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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하나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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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시간이 지나가면 통합 의미가 사라진다"며 외환은행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에서 노사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김정태 회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는 계속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대화만 하다가 세월이 다 지나가면 (통합은) 의미가 없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리 돈이 소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기 통합으로 인한 비용 절감 같은 시너지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하나은행에서 합병 예비인가를 신청하면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도 "다만  심사할 때 노사 간 합의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노사 합의를 강조했다. (관련 기사: 금융위원장 "하나·외환은행 통합, 노사 대화 우선")

이에 김정태 회장은 노조에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하는 한편, 직원들 앞에 나서서 직접 호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노사 간 대화는 마라톤 협상이라도 하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면서 "(노조가) 자세만 바꾸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오는 6일까지 지켜보고 노사 간 대화에 진전이 없다면 직원들 앞에 내가 직접 나서서 대화할 것"이라며 "노조와 직원들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환은행은 외환은행장이 맡고, 나는 대구, 부산 등 지역부터 하나은행 직원들에게 통합에 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 "올해 안에 통합 안 되면 '외환은행' 이름도 사라져"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9월 말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등록면허세 비용 차이로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외환은행이 존속법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하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할 때 약 1400억 원,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할 때 약 3700억 원의 등록면허세가 발생하게 된다. 내년까지 통합이 미뤄질 경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하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금융회사 간 합병 시 저당권 명의 변경과 관련한 등록면허세를 75% 감면해준다. 하나금융은 행정 처리에 필요한 절차와 시간을 고려하면, 두 은행이 9월 말까지 통합에 성공해야 약 2754억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애초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할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통합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등록면허세가 3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외환은행을 존속법인으로 선택하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2·17 합의서도 2017년이면 효력이 끝난다"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마치고 조기통합을 통해 세금 혜택을 보고 또 그에 따른 혜택을 직원들이 받도록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도 이날 "외환은행 노조에 대한 직원들 불만이 거세다"고 압박에 나섰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사내 망에 노조의 신속한 대화 참여를 촉구하는 직원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또 본점 직원들이 의견을 모아 성명을 발표하고, 일선 영업점까지 '릴레이 성명서'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노조가 대화 의지 없는 것처럼 여론 조작"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가운데 마이크)이 2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통합 절차 강행에 맞서 삭발한 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왼쪽) 등 노조 간부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 위원장(가운데 마이크)이 26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통합 절차 강행에 맞서 삭발한 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왼쪽) 등 노조 간부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외환은행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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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김정태 회장의 협박이 오히려 대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한 사측이 직원들에게 사내망에 불만 글을 올리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본부장은 "2·17 합의서 수정을 위한 노사 간 4대 4 협상을 오늘 시작했다"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각자 자신의 초안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이 제시한 초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회장이 나서서 노조가 대화 의지가 없는 것처럼 여론 조작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최근 임원과 부서장을 통해 직원들을 동원하여 사내망에 글을 올리도록 강압하고 있는 것을 중단하라고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김정태, #하나금융, #외환은행,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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