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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더 스토어> 겉표지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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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얼마 되지 않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 대형 할인 마트가 생겼다. 그러면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 지역 주민들은 현대식 마트에 가서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여러 가지 상품들을 둘러볼 수 있다. 물건을 구입 할 경우 마트에서 주는 각종 사은품이나 포인트도 챙길 수 있다.

동시에 지역주민들은 마트에 고용될 수 있다. 정규직일 수도 있고 비정규직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알바'일 수도 있다. 지역에 일자리가 생겨나게 되고, 일자리가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영하기 마련이다.

반면에 안 좋은 점도 있다. 기존에 그 지역에 있던 자영업자들이 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한다. 채소가게, 철물점, 각종 작은 잡화점들이 문을 닫거나 매출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마트가 생겨날 장소를 개발하면서 각종 환경문제가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형마트가 생기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마을을 장악하려는 대형 마트

미국의 작가 벤틀리 리틀은 자신의 1998년 작품 <더 스토어>에서 작은 도시에 들어온 대형 마트를 소재로 삼았다. 작품의 무대는 미국 애리조나 주의 소도시다. 나름대로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주민들끼리 유대감을 갖고 소통하던 도시다.

이곳에 '더 스토어'라는 이름의 대형 할인 마트가 들어온다. 단순하지만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이름의 상점이다. 이 마트에서는 '더 스토어'라는 이름답게 여러 가지를 취급한다. 채소와 과일부터 시작해서 컴퓨터와 오디오 등 각종 전자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마트는 기존에 도시에 있던 여러 자영업자들과 공존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주 공격적인 마케팅과 물량공세로 지역의 상권을 와해시키려고 한다. 상권이 무너지면 공동체도 금이 가기 마련이다. 단골손님이 어느 날 갑자기 마트로 발길을 돌리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작품의 주인공은 십대의 두 딸을 가진 빌 데이비스. 그는 매일 아침마다 5킬로미터씩 조깅을 하는 습관이 있다. 어느 날 그가 조깅하는 코스에 한 표지판이 들어선다. 거기에는 '더 스토어가 옵니다'라고 써져 있다. 스토어가 들어오면서 그 동네의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한다. 빌의 가정생활까지도.

마트 때문에 무너지는 소도시의 모습

작은 동네에 대형 마트가 생긴다면 그 안에서 찬반양론이 일 것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를 든다. 건설업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판매직과 서비스직이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십대 학생들에게도 '알바' 자리가 생겨나고 주민들은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반면에 작품의 주인공인 빌은 여기에 반대한다. 딱히 논리적인 이유는 없다. 작은 동네의 분위기와 생활양식이 좋았다. 이웃들이 서로 이야기하고, 가게 주인들이 손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공동체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 곳에서 자식들을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대형 마트가 동네주민들의 생활방식까지 바꾸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형 마트가 생기면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뭔가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구경하러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충동 구매할 가능성도 많다. 쇼핑만큼 즐거운 일도 없으니까.

<더 스토어>의 배경은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작품을 읽고 나서 대형 마트에 가게 되면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 대형 마트와 관련 자본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일 당장 마트에 가게 될지도 모르지 않나.

덧붙이는 글 | <더 스토어>(벤틀리 리틀 지음 /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펴냄 / 2015.05 / 1만5800원)



더 스토어

벤틀리 리틀 지음, 송경아 옮김, 황금가지(2015)


태그:#더 스토어, #벤틀리 리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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