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회장의 승리를 발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누리집 갈무리.

제프 블래터 회장의 승리를 발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누리집 갈무리. ⓒ FIFA


창립 1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택은 '그래도 블래터'였다. 제프 블래터(79·스위스) FIFA 회장이 5선에 성공, 앞으로 4년간 더 축구계를 이끈다.

블래터 회장은 29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열린 제65회 FIFA 총회에서 209개 회원국이 참가한 새 회장 선거에서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를 꺾고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1998년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의 뒤를 이어 FIFA 회장에 오른 블래터는 최근 미국 사법 당국의 비리 수사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전체 회원국의 과반 지지를 얻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블래터 회장은 1차 투표에서 승리 요건인 3분이 2 이상을 얻지 못했지만 133-73(기권 3)으로 앞섰다. 그러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알리 후보가 2차 투표를 앞두고 사퇴를 선언하면서 승리를 거뒀다.

블래터 회장은 "(FIFA가) 최근 아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람은 완벽할 수 없고, 나도 완벽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나를 믿어주기를 바란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스위스 로잔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블래터 회장은 FIFA 개발 프로그램 국장을 맡으며 축구계에 입성했다. FIFA를 25년간 이끈 아벨란제 전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으며 축구 행정가로서 빠르게 성장했다.

블래터 회장은 FIFA를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고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스포츠 단체로 키워냈다. 그러나 끊임없이 비리 의혹에 시달렸고, 독재가 길어지면서 블래터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반대파도 많아졌다.

블래터 "FIFA 투명성 회복하겠다" 지지 호소

불과 이틀 전 미국과 스위스 사법 당국의 본격적인 비리 수사로 FIFA 고위 임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면서 사퇴 압박을 받고있는 블래터 회장은 선거에 앞서 회원국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블래터 회장은 개회사에서 "그동안 FIFA는 비리, 인종차별, 승부조작 등과 숱하게 싸워왔지만 아직도 우리 내부에 존재하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 앞에서 FIFA의 투명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동안 내부에 있던 여러 문제를 어렵지만 직접 해결해왔기에 오늘 이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블래터 회장의 장기집권에 도전한 알리 후보는 "위기에 놓인 FIFA를 더욱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바꾸겠다"며 "FIFA가 명예를 되찾기 위해 이 투표를 지켜보는 전 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 후보는 미국과 유럽의 지지를 받았으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회원국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져놓은 블래터 회장의 높은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반(反) 블래터' 유럽, 월드컵 보이콧 경고

블래터 회장은 5선에 성공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줄기차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비리 수사의 불똥이 튈 수도 있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은 "최근 FIFA에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일부 개인들이 비리에 연루될 수 있지만 FIFA 전체가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블래터 회장이 '버티기'로 일관하자 유럽은 '월드컵 보이콧'으로 맞섰다.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들은 블래터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미셸 플라티니는 UEFA 회장은 이날 총회에 앞서 블래터 회장과의 단독 회담에서 즉각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새 회장 선거에도 출마하지 말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영국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데이비드 길 FIFA 집행위원은 이번 총회에서 부회장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블래터 회장이 승리하면 부회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유럽은 FIFA 회장 선거에서 영향력은 작지만 월드컵 본선 출전국 32개국의 절반에 가까운 14장의 쿼터를 갖고 있다. 만약 유럽이 보이콧을 강행한다면 러시아 월드컵은 '반쪽 대회'가 될 처지에 놓인다.

블래터 회장은 5선에 성공했으나, FIFA는 비리 스캔들에 이어 내부 균열까지 일어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블래터 회장이 과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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