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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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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지식채널e>의 연출자로 알려진 김진혁 PD가 지난달 22일 <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이하 5분)이란 신간을 출간했다.

이 책은 조용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되고 있다.

<5분>은 김 PD가 2013년부터 독립언론인 <뉴스타파>로 옮겨 제작한 다큐들을 모아놓았다. 영상과 내레이션으로 구성되는 보통의 다큐와 달리 김 PD의 다큐는 5분여 짧은 시간동안 영상과 자막으로 차별화를 꾀하였다.

똑같은 내용이지만 다큐를 영상으로 볼 때와 책으로 읽을 때 느낌이 달랐다. 책의 뒷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지난 22일 서울 5호선 마장역 근처 커피숍에서 신간 출간 이야기와 함께 김 PD의 미니다큐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5분>을 출간하신 지 오늘로 한달이잖아요. 초판이 다 팔린 것 같은데 반응은 어떠세요?
"어제(21일)만 해도 많이 팔린 지 몰랐는데 오늘 편집장에게 3쇄 인쇄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의외로 제게 느껴지는 책에 대한 피드백은 별로 없는 편이고 편집장 말을 들으면 좋은 것 같아요. 조만간 북콘서트 하는데 그때 좀 더 느끼지 싶습니다."

"EBS의 수능방송 이미지 바꾸려고 시작한 게 <지식채널e>"

- 책을 읽으며 다큐 한편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느낌으로 다큐를 볼 때와 다른 것 같아요.

"다큐는 시간 순서대로 들어오지만 책은 한눈에 들어오잖아요.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보기에 좀 더 압축적으로 느껴지고 영상이 빠지고 글로 가다보니 시를 볼 때의 느낌이 있어서 다큐보다는 여백이 많은 점이 다른 것 같아요."

- 김 PD하면 누구나 아는 게 EBS에서 제작했던 <지식채널e>일 거예요. <미니다큐>도 비슷한 포맷인데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2000년 중반 EBS가 수능방송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 했어요. 뭔가 임팩트 있는 특이한 영상을 만들어서 수능 방송만 하지 않는다는 걸 알리고 싶어 했고 그런 이유로 만들게 됐죠. 그러다가 지금처럼 다양한 내용을 하게 됐고 사회성 있는 내용까지 담았죠."

- 보통 다큐는 영상과 내레이션인데 <지식채널e>나 <미니다큐>는 영상과 자막이잖아요. 의도가 있을 것 같아요.
"애초에 해외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했는데 그 때 자막과 사진만으로 구성된 짧은 영상이 있었죠. 무언가 참신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영상은 그렇게 표현해도 무리가 없는 소재였기 때문에 이걸 아이템과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좀 튀어야 하니까 해보자고 했고 그게 자리를 잡은 거죠."

- 당시엔 생소한 것이라서 반대할 법해요.
"생각보다 반대는 없었어요. 왜냐면 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EBS 내 고민의 결과물이기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아이템 내용이 사회적인 것이나 정치적인 내용을 건드리는 것에서는 반대라기보단 논란이 있었죠. 원래는 이거보다 더 짧게 만들었어야 했어요. 1분 정도 공익광고 형식으로 만들려고 했어요. 근데 좀 더 많은 내용을 넣다보니 1분으로는 어렵더라고요."

- 책은 어떻게 해서 출간하게 되었어요?
"책은 지금 출판사가 예전에 <지식채널e>를 출간했던 곳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전 <뉴스타파>와 상의했는데 좋다고 해서 출간하게 되었죠."

"다큐가 특정세력의 프로파간다 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되죠"

- 프롤로그에서 "'5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과연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회의를 품고는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세상이 그로 인해 더 나아진 것 같지 않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는 내용이 공감이 가요.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은데.
"늘 고민인 것 같아요. 영상이 꼭 세상이 더 나아지는데 기여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지식채널이나 미니다큐의 특성상 아무래도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보니 그러한 기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렇더라도 특정한 세력만을 위한 프로파간다가 되지는 않아야 하기에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조심하게 되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애매해지는... 제가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는 것 이상으로 세상에 기여를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세상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만드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걸 보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스스로가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할 때 보다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 보람도 있을 것 같아요.
"보시고 좋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고, 이게 학교나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죠."

- 전염병에 대한 다큐가 있잖아요.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만든 작품인데 메르스 사태가 나서 많은 이야기가 되는데 어떻게 하게 됐나요?
"메르스를 예측한 건 아니에요. 원래는 감염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모든 문제가 정치와 관련있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선택된 거예요. 운이죠."

