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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숙씨
 오지숙씨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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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 중 한 소절이다. 발표된 지 10년도 넘은 이 곡이 '네버 엔딩 스토리416'으로 재탄생해 많은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화제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네버 엔딩 스토리416'의 뮤직비디오는 세월호 유가족과 평화의 나무 합창단, 그리고 일반 시민 등 54명이 함께 불렀다. 이번 뮤직비디오를 기획한 오지숙씨를 지난 4일 여의도에서 만나 뮤직비디오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오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5월 29일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부른 '네버 엔딩 스토리'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애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요. 일주일 안 되었는데 조회수가 10만 가까이 되어가거든요. 많이 보시는 것 같아요."

- 유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참여하셨던 분들은 참여하는 과정에서 아이를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시고 또 아이와 행복했던 기억을 아름답게 남길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고 하셨어요."

- 어떻게 해서 기획하게 되었나요?
"제가 2월 11일 즈음 차를 타고 가면서 우연히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들었어요. 그전에도 알던 노래인데 그날따라 가사가 가족을 잃은 분들의 마음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작년 4월 28일부터 1인시위를 했는데, 안타까운 건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규명을 원하지 않는 쪽에서 세월호 문제를 좌우 이념 문제로 몰고 가는 거예요. 이건 생명에 관한 얘기고 아픔에 관한 얘기인데 이념대립으로 몰고 가는 거죠. 세월호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들도 점점 줄어들었잖아요. 세월호 참사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세월호 참사가 아픔을 당한 이웃의 이야기임을 상기시키고, 국민의 관심을 재고할만한 뭔가가 없을지 고민하던 참이었어요.

" '네버엔딩스토리', 정치적 관점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

근데 이 노래를 들으며 노래 가사가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 오늘도 넌 숨쉬고 있지만'으로 시작해서 '힘겨워 하던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은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심정이잖아요. 자식을 잃은 분들의 마음을 대변한 가사와 호소력 있는 보컬을 가진 부활의 '네버엔딩스토리'라면 정치적인 관점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가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노래를 그분들의 아픔과 그리움을 포현하는 노래로 써보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어요."

- 기존 노래에 영상만 넣어도 될 텐데 녹음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처음 기획을 할때 넣고 싶은 영상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중간에 간주가 길어지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서 새로 편곡을 해야 했어요."

- 첫 장면이 아침 등굣길과 단원고 운동장이잖아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노래를 들었을 때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가 아이들이 지금 가 있을 하늘 같았거든요. 그리고 '너와 머물던 작은 의자 위에 같은 모습의 바람이 지나네'가 아이들은 가고 없는데 아이들이 생활했던 공간은 여전하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 중간중간 사진들도 인상 깊어요. 어떻게 사진을 넣을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기획을 하면서 여러 분들에게 뮤직비디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자문을 구했는데 제게 가장 와 닿았던 말씀이 누구나 부담 없이, 너무 아프지 않은 마음으로 볼 수 있게 잔잔하게 그려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 활동에 대해 비판적이신 분들도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우리 아이들과 찍은 사진들이 생각이 났어요. 제가 아이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사진이 많아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거나 집에서 밥 먹는 등의 모습의 일상의 사진 등 특별하지 않고 기교도 없지만 소소한 행복이 묻어나는 사진들이지요. 세월호 가족분들께도 그런 사진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탁 드렸더니 70가정 정도가 사진을 모아주셨어요."

- '네버 엔딩 스토리'는 부활의 기타리스트 감태원씨의 곡이잖아요. 7장의 편지를 보내셨다던데 편지 쓰시려면 아무래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태원씨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가수잖아요. 그런 분에게 어떻게 허락받을지 고민이 되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편지를 쓰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아는 분 중에 방송계에서 일하는 분에게 김태원씨 주소 하나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분이 부활 엔터테인먼트 주소를 알아봐 주셔서 편지를 썼죠.

"김태원 거절하면 이 기획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생각"

용기가 필요하긴 했어요. 허락을 해주실지 안 해주실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내가 편지를 진심을 다해 쓰고 그분이 받으시고 거절하시면 이 기획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 만약에 허락하시면 다음 단계로 나가자'고 생각했어요."

