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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기자단은 방학을 앞두고 대학생 '3D알바' 혹은 '꿀알바'로 불리는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취재했다.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을 심층 인터뷰 해 학원, 술집, 보조출연 아르바이트의 허와 실에 대해서 알아봤다. – 기자 말

대학생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는 아르바이트 중 '학원 보조강사 아르바이트'는 '괜찮은 일' 축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괜찮은 근무환경과 시급 덕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학원 알바는 속칭 '꿀알바'라고 불리기도 한다. 진정 학원 알바는 '꿀알바'일까?

'학원 알바'를 경험한 4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4명이 쏟아낸 이야기 중에는 겹치는 부분도 있었지만, 분명히 같은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천차만별이었다. 4명의 시급도, 근무조건도, 환경도 모두 달랐다.

[사례①] 다니던 학원에서 학원 보조 강사로 재취업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동네 학원이었어요. 시험감독, 채점, 오타 점검 등 조교 일을 주로 해요. 원래 화, 목에 3시간 정도 하는데 일정이 있으면 말씀드려서 조정할 수도 있어요."

A(20, 여)씨는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에서 '조교로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받았다. 다녔던 학원이고 원장님과도 친분이 있던 상태라 '용돈 조금 번다'는 개념으로 학원 조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급여는 최저임금보다 많았고, 시간 조정도 되는 편이어서 학기 중에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사례②] 알바 중계사이트 통해 찾아간 학원 알바

B(20, 여)씨는 학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3주가 되었다고 했다. 알바 중개 사이트에서 이력서를 넣고 연락을 받아 일을 시작했다. 시급 8000원을 받으면서 중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녀는 학원 알바가 "과외보다 급여는 적지만 준비할 것도 없고, 경력도 되어서" 괜찮다고 했다. "시급은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근무시간 등 고려해보면, 최저도 못 받는 친구들도 있는데"라며 일의 강도에 비해 시급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겨울방학 한 달 동안 콜센터에서 풀타임 근무를 했었는데, 그에 비하면 학원알바의 노동 환경은 훨씬 좋다고 했다.

[사례③] 보조 강사를 잡일에만 쓰는 학원

C(21, 남)씨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학원알바를 시작했으나, 거의 착취 수준의 일에 직면해야 했다.

"첫 번째 학원에서 하던 일은 강사들 밥 심부름이었어요. 강사가 배달이 안 되는 곳에 주문을 하면 밥을 갖다 줘야 했고 밥 먹고 난 뒷정리도 내 몫이었어요. 선생들이 운동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빨래 세탁하기, 출석체크, 성적 입력, 시험지 채점, 학생들 쓰레기 청소, 아침마다 화장실에 있는 수건 갈아주기, 강사 담뱃재 치우기, 바닥 닦기... 이런 식으로 노동착취를 했는데, 2014년에 시급 5500원만 주더라고요."

C씨가 일하던 학원에서 그의 직함은 '부담임'이었다. 그러나 이름만 부담임이었지 조교 일에다가 쓰레기 청소, 밥 심부름 등의 잔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일하는 것에 비해 급여가 적절했냐는 질문에 그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원강사 아르바이트는 6500원은 기본 베이스로 깔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직원들이 할 일을 우리가 다 했어요. 청소까지도. 직원은 지시만 했어요."

학원 보조강사 아르바이트는 꿀알바?

학원 아르바이트 노동의 상황은 경우마다 너무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시급을 주고, 노동의 강도나 위험도 그다지 높지 않아 괜찮은 근무환경인 것으로 보인다.

"저는 학원 알바가 '꿀'이라고 생각해요. 업무량이 적은데 불구하고 시급이 높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 같은 (학교) 조교일 하면 6000원에서 1만 원 사이 받기는 하지만, 보통 학원 알바는 8000원에서 2~3만 원 사이니까 시급이 많은 경우가 많고요. 최소한 술집에서 일하면 설거지에, 서빙에, 진상손님도 있는데 여긴 그런 거 없고..." - D씨

시급이 높고, 쾌적한 근무 환경, 이 두 가지 때문에 학원 알바는 '꿀알바'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런 꿀알바에도 어두운 면이 있다. 바로 '인간관계'이다. C씨는 알바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사무장과의 마찰 때문에 학원을 그만두었다.

"사무장 연줄로 직원이 하나 들어왔어요. 그런데 일을 못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자기는 알바 아니고 직원이라고 권위를 내세운 거죠. 이 직원이 사무장한테 제가 싫다고 얘기를 해서, 사무장도 저를 안 좋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일을 잘 하니까 자르진 못했어요. 하루는 제가 너무 아파서, 며칠 참다가 아파서 못 가겠다고 아침에 전화했습니다. 그러니 사무장이 '어제까진 잘 해놓고 왜 안 나오냐'며 '이해가 안 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다른 분을 통해 그날 개강일이라 바빴는데 안 나왔으니까, 사무장에게 사과를 하라고 말하라고 시켰더라고요. 그 뒤로도 이상한 말을 몇 번이나 들었어요."

D씨는 관계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겪었다.

"직속상관이랑 싸웠어요. 업무량이 기본 100이라고 하면 150을 추가로 줘요. 50이 아니라 150이요. 즉 250을 한 번에 주는 거죠. 이거 일주일 내내 해도 할까 말까 한 데 계속 하라는 거예요. 그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보니 그냥 '네'라며 받는 거예요. 저는 바로 '못해요' 했어요. '나는 불가능하고 할 생각도 없다'며 실제 안 해보시고 이렇게 시키면 어떻게 하냐고 따졌어요. 싸우면서 좀 버티기는 했는데 탈모가 오더라고요."

학원 알바에게는 근로계약서도 없고...

학원 아르바이트 역시 근로기준법을 지키는 사업장은 아니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학원이 태반이었고, 인터뷰를 한 4인 모두 5인 이상 사업장이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았다.

휴학하지 않는 한, 수업을 들으면서 알바를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시급이 높고 과외보다 부담이 적은 '학원 알바'는 확실히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학원 알바=꿀알바'의 의미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른 알바보다는 괜찮다는 의미로 '꿀'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지만, 학원아르바이트 역시 하나의 '알바'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김우린은 알바노조 대학생기자단 기자입니다.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 02-3144-0935



태그:#아르바이트, #학원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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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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