김진혁 PD
 김진혁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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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공개된 '메르스에 대해 정부가 했어야 할 일들과 시에라리온'도 화제입니다.
"일단 메르스 이슈가 계속되고 있잖아요. 하지만 기사가 너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정부가 잘못한다는 걸 알긴 아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뭐가 문제인지가 헷갈리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으로 방역을 할 때 어떤 순서에 의해서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를  먼저 짚어 봐야 하고 그 차원에서 정부가 못한 게 무엇인가를 명확히 해야만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아요, 그럼 우리나라 정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비교를 해보자라고 할때 에볼라를 대처했던 시에라리온과 비슷하다는 거였죠."

- 다큐 아이템은 어떻게 잡아요?
"한두 가지 방법이 따로 있진 않아요. 저와 같이 일하는 작가가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보는 데 단순하게 하나의 사건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이면을 보려고 애를 써요. 그걸 거창하게 말하면 시대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죠. 시대정신을 저희 나름대로 고민하고 판단해서 그것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 뭔지 생각하는 거죠. 거론되는 것 중에서 하나를 뽑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에드워드 머로 편은 제작할 당시가 아마 우리나라에서 매카시즘이 얘기될 때일거예요. 그러면 그걸 단순히 정부의 언론 탄압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이면엔 공포나 광기가 있고 공포나 광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에드워드 머로가 잡힌 거죠. 늘 이런 식이에요."

- 임종국 선생 이야기도 인상에 남아요.
"임종국 선생 편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었냐면 그분이 원래부터 역사에 관심 있던 분이 아니에요.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친일 청산이나 역사 이야기를 할 때 '친일파 나쁜 놈'으로 심플하게 되어있잖아요. 대부분은 예전의 친일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임종국 선생처럼 알고 보니까 이게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임 선생이 딱 그 과정을 겪었던 사람인거에요. 때문에 임 선생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친일파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임 선생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근현대사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룬 거죠."

"제작비는 EBS가 많지만, 뉴스타파가 더 자유로와"

- EBS에 계셨지만 지금은 <뉴스타파>에서 제작하시잖아요. EBS보다 <뉴스타파>가 작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오히려 EBS에 있을 때보다 좀 더 자유롭죠. 아무래도 방송국에 있으면 여러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사장을 KBS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EBS는 방송통신위원장이 임명해요. 무슨 얘기냐면 자유롭게 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거든요. 물론 제작비는 EBS가 당연히 더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타파>에서 만들 땐 훨씬 자유롭게 하죠. 그렇다고 무조건 정부비판만 하는 건 아니에요. 훨씬 자유롭게 생각하고 고민하기 때문에 훨씬 좋아요."

- 해직 언론인에 대한 다큐도 준비하시는 것으로 알아요.
"이명박 정부부터 17명 정도의 언론인이 해직되었어요. 그분들이 어떻게 해직됐고 해직이 된 이후에 어떤 고민을 가지고 버텨 왔는지 그리고 해직됐음에도 우리나라 언론이 좀 더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애쓰고 계신데 그런 내용을 담담하게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가을까진 완성하려고 합니다."

- 다큐 한편을 제작하는데 기간은 얼마나 걸려요?
"작가 입장에서는 보통 3, 4주 걸려요. 그러나 PD 입장에선 2주 걸려요. 왜냐면 작가는 서너 명이지만 연출은 저 혼자라서 빨리해야하니."

- 지금까지 작품 중에 잘한 작품과 아쉬운 작품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글쎄요. 연출자 입장에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반응이 별로인 게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서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연출자 입장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에드워드 머로 편입니다. 그건 아마도 에드워드 머로가 TV를 바보상자가 아닌 무지, 불관용, 무관심과 맞서 싸우는 전투에 있어 유용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이 PD로서 큰 힘 혹은 위로가 됐거든요. TV를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그러나 원래 TV가 처음 생겼을 때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거죠. 우리가 TV를 상업적으로만 접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옛날에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는 걸 보고 반가웠어요. 그리고 <지식채널e>란 프로그램이 'TV는 더 이상 바보상자인 것만 하는 건 아니다'란 것이에요. 그런 생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에드워드 머로 편을  좋아하죠.

아쉬웠던 편은 세월호 관련해서 몇 편을 만들었는데 세월호 사건이 한창 일어날 때에 비해서 1주기 때 만든 것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편인데요. 조회수가 생각만큼 안 나오더라고요. 아무래도 많이 힘들짆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더라고요."

- 김 PD에게 '5분'은 무엇인가요?
"문득 멈춰서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바로 그 시간에 우리는 우리에게 대단힌 중요한 선택을 하기도 하고, 기존에 걸어온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자기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기도 하죠. 그 5분의 멈춤이 살아온 지난 수많은 시간을 해석하게 만들고, 더불어 이후 수없이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진혁, #5분, #미니다큐, #지식채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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