- 7장이면 적지 않는 분량인데 무슨 얘기를 하셨어요?
"김태원씨는 그전에 세월호에 대한 언급을 따로 하시진 않으셨어요. 그렇기때문에 김태원씨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제가 모르니까 일단 언론에서 잘 전달되지 않는 세월호 참사의 실상과 참사로 인해 가족을 잃은 분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을 저는 가까이서 보고 있었으니까 담담하게 적었어요. 그리고 제가 참사가 났을 때부터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1인 시위를 중심으로 그분들 옆에서 지켜봤는데 가슴이 아팠다는 얘기를 했어요.

오지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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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김태원씨 팬이거든요. 그래서 팬이란 얘기를 하면서 어느 날부터 예능에 나오셔서 웃음을 주시는 데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예능 프로에 나와서 누군가의 웃음의 대상이 된다는 게 가슴 아팠어요. 물론 예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김태원씨를 락커로 좋아해서 그런 부분이 아쉬웠는데 어느 날 토크쇼에 나와서 하시는 말이 '고민이 많았는데 후배가 어디까지 갈 거야?'라고 묻더래요. 그 얘기를 듣고 본인이 '너도 자식이 있지? 너는 자식을 낳았는데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하고 떠나보내는 심정을 아니? 난 이제 그러기 싫어'라고 하셨데요.

즉 자기가 자식 같은 마음으로 작사·작곡해서 내놓은 노래들이 제작비가 없어서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게 너무 가슴 아파서 이렇게 해서라도 음악을 알려야겠다는 얘기였어요.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동안 김태원씨에 대해 섭섭했던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얘기를 편지에 쓰면서 '김태원씨가 자식 같은 마음으로 만든 '네버 엔딩 스토리'를 자식을 읽은 부모를 위로하는 노래로 쓰고 싶은데 허락해 달라'고 썼어요."

- 직접 연락이 왔나요?
"제가 수요일 등기우편으로 보냈더니 목요일 도착했더라고요. 그러나 그 다음 주 화요일까지 연락이 없으신 거예요. 시간이 더 지나면 대답을 못 듣겠다는 생각에 주소 들고 부활 엔터테인먼트 사무실로 찾아갔어요. 뭐든 대답을 듣긴 해야잖아요.

김태원씨가 하시는 음악 학원과 부활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이 같이 있었는데 학원 쪽 관계자는 계셨지만 엔터테인먼트쪽은 아무도 안 계신 거예요. 그래서 부탁드려 엔터테인먼트 이사님하고 전화 통화가 되어서 사정을 말하면서 편지를 물었더니 모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말씀드렸더니 메일로 보내달라고 해서 집에 돌아와서 메일을 보냈죠. 그랬더니 그날 저녁 이사님으로부터 김태원씨가 허락했다는 전화가 온거예요."

- 연주자 섭외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연주자 섭외는 편곡자님이 하셨어요. 저희가 뮤직비디오니까 음악과 영상을 만들어야잖아요. 저는 이쪽 분야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기획하고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직접 한 건 아니고, 편곡자님이 편곡하시고 세션 섭외 하셔서 녹음 과정을 지휘하셨고 영상에 관한 것 역시 아이디어는 공유했지만 촬영과 편집은 연출자님이 하셨죠"

- 녹음하면서 많이 우셨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가족분들은 아무래도 아이들이 많이 생각나잖아요. 얘기를 들으면서 가슴 뭉클했던 게 노래를 부른지가 1년이 넘었다고 하세요. 슬픈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고 기쁜 노래는 마음이 슬프기 때문에 안 불러지잖아요. 그래서 사고 이후 노래를 거의 안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나 이 곡은 아이들이 생각나는 슬픈 노래지만 노래를 하면서 치유가 되었다고 얘기 들었어요."

