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에게 당했던 3연전 스윕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3연패 늪에서 탈출한 것보다도 더 값진 성과는 공격력의 회복과 선발진의 호투로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사실이었다.

29일 경기도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렸던 두산과 kt 위즈의 3연전 그 첫 번째 경기에서 두산은 kt를 상대로 10-3 대승을 거두며 경기력을 회복했다. 최종 점수 차이는 컸지만, 중반까지는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두산의 왼손 선발투수 장원준과 kt의 외국인 베테랑 선발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의 호투가 있었다.

두 팀은 1회에 서로 점수를 2점 씩 주고 받았다. 두산이 1회초 공격에서 정수빈과 허경민의 연속 안타, 김현수의 우익수 뜬공(진루타), 홍성흔의 볼넷으로 먼저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양의지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과 주장 오재원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통해 각각 1점 씩을 추가했다(2-0).

kt도 만만치 않았다. kt도 선두 타자 하준호와 2번 타자 이대형이 연속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리고 신명철의 우익수 뜬공 때 2루에 있던 하준호가 태그 업 플레이로 3루에 진루했으며, 김상현의 우익수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2-1). 그러자 이대형도 바로 도루에 성공하여 2루에 안착한 뒤 장성우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을 수 있었다(2-2).

이후 2회부터 6회까지 장원준과 옥스프링은 서로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팔꿈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5월 17일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던 장원준은 1회에 제구력 난조로 2타자 연속 볼넷으로 경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1회에만 무려 35개의 공을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원준은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로 한 이닝 한 이닝을 버텨냈다.

장원준이 투혼을 발휘하는 가운데, 두산의 타선은 7회초가 되어서야 옥스프링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은 선두 타자로 나온 8번 타자 장민석이 1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기습 번트 작전이 성공하여 장민석이 출루한 가운데, 김재호까지 번트를 시도했다. 김재호의 희생 번트도 성공하여 두산은 1사 2루 득점권 찬스를 맞이했다.

정수빈이 삼진을 당했지만, 두산은 다음 타자 허경민이 kt의 좌익수 김상현이 실책을 범한 틈을 타 2-2의 균형을 깨는 적시타는 물론 3루까지 진루했다(3-2). 두산은 뒤이어 3번 타자 김현수가 추가 적시타에 성공하면서 1점을 더 달아났다(4-2).

1회를 제외하고 2회부터 6회까지 실점 없이 버텼던 옥스프링은 7이닝 6피안타 2볼넷 2사구 4실점(3자책)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호투에도 불구하고 패전했다(107구). 기록 그대로 첫 이닝과 끝 이닝이 아쉬웠을 뿐이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게 된 장원준은 6회까지 투구수가 103개에 이르렀으나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장원준 역시 옥스프링처럼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 타자 용덕한에게 2루타를 맞으며 시작부터 실점 위기에 몰렸던 장원준은 이지찬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용덕한도 2루에 묶었다. 그러나 다음 타자인 대타 박경수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며 끝내 용덕한의 득점을 막지 못했다(4-3).

장원준은 1번 타자 하준호를 6구 대결 끝에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그러나 다음 타자 이대형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다시 2사 1,3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에 두산은 장원준을 내리고 윤명준을 투입하여 이닝을 확실히 마무리했다.

6.2이닝 5피안타 4볼넷 7탈삼진 3실점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한 장원준은 1회에만 35개를 던졌을 정도로 볼넷 때문에 고전했으나 연패를 끊겠다는 의지로 버텨냈고(121구), 결국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특히 올 시즌 등판했던 경기들 중 투구수가 가장 많았던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장원준의 투혼에 힘입은 두산의 타선은 경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8회초 공격에서 두산은 선두 타자 양의지가 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 정진호로 교체되었다. 이어 오재원이 희생 번트로 주자 보내기를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kt의 2번째 투수 김재윤의 실책으로 무사 1,3루가 되었다.

두산은 다음 타자 김재환의 2루수 앞 땅볼 때 3루에 있던 정진호가 홈을 밟았다(5-3). 뒤이어 오재원의 3루 도루와 장민석의 적시타로 1점이 더 추가됐다(6-3). 두산은 김재호의 볼넷으로 다시 1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정수빈은 kt의 세 번째 투수 이창재를 상대로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2루에 있던 장민석을 홈으로 불러들였다(7-3). 뒤이어 허경민의 2루수 앞 땅볼 때 3루에 있던 김재호까지 홈을 밟으며 두산은 8회에만 4점을 추가했다(8-3).

두산은 이에 그치지 않고 9회초 정진호의 안타와 오재원의 대타 최주환의 연속 안타로 1사 1,3루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진 공격에서 7번 타자 최재훈의 적시타로 정진호가 홈을 밟았고(9-3), 장민석의 1루수 앞 땅볼이 진루타가 되며 2사 2,3루 찬스가 이어졌다. 그리고 김재호의 적시타가 추가로 터지면서 두산은 기어이 10득점을 채웠다(10-3). 두산은 8회말 1사에서 등판했던 세 번째 투수 오현택이 나머지 타자들을 상대하며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3연패를 끊고 다시 1위를 추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반면, 전날 시즌 10승에 성공했던 kt는 시즌 40패를 당했다. 1위 NC 다이노스부터 8위 KIA 타이거즈까지 8개 팀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4경기 반 차이로 순위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두산은 1위 NC와 1경기 차이로 리그 3위를 지켰다. 그러나 kt는 9위 LG 트윈스와도 승차가 11경기 반으로 벌어져 있는 것은 둘째 치고, 다음 경기에서 패하면 승률이 1할 대로 추락하게 되는 위기에 놓였다.

3연패를 당하는 동안 두산은 두 외국인 선발투수가 무너지면서 더 크게 고전했다. 유네스키 마야가 1.2이닝 7실점으로 시즌 최악의 피칭을 했으며, 믿었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마저 5.2이닝 6자책으로 무너졌다. 유희관은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호투했음에도 팀이 무득점에 그치며 패했다. 3경기 모두 선발투수 맞대결에서 무너졌던 만큼 장원준의 호투가 더 절실했다.

그리고 장원준은 이러한 팀의 기대에 부응하며 121구 투혼을 보여줬다. 상대 선발투수 옥스프링도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로 호투했기 때문에 더 돋보였던 투혼이었다. 장원준은 팔꿈치 부상에서 복귀한 뒤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2.41을 기록하고 있는데(18.2이닝 5실점), 그 중 2경기가 퀄리티 스타트이며, 무실점 승리도 있었다(5월 23일 7이닝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KBO리그 역대 왼손투수들 중 가장 큰 규모의 FA 계약(4년 84억원)으로 두산에 입단한 뒤, 시즌 9경기 선발에서 5승 1패 3.73으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장원준은 이번에도 투혼을 통해 연패를 끊고자 하는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연패를 끊어낸 두산이 1위 경쟁에서 다시 치고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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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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