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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가운데 마이크)이 2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통합 절차 강행에 맞서 삭발한 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왼쪽) 등 노조 간부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가운데 마이크)이 2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통합 절차 강행에 맞서 삭발한 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왼쪽) 등 노조 간부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외환은행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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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수장들이 통합을 서두르기 위해 직원들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통합이 지연되면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통합을 강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6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 직원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특강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다. 안전상황실 직원 5,6명이 문 앞을 지키고 서서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섰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 일부 직원들은 출입하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또 일부는 "노조가 들어 올까 봐 막아서나 보다"라며 수군거리기도 했다. 김 행장은 기자들의 물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한 채 입장했다. 이날 김 행장은 임직원들에게 "(만약 통합이 지연돼) 외환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부실여신이 발생하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행장은 과거 구조조정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직원 2583명이 은행을 떠났고 2003년 카드사태 때는 론스타에 매각된 뒤 474명이 감축됐다"며 "적자가 발생하면 자산 매각과 인위적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근로조건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 행장은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없다"면서 "결국 급여 동결, 복리후생 악화, 승진적체, 신규채용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행장은 "이미 1년 간 (노조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진전된 것이 없다"며 "직원의 대표성이 결여된 대화단 구성으로 실질적인 협상보다 통합 지연이 목적인 것 같다"며 꼬집었다.

이어 "노조가 시간 끌기로 합의를 지연시킨다면 직원 여러분에게 직접 조기 통합 의견을 묻고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7일에는 강동·동부·중앙본부, 8일은 강남·강서·서부본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대구를 시작으로 사흘에 거쳐 부산·울산·경인 지역 등을 방문해 'JT와 함께하는 스몰빅 콘서트'를 열고 양행 직원들에게 통합 조건 등을 직접 설명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노조와) 대화만 하다가 세월이 다 지나가면 통합은 의미가 없다"면서 직접 직원들 설득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참고: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시간 지나면 통합 의미 없다") 이는 더는 외환노조와의 협상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사측과 노조는 조기통합을 둘러싸고 1년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지난 2월 4일 외환은행 노조가 신청한 '하나-외환은행 합병절차 중단'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합병 절차가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법원이 기존 가처분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사측은 다시 합병 절차를 추진하는 중이다. 현재 노사는 '2.17 합의서 수정안' 합의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여전히 양측의 입장을 좁히지 못하는 상태다.

노조 "노사 대화에 역행하는 행동" 반발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외환은행 수장들이 직원들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나선 것을 두고 "현재 진행되는 노사 대화에 역행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본부장은 "노조도 직원으로서 지금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회장과 행장이 또 다른 직원들과 대화하겠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에 찬성하는 일부 직원들은 통합이 무조건 경영상 도움이 되니까 찬성한다는 게 아니다"라면서 "협상이 잘 돼 생존권이 보장되는 통합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에서 수정된 합의서를 우리에게 전달했고 노조도 이번 주 내로 수정안을 완성해 다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하나은행, #외환은행, #조기통합, #김정태, #김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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