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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노조 회원들이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맞아 영국 맥도날드 노동자의 파업에 동참하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부당한 노동자 처우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의미로 4일 오전 맥도날드 서울 신촌점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알바노조 회원들이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맞아 영국 맥도날드 노동자의 파업에 동참하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부당한 노동자 처우 등의 개선을 요구하는 의미로 맥도날드 서울 신촌점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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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과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아래 '맥도날드')는 2017년 6월 16일에 단체교섭을 위한 첫 상견례를 열었다. 그 뒤 수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보장할 가장 중요한 사항인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금지(즉,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는 행위 금지)'와 '교섭에 참여하는 현직 노동자에게 교섭참여 시간에 대한 급여 지급'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본교섭을 진행하기 위한 사전협약조차 맺지 못한 채 교섭은 10월 18일에 결렬되었다.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조건

'대체 왜 맥도날드에서 노동조합을 하는가?'라고 물어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한다"라고 답할 수 있다. 어째서 당연한가? 다른 수많은 사업장들과 마찬가지로 맥도날드 노동 현장에도 해결해야 할 온갖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알바'라고 칭하는 일은 젊은 사람들이 정식 취업 전에 사회경험 쌓으려고 잠깐 하는 일 내지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용돈 벌려고 하는 일 정도로 취급됐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일을 아예 직업이자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전국의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생계 및 자녀 교육을 위해 일하는 이른바 '주부사원'과 '실버사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맥도날드에서 '투잡'을 하는 중년층도 많다.

이렇게 '알바'라 불리는 노동이 생업화되고 있지만,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대단히 열악하다. 2015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세 번째로 긴 주당 노동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부모와 두 명의 자녀로 구성된 가정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한국에서 최저임금으로 이런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무려 58시간(주 5일 근무일 경우 하루에 11시간 30분 가량)을 일해야 한다. 또한 법정 근로시간보다 더 많은 노동을 강요당하는 정도 역시 OECD 내에서 한국이 3위다.

맥도날드 노동현장 내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크루(일반 아르바이트 노동자), 라이더(배달사원), 매니저 할 것 없이 누구나 고강도의 노동과 착취적인 구조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다. 크루들은 머리망이나 구두를 비롯한 필수 품목을 지급받지 못한 채 사비로 구입하도록 지시받고, 식대 역시 돈이 아닌 햄버거 따위의 현물로 지급되고 있기에 햄버거가 아닌 다른 것을 먹으려면 자기 돈으로 사먹어야 한다.

유니폼 환복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며, 휴식시간에 대해서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건 근로기준법에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 3항에서는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인 유니폼 환복시간 및 휴식시간도 실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마땅하지만, 출퇴근시간을 체크하는 지문인식기가 크루룸(직원용 휴게실 겸 탈의실)이 아닌 주방 안쪽과 같은 작업공간 내부에 있는 탓에 모든 직원들은 유니폼을 다 갈아입고 난 뒤에 출근 지문을 찍게 된다.

휴식에 있어서도,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그리고 제50조 3항의 규정까지 함께 올바르게 적용하자면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노동자가 일터에 있는 모든 시간'에 대해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맥도날드의 급여산정시스템에서는 휴식시간을 근무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휴식시간 포함하여 매장에 4시간동안 있는 크루의 경우는 30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한 3.5시간분의 급여만을 지급받는 식이다(휴식을 갈 때와 휴식에서 돌아올 때, 출퇴근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문인식기에 지문을 찍는다). 이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도 극심한 노동 강도에 비하면 애교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비용 절감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본사의 압력에 의해 매장은 언제나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것을 강요받는다. 이로 인해 크루들은 원래대로라면 2~3명이 하게 되어 있는 일을 혼자서 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겪게 된다. 그 결과 (맥도날드가 언제나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빠른 서비스도 불가능해지는데, 그럴 때 고객들의 항의와 비난은 언제나 크루들에게 쏟아진다.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크루들이 생겨나면, 인원이 줄어들어 일은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최근엔 매출 감소를 이유로 원래 8시간 일하던 크루의 근무시간을 6~7시간으로 줄이거나 아예 근무 요일 수를 줄이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라이더들의 경우는 빠른 배달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압력에 의해 과속과 교통법규 위반을 일상적으로 강요당하며, 그 때문에 교통사고를 자주 당한다. 그러나 사고를 당해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산재 처리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맥도날드는 언론을 통해 "라이더의 경우 4대보험 외 회사차원의 추가적인 상해보험을 제공하는 등 더욱 안전에 신경 쓰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2016년경에 알바노조에서 전·현직 맥도날드 노동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해에 대한 산재처리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4%정도였다. 또 신속배달을 위해 교통법규를 어기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과태료를 물었는데, ('신속한 서비스'라는 회사의 방침에 의해 그렇게 내몰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고스란히 라이더 개인의 비용으로 떠넘겨져버린 사례도 보고됐다.

