다고 하고.
"음, 그런 부분에선 아쉬운 마음이 있다. 한이안이라는 캐릭터만 놓고 보면 고교 랭킹에 오른 수영 유망주인데…그런 친구가 부상을 당하고, 재활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고, 결국 재활을 시작하는 장면들이 많이 삭제된 것 같다. 때문에 한이안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조금 적어지지 않았나 싶다. 사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 운동을 하다 부상을 당하고 그걸 극복해 나가는 부분인 건데…."

- 듣고 보니 더더욱 아쉽다. 러브라인의 결말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잖나.
"(러브라인에서) 전체적으로 한이안은 '멘붕'이었을 거다. 그렇게 이해하고 감정선을 이어가려 했다. 아쉽긴 해도 뭐랄까, 한이안의 매력적인 모습은 초반부에 많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풋풋하면서도 애틋한 그런 장면들은 고은별(김소현 분)과 함께 있는 장면에서 많이 나오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감사하다."

-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를 꼽아 보자면.
"대사는 워낙 기억나는 게 많아 하나하나 이야기하기 어렵다. (웃음)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버스에서 은별이 뒤에 몰래 앉아 문자를 보내던 그 장면!"

"연기 잘했을 때의 내 모습 보고 싶어, 오기 아닌 오기 생겼다"

- <후아유>로 첫 주연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앞으로 모델로서의 활동은 어떻게 되는 건가. 과거 인터뷰에선 '내 베이스는 모델'이라고도 말했던데.
"두 개 중 뭔가에 더 집중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처음 모델이 됐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을 하게 된 거니까! 그런데 우연찮게 <잉여공주>를 하게 됐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연기를 잘하게 되어 스스로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싶었고, 선배님들의 조언을 듣기도 하며 연기자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말하자면 <잉여공주>를 통해 연기자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게 된 거지. (연기) 연습도 집중적으로 하게 되고…. (연기를) 잘 했을 때의 나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오기 아닌 오기가 생겼달까. (웃음)"

 KBS2 월화드라마 <학교2015-후아유>의 배우 남주혁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인 <학교 다녀왔습니다>부터 <후아유>까지 주로 고등학생의 모습이었는데, 고등학생 역할을 하기엔 지금이 최적의 나이가 아닌가 싶다. 그런 만큼 내가 지금 가장 잘 할 수 있는 캐릭터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러니까, 다음 작품에서 고등학생 역할이라 해도 상관없다. (웃음)" ⓒ 이정민


- 과거 인터뷰에서 '슬슬 운동부로서의 마인드가 나타난다, 연예계 생활에 대한 승부욕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기 아닌 오기가 생긴다'는 말과 맥락이 닿는 것 같다.
"사실 승부욕이 그리 없는 성격이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없었던 승부욕도 생겼다. (웃음) 경기를 뛰어봐야 경험이 는다. 뛰어봐야 혼도 나고, 부족한 점에 대한 피드백도 얻을 수 있고….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많이 부딪혀봐야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운동으로 치면 '얘가 무슨 농구를 하냐, 아무것도 모르는데' 하는 거지.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기가 죽는 대신 '두고 보자, 내년에도 이런 말이 나오나 보자'하는 생각이 든다."

- 확실히 이런 말들에서 운동부 출신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투지가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렇다! 운동한 걸 후회하지 않는 게, 운동부 생활을 통해 무엇 하나 빠짐없이 모든 걸 다 배운 것 같다. 왜 운동부에서는 1, 2학년 때 주전으로 뛸 일이 거의 없지 않나. 그때도 노는 게 아니다. 그 동안 피나는 노력을 해서 3학년 때 주전이 되는 거지. 그래서 (연예계 생활에서도) 공백기가 마냥 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 기회가 또 올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는 기간인 거지. 또 운동이나 연기나 비슷한 게, 기본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농구도 패스, 드리블, 슛 같은 건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해야 한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체력부터 발성, 발음 같은 기본기가 잘 되어야 하지 않나."

- 여기까지 들으니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다. (웃음) 혹시 올해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생각하는 대로 잘 됐으면 좋겠다. 20살 때는 '말하는 대로' 다 됐거든. (웃음)"

 KBS2 월화드라마 <학교2015-후아유>의 배우 남주혁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 번 주연을 했으니 또 다른 작품에서도 주연을 하려는 건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후아유>는 '학교' 시리즈였고, 이건 정말 특별한 케이스였다고 생각한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캐릭터만 있다면 도전해 볼 생각이다." ⓒ 이정민


- 사실 '말하는 대로'라는 게 참 어려운 목표지 않나. 언제든 뜻하지 않은 슬럼프가 올 수도 있는 거고.
"운동을 하면서 슬럼프가 오지 않은 적이 없었다. 분명, 슬럼프가 올 거다. 하지만 이걸 잘 견디면…실력이 어마어마하게 는다. 그래서 슬럼프가 오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 좋은 게 아니니까 내심 '비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슬럼프)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연기자로서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속 남자 주인공 같은 역할, 진짜 꼭 해보고 싶다. 잘할 수 있다! (웃음) 또 팬 분들이나 대중 분들이 나를 두고 '소년 같다, 착해 보인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이와 정 반대 모습을 보인다면 어떨까도 생각한다. 누구나 착할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 나쁜 짓을 하면 더 무서워 보이지 않나. 아, 액션도 재밌을 것 같다. 이번에 <후아유>에서 아버지가 불량배에게 끌려가는 걸 막으려는 장면에서 액션을 했는데, 현장에서도 '주먹 쓰는 걸 가장 잘하는 것 같다, 많이 싸워본 것 같다'고 하더라. (웃음)"

- 마지막 질문이다. '남주혁' 하면 대중의 마음속에 무엇이 떠올랐으면 하나.
"20대의 남주혁으로서는, '뭘 해도 잘할 수 있구나'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갈수록 잘 하고 있구나, 나중엔 멋진 배우가 되겠구나' 하는. 아직 20대가 지나가려면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많은 걸 할 수 있을 거다.

남주혁 후아유-학교 2015 김소현 잉여공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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