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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지옥시대'라 할 만큼 동네 가게들이 하루가 다르게 간판이 바뀌는 요즘, 그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업종이 바로 식당이다. 전국적으로 한 해 5만 개나 되는 골목식당이 문을 닫는 상황이라고 하니 어려운 경제사정에서도 특히 어려운 셈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 강북지역에서 처음으로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문을 열 예정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강북희망협동조합에서 준비 중인 '삼백한우뼈탕'이다.

지난 22일 오후, 6월 중 개업을 위해 한참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을 다녀왔다.

대구 북구 구암동에 위치한 함지공원 건너편에 위치한 식당 예정지는 인테리어 공사 중인 탓에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각종 물품이 가득한 상가 안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보며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강북희망협동조합 강혜진(47) 이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협동조합 식당, 일감도 두배 보람도 두배"

강북희망협동조합 이사장 강혜진씨. 그는 지난해까지 대구 강북지역의 참누리아이쿱생협 이사장을 역임했다.
 강북희망협동조합 이사장 강혜진씨. 그는 지난해까지 대구 강북지역의 참누리아이쿱생협 이사장을 역임했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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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희망협동조합은 지난 4월 28일 창립됐다. 지난해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정식으로 출발한 지는 아직 채 1달이 안 됐다. 먼저 협동조합 창립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요즘 다들 바쁘게 산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식사 준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피곤한 상태에서 매번 준비하기 힘드니 외식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나가보면 가격은 비싼 반면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재료에 대한 신뢰도 문제다. 아이들과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보니 특히 늘 찝찝한 마음이 많았다. 그래서 다들 힘을 모아 직접 식당을 해보자고 뜻을 모으게 됐다. 우선 출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8명이 모여 지난달에 창립했다. 현재는 식당 개업 준비를 하면서 조합원을 계속 모으는 중이다."

강 이사장은 사실 협동조합 전문가다. 지난해까지 조합원만 수천 명에 이르는 아이쿱참누리생협 이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안 자연드림 매장이 동천동에서 오픈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생협에서 활동하면서 협동조합을 많이 경험했다. 사실 식당 개업만 하려고 들면 협동조합 방식이 훨씬 번거롭다. 간단한 서류작업은 물론 각종 재정운영까지 까다로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략 일감이 두 배라고 보면 된다.

반면 재미와 보람도 두 배다. 조합원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각자 잘하는 영역에 참여하는 재미가 있다. 함께 무언가 만들어내는 보람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창립 후 벌써 조합원이 백 명으로 늘었다. 올해까지 3백 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인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내부 인테리어 중인 식당 안은 아직 많이 어수선했다. 인테리어를 마치는 대로 청소를 거쳐 6월 중순 개업 예정이다.
 내부 인테리어 중인 식당 안은 아직 많이 어수선했다. 인테리어를 마치는 대로 청소를 거쳐 6월 중순 개업 예정이다.
ⓒ 김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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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희망협동조합에서 준비 중인 식당 이름이 '삼백한우뼈탕'이다. 조금은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런 이름을 지은 이유와 메뉴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백이라는 뜻은 간단히 말해 하루 3백 그릇을 팔겠다는 뜻이다. 현재 메인 메뉴는 한우뼈탕 하나인데 한 그릇 가격을 6천 원으로 정해 놓았다. 이를 기준으로 최소한의 유지를 위해 하루 120그릇 정도를 팔아야 하는데 하루 3백 그릇이면 어느 정도의 수익과 더불어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 싶어서 이름에 희망을 담은 것이다."

현재 식당의 메뉴는 생협에서 받은 무항생제 한우뼈와 고기로 만든 맑은 뼈탕과 만두, 떡갈비뿐이다. 오랜 생협 활동의 경험을 살려 아이쿱생협 측과 재료수급에 대한 협력을 확정했다고 한다. 생협 재료인 만큼 식품안정성에서 만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재료를 생협을 통해서 공급받기에는 비용이나 재료수급 등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이지만 주재료인 한우뼈와 만두, 고기 등은 생협에서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도 안전한 재료 사용이 원칙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식구들과 안심하고 편하게 부담 없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자영업 시장의 현실에서 살아남기는 역시 쉽지 않아 보였다. 삼백한우뼈탕만이 가진 장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협동조합방식으로 한다는 자체가 장점이다. 개인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윤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 그만큼 위생이나 재료 질에 더 투자할 수 있고 이는 식당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계획대로면 조합원이 3백 명이 되는데 이들이 모두 이 식당의 주인이자 단골인 셈이다. 단골 손님 3백 명인 식당이 망할 수가 없다. 작은 액수더라도 조합원들에게 배당도 할 계획이다. 함께 나누며 살아남을 수 있는 말 그대로의 사회적경제의 동네 모델을 만들고 싶다."

요즘 TV를 틀면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한 끼 식사가 대세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각박해지더라도 역시 먹거리는 모든 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가족들과 부담 없이 재료에 대한 걱정도 없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겠다는 포부에는 고개가 끄덕여 졌다.

현재 1구좌(5만 원)이상 조합비를 납부하면 강북희망협동조합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조합원은 식사 한 끼 가격에서 500원이 할인되며 연말에는 결산 이후 출자금이나 이용횟수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조합원이 되면 식당의 주인이 되는 셈이다.

그의 말처럼 주인이자 단골이 3백 명이 된다면 새로운 지역사회의 성공모델이 되지 않을까하는 이른 기대를 하게 된다. 어렵다는 이야기만 들리는 요즘 이런 작은 희망도 큰 힘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강북희망협동조합, #대구, #식당, #아이쿱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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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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