매니저들의 경우는 어떨까? 이들은 관리자이므로 편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조금도 그렇지 않다. 맥도날드의 매니저는, 매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작업에 다 뛰어들어야 하는 사실상의 '다기능공'이다. 기계가 고장나면 고쳐야 하고, 고객이 항의할 경우에는 응대해야 하고, 인원이 부족하면 직접 카운터와 주방에 뛰어들어 작업을 한다. 그러면서도 수익금 정산이나 자재관리, 비품관리, 매장 시설 관리 등의 업무를 동시에 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휴식은커녕 기본적으로 주어진 일조차도 법정 근로시간 이내에 다 끝내지 못해 연장근무를 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비용절감을 요구하는 본사와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며 수당을 청구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맥도날드의 매니저 중 가장 직급이 낮은 매니저는 월급제가 아닌 시급제로 급여를 받는데, 퇴근 때까지 일을 다 못 끝낼 경우 지문인식기에 퇴근 지문을 찍고 나서 잔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사측은 "근무 기간 및 시간에 따라 적법한 시급과 수당을 철저히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모든 문제들은 노동자 개개인이 개별 점장이나 가맹점주에게 하소연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점장이나 점주 개개인의 성향이 아닌 맥도날드의 시스템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며, 모든 해결의 열쇠는 이 시스템을 만든 본사가 쥐고 있기에, 노동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모아 본사에 압력을 가하며 직접 요구해야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알바노조 조합원은 자신이 근무하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급여인상 및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요구를 하였지만, 해당 매장의 점장은 '본인에게는 권한이 없고 본사에 문의해보겠다'는 답변을 하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알바노조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수단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단체교섭 요구를 해 온 것이다.

 한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가 17일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걷기대회 만원:런' 참가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 맥도날드 라이더(배달원)가 지난 6월 17일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걷기대회 만원:런' 참가자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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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하다 해고되면 무슨 소용?

보통 단체교섭이 성사되면 교섭장소는 본사 회의실 같은 장소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단체교섭이 취업규칙을 갈음할 단체협약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인사관련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도날드 측은 처음부터 교섭장소를 본사가 아닌 사설 스터디룸으로 잡았고, 결렬될 때까지 줄곧 그런 곳에서 교섭을 해왔다. 사측이 밝힌 그 이유는 "본사 직원들의 근무환경 보장을 위해서" "교섭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맥도날드는 실제로 자신들에게 돈을 벌어다주는 현장 노동자들의 근무환경보다도, 내부 직원이 아니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본사 사무실(광화문 교보빌딩 안에 있다)에서 근무하는 상급자들의 근무환경을 더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현장의 알바노동자들은 직원이 아닌가? 심지어 사측은 공신력있는 제 3의 장소인 노동청 같은 곳에서 교섭을 하자는 노측의 제안도 거부하였고, 교섭 관련 내용을 어느 누구에게도 일체 공개하지 말 것을 노측에 계속해서 요구하였다.

본교섭에 들어가기 전, 교섭의 전반적인 룰을 정하는 사전협약을 맺는 단계에서부터 사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하였다. 논의하고 교섭해야 할 사항이 산더미같이 많기에 노측은 주 1회 교섭을 제안하였지만, 사측은 자신들의 일정이 이미 있다는 이유로 3주 1회 교섭하자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인 회의록 기록에 있어서도 사측은 논의 내용을 전부 기록할 것을 거부하고, 최종적으로 합의된 결과만 간략하게 기록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논의는 몇 주가 되도록 지지부진해졌다. 결국은 2주 1회 교섭하기로 타협하고, 교섭 장소도 제3의 장소로 하기로 결정했으며, 회의록도 자세한 내용 없이 합의 사항과 논의 사항만 간략하게 기록하기로 합의했다. 모두 현장의 노동자들을 위해 빨리 기본협약을 매듭짓고 본교섭으로 넘어가기 위한 타협이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기 위해, 그리고 현직자가 단체교섭에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인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금지'와 '교섭에 참여하는 현직 노동자에게 교섭참여 시간에 대한 급여 지급'에 대해 사측은 "그건 지금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하였다.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금지라는 것조차 원래는 '조합원에 대한 재계약 보장'이 요구사항이었으나 사측이 "그건 특정 직원에 대한 특혜다"라고 거절해, 노측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좀 더 보편타당한 문구로 먼저 수정하여 제안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사측은 그마저도 거부했다.

참고로 알바노조의 이가현 위원장은 맥도날드에서 근무했었지만 자신이 조합원임을 밝힌 이후 재계약이 거부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은 "우리는 그런 적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고, 어떠한 명문화된 약속도 해주려 하지 않았다.

알바노조와 맥도날드의 단체교섭 성사를 위해서는 조합원 중 현재 맥도날드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 필자가 신분을 사측에 공개하였다. 그 결과 알바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어내 맥도날드를 교섭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교섭의 성립을 위해서는 필자 역시 교섭에 반드시 참여해야만 했다.

그러나 필자는 교섭이 있는 날, 또는 교섭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날에는 근무를 미리 빼서 스케쥴 신청을 해야만 했다. 근무일과 교섭일이 겹쳐버리게 되면 교섭에 참여하기 위해 결근 내지는 조퇴/지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건 고스란히 나 자신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또 갑자기 근무 인원수 1명이 모자라는 상황이 되는 것이기에 매니저나 동료들이 일하기 힘들어진다. 즉, 필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보수로 본사와의 단체교섭에 임해왔다.

