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6시 30분,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유도 100kg급에 출전한 조구함(23, 용인대)이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4일 오후 6시 30분,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자 유도 100kg급에 출전한 조구함(23, 용인대)이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 소중한


이 사진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누군가요? 당연히 금메달을 입에 물고 있는 가운데 선수, 지난 4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아래 광주U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유도의 조구함(남자 100kg급)이겠죠.

그렇다면 가장 불행해 보이는 사람은 누군가요. 왼쪽? 오른쪽? 허공을 바라보는 왼쪽 선수는 입이 'ㅅ' 모양에 가깝고, 정면을 바라보는 오른쪽의 두 선수는 입이 'V'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왼쪽 선수가 가장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순서대로라면 가운데 선수가 1등, 오른쪽 두 선수가 2, 3등을 나눠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왼쪽 선수가 2등, 즉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고, 오른쪽 두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있습니다(유도는 3·4위전 승자, 패자부활전 우승자, 이렇게 동메달 수상자가 두 명입니다).

2등의 역설

'2등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금메달의 문턱에서 아쉽게 패한 은메달 수상자에 비해, 메달을 따지 못할 위기를 극복하고 동메달을 거머쥔 선수의 만족감이 더 크다는 의미겠죠.

실제로 이러한 현상을 두고 많은 심리학자들이 연구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이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을 대상으로 진행한 토마스 길로비치 미국 코넬대 교수의 논문인데요. 그는 1995년 국제 학술지 <인격과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시상식 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메달 수상자가 은메달 수상자보다 더 높은 행복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광주U대회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결승에서 상대 선수에게 끌려가다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역전 '절반'을 따낸 유도의 왕기춘(남자 81kg급)은 아쉽게도 이 판정이 번복되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시상대의 두 번째 높은 곳에 오른 왕기춘은 시상식 내내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기마 탄 금메달리스트 10000m 스피드 스케이팅은 이승훈을 위해 준비된 역사와 같았다. 보는 이도 자랑스럽고 무한하게 축하해주고 싶은데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갑자기 이승훈을 기마를 태운다. 이승훈 선수 행복하겠다.

▲ 기마 탄 금메달리스트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1만m 스피드 스케이팅 시상대.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이승훈을 은메달리스트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와 동메달리스트 밥 데 용(네덜란드)이 어깨에 짊어지고 환호하고 있다. ⓒ 김형효


문득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1만m 스피드 스케이팅 시상식이 떠오릅니다. 금메달리스트인 우리나라의 이승훈이 은메달리스트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와 동메달리스트 밥 데 용(네덜란드)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던 장면입니다. 세 선수 모두 환하게 웃고 있는 이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많은 이가 박수를 보냈습니다.

광주U대회에서도 모두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거머쥔 선수는 물론, 아쉽게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까지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땀을 흘렸으니까요. 우리가 1등부터 꼴찌까지 한마음으로 응원한다면, 아마 '2등의 역설'이란 말도 차차 사라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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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유니버시아드 2등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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