"1년 넘게 그처럼 활짝 웃는 세월호 가족들 본 적이 없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나요?
"제가 겉으로는 웃었지만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린 장면이 있었는데 뮤직비디오 초반에 솔로 부분이 있고 뒤에 합창이 있잖아요. 솔로 부분은 먼저 다른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고 합창은 더 큰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는데 합창 녹음 날 솔로하신 분들도 함께 서서 솔로 부분을 또 촬영하셨어요. 대열이 서 있는 상태에서 자기 부분만 따로 촬영한 거죠. 전날 솔로 촬영 때는 자기 혼자 서서 촬영했는데 지금은 다른 분들도 다 서 있고 혼자 노래를 해야 해서 부끄러워하셨어요. 그래서  NG가 나는 거예요. 여러분이 응원해 주시고 몇 번 촬영해서 감독님의 OK 사인이 났어요. 그럼 옆에서 박수를 쳐주셨어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마지막에 엔딩 올라갈 때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였어요.

그걸 보고서 제가 1년 넘게 세월호 가족들을 옆에서 봤지만 그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근데 웃는 모습을 보면서 이분들이 이렇게 잘 웃으시고 기쁨이 있는 생활들을 하셨을 텐데 참사 이후 웃음을 잃어버리셨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분들이 웃으시는게 가슴 아팠어요. 가족분들이 웃을 일이 더 많아지셨으면 좋겠어요."

-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게 가장 힘들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노래 부르실 분 섭외가 안 되는 거예요. 처음부터 가족들이 부르시는 걸 생각했던 건 아니고 가수들을 섭외하려고 했어요. 여러 가수들이 세월호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에 섭외하러 다녔는데 제작 기간이 촉박하기도 했고 스케쥴이 안 맞으셔서 안구해지는 거예요.

세션 녹음은 끝나가고 노래 부를 사람은 없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편곡자님이 '가족분들이 부르면 어떻겠나?"고 제안하셨어요. 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참여 가능한지 물었어요. 그때가 4월 초라 시행령 때문에 힘들게 싸우실 때였거든요. 가능할지 고민했는데 흔쾌히 함께하겠다고 해주셔서 극적으로 보컬을 구했죠. 그때가 가장 기뻤어요."

- 적지 않은 돈이 든 걸로 아는데 비용은 어떻게 했어요?
"제가 기획하면서 김태원씨에게 허락을 받기 전 단계였는데 제 페이스북 친구께서 학회를 운영하시는데 거기에서 세월호를 위한 도서바자회를 여는데 수익금을 어디에 쓸지 상의하자고 절 부르셨어요. 마침 제가 이 기획을 하고 있을 때라 기획서를 가져가서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후원하시겠다고 하셔서 상당 부분 후원해주셨고 페이스북 '네버 엔딩 스토리' 페이지에 기획안을 올리고 후원을 부탁드렸더니 많은 분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해 주셨어요."

"세월호는 정치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 잃은 아픔의 문제"

- 마지막에 세월호 그림이 인상 깊어요.
"저는 가능하면 너무 아프지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잔잔하게 그리움을 나타내려고 했는데 마지막엔 '그래서 이 아름다운 아이들이 세월호로 인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메시지를 한번은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지막에 앞에서 나왔던 사진들이 전부 나오면서 세월호가 떠오르게 한 거죠. 편곡자님도 세월호의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음악의 마지막을 끝나지 않은 느낌으로 끝나게 편곡하셨다고 해요."

- 뮤직비디오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세월호는 정치 문제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의 문제라는 거예요. 이게 전달되었다는 걸 언뜻 들었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머님과 전화통화를 했어요. 뮤직비디오 어떻게 보셨냐고 여쭸더니 어머님이 '나는 직접 참여했으니까 내가 어떻게 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봐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그분이 부산 출신이시래요. 얼마 전에 친정을 갔는데 자기 언니가 보수적이셔서 조카가 희생되었는데도 세월호에 대해 보수적 성향을 가진 분들의 입장이셨단 거예요.

그래서 어머니가 언니에게 뮤직비디오를 보여드렸더니 좀 보시고 '여기 있을 애들이 다 죽었나?'라고 하셔서 이 아이들은 죽은 아이들의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하셨더니 언니가 우시더래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그 어머님 말씀이 너무 가슴 아팠던 게 자기 친언닌데도 자기 마음을, 아픔을 몰랐던 거에요. 그 얘기를 들으며 정치적 입장을 떠나 같이 공감하는 얘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 편집ㅣ손병관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오지숙, #네버엔딩스토리,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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