하지만 교섭에 나오는 본사 직원들은 교섭 시간을 모두 자신들의 근무로 인정받는다. 노측 교섭위원이건 사측 교섭위원이건 모두가 맥도날드 전체의 노동조건을 정하는 중요한 업무를 동일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대우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도 위배된다. 단체교섭은 이번 한 번만 하고 끝날 게 아닐진대, 이런 상황이라면 향후에 어느 크루들에게 단체교섭에 참여하라고 권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을 문제제기하자, 경총 소속의 사측 교섭위원은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

"이 자리에 참석하시는 데 아무 불편 없으시지 않습니까."

한 달에 두 차례 교섭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1명의 노측 교섭위원이 한 달에 103,520원(현행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을 기준으로 이틀치인 16시간 근무할 경우의 명목임금)의 생돈을 날리는 것 정도는 자본의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아보이는 걸까.

이런 상황이었기에 알바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본교섭에서 논의해야 할 여러 노동조건에 관한 내용들도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그 논의를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해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존재 의의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조합원에 대한 신분 보장은, 알바노조로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요구였다.

조직과 단결을 '머나먼 것'으로 만드는 법과 제도

단체교섭이 결렬된 뒤, 알바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두 차례에 걸쳐 조정위원단, 노측, 사측 사이의 조정회의가 진행되었다. 조정위원들은 알바노조가 요구한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금지'와 '교섭에 참여하는 현직 노동자에 대한 급여 지급'에 대해, 이것은 근로조건과 무관하므로 조정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조정위원들은 노측에 대해 "행정지도(조정대상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판결이 나는 것)는 노조에게 좋지 않다. 실제로는 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조정신청을 했다는 소리니, 사측에 의해 무능한 노조로 낙인찍히고 조합원들에게도 신뢰를 잃을 것이다. 서로 합의하고 조정을 취하하거나, 사측이 합의를 안 해줘도 노측에서 일방 취하하는 게 더 좋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 그리고 노측의 두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교섭 참여 현직자 급여 지급은 잘 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 같지만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금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타협을 위해 후자는 포기하는 게 어떻겠냐"라는 식의 '조언'을 던졌다.

그러나 자신이 조합원임을 자기 소속 매장의 동료들에게도 밝히기 어려워하고 집회 때마다 가면을 쓰고 발언하는 알바노조의 현직자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측이 타협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조정을 취하(일방취하)하는 식으로 백기투항한다는 것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공익위원들은 "행정지도라는 결론이 나오면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해 실망할 것이다"라는 논리로 노측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는 노동위원회가 비현실적인 혹은 반(反)노동자적인 관점에 입각해서 모든 일을 판단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다. 공익위원들의 말과는 달리, 실제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절실한 문제에 있어서 노조 교섭팀이 사측과 '타협'했다거나 또는 아예 문제제기를 '취하'했다고 하면 오히려 거기에 대해 분노하고 노조를 불신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기보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소리를 듣는 노사정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타협이라는 소위 '보기 좋은' 모양새를 만들어내는 걸 목적으로 둔 기관처럼 느껴졌다. 또한, 노동자들이 해고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직원이건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직원이건 같은 일을 한다면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 이것이 어째서 '근로조건과 무관한 일'일까. 만약 법이 그런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 법은 명백히 잘못된 법이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알바노조의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대상 아님'으로 판결을 내렸다. 이 결과에 대해 알바노조 위원장과 필자를 비롯한 노측 교섭위원들은, 오히려 후회는 없다는 느낌을 함께 나누었다. 우리의 존재 의의와 관련된 중요하고 근본적인 원칙과 요구에서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았고, 그 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최대한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조그만 틈새가 마침내 둑을 무너뜨릴 것이다

어쨌든 맥도날드와의 단체교섭은 다시 진행될 것이다. 맥도날드 측은 "회사는 교섭의지를 보였고, 대부분 교섭 원칙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지금 시점에서 사측이 우리의 절박한 요구인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 금지'를 인정하지 않고 노동위원회조차 이를 인정하지 않았을지라도, 우리는 이 요구를 끝까지 안고 가면서 계속 제기할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것은 노동조합의 존재 이유이고,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요구이기 때문이다.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호응도는 높다. 필자가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에게 나 자신이 알바노조의 조합원임을 밝히고 단체교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분들이 격려와 응원의 반응을 보내주시면서 자신들이 생각해 온 요구사항과 아이디어를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작은 것이라도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 분명 변화는 올 것이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라는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고 노동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물꼬를 트려는 중이다. 지금은 단단해 보이는 둑에 처음 틈새를 내기 위한 못질을 하는 단계이다. 그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금이 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금이 가고 나면, 거기서 새나오는 물이 마침내 틈새를 구멍으로 만들고, 그 구멍은 점점 커져서 마침내는 둑을 무너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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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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