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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 종종 거론되는 '맨스플레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것으로, 남자들이 무작정 여자들에게 아는 척 설명을 늘어놓는 행동을 뜻한다.

이 단어는 2010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단어'로 꼽혔고, 2014년에는 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에 수록되기도 했다. 같은해인 2014년 호주에서도 '올해의 단어'로 뽑혔다. 옥스퍼드 사전에 실린 의미를 살펴보자면, '대체적으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일컫는다.

신조어 '맨스플레인' 탄생의 역사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표지사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표지사진.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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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플레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이 단어를 세계적으로 퍼뜨린 장본인, 바로 문화비평가이자 작가·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레베카 솔닛'이다. 솔닛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온라인에서 종종 인용된 책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쓴 저자이기도 하다(관련기사 : 대재난 보고서에 실린 충격적 증언). 그녀가 직접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이 단어가 온라인 상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배경에는 레베카의 글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해당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2008년 솔닛이 참석한 파티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났던 날의 일이다. 남자는 솔닛이 작가라는 것을 알게 되자, 거만한 태도로 최근 자신이 접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시종일관 레베카 솔닛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오직 자신의 의견이 더 낫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다가 저자와 동행한 친구의 한마디에 남자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게 바로 이 친구 책이라고요."

얼마나 본인의 설명에 도취된 상태였으면 그 남성은 저자의 친구가 '네 번이나' 거듭 얘기를 하고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적혀 있다. 정작 그는 책을 제대로 읽은 것도 아니었고 그저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를 읽은 것뿐이었다.

저자가 이런 일을 겪고 몇년 뒤에도 비슷한 사건을 연이어 경험한다. 결국 그녀는 지긋지긋한 '설명'을 일삼는 남자들과의 경험담을 소재로 긴 글을 적기 시작했다. 2008년 3월 웹사이트 '톰디스패치'에 게시된 레베카 솔닛의 칼럼은 폭발적으로 공유되었고, 누리꾼들에 의해 '학계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이름의 웹사이트가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비슷한 시기에 '맨스플레인'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된다. 그녀의 경험담이 퍼져나간 상황이 곧 신조어 '맨스플레인'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겪는 '침묵의 강요'

책에는 맨스플레인의 다양한 사례가 정리되어 있다. 본문에는 여성의 말을 무시하고, 비아냥과 공격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남성들로 가득하다. 물론 저자가 모든 남성을 일반화하면서 비판하지는 않는다. 다만 권위를 내세우면서 '여성에 대한 지배'를 '남성성'으로 혼동하는 사람들을 지적할 따름이다. 상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시하는 태도와 이런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현실도 비판대상 목록에 포함된다.

여자라면 누구나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어느 분야에서든 종종 괴로움을 겪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하고, 용감하게 나서더라도 경청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길거리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젊은 여자들에게 이 세상은 당신들의 것이 아님을 넌지시 암시함으로써 여자들을 침묵으로 몰아넣는다. 이런 현상 때문에 여자들은 자기불신과 자기절제를 익히게 되는 데 비해 남자들은 근거없는 과잉 확산을 키운다. (본문 15쪽 중에서)

여성들이 겪는 '침묵의 강요'는 단순히 저자가 겪은 경험에서 그치지 않는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예를 책에서 읽을 수 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직전, FBI요원 콜린 롤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체포한 용의자로부터 알 카에다 조직원들 사이에서 대대적 비행 교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파악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여성 요원이라는 이유로 보고 내용은 조직 내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고,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던 테러가 결국 벌어지고 말았다.

IMF 전 총재 등 유력인사의 성폭행 혐의가 거론되는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해서 '문란하다'고 거꾸로 비난받는 것과 물증이 발견되었는데도 오히려 용의자인 남성을 먼저 두둔하는 태도까지.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본문에서는 이런 경향이 성별에 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한다.

"극단이 아닌 행복한 중간지대는 있다"

흔한 일화에서 시작된 글은 점차 영역을 넓히면서 세계 각국의 성범죄 현황, 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을 짚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미국에서는 6분에 한 번씩 강간이 벌어지고, 다섯 명 중 한 명이 성범죄의 피해를 겪는다. 인도에서는 버스에서 여성이 집단 강간을 당하고 살해당하는 일이 계속 발생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바탕으로, 여성을 향한 멸시와 비하가 언어적인 비난뿐 아니라 신체에 가하는 직접적인 폭력으로 연결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그저 살아남는 데만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중요한 일들에 쏟을 수 있겠는가. (본문 61쪽 중에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6년 동안 저자가 작성한 9개의 칼럼을 묶은 책이다. 본문은 여성의 지위를 낮추면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려는 남성의 자세를 열거하면서 성별과 경제, 인종을 권력으로 삼아서 나뉘는 세계의 문제점을 비춘다.

레베카 솔닛은 자신의 책을 통해서 말한다. '맨스플레인'이 단순히 대화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남녀 성대결 차원의 사안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고 말이다. 이는 '맨스플레인' 피해 사례가 고립된 개인의 일화가 아니고, '성별을 지운 채로' 계속되는 폭력적 현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극단이 아닌 행복한 중간지대는 있다"며 상호존중을 위한 길도 제시한다.

"용인되어서는 안 될 문제이며,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은 한국 현실에도 적용될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아직도 한국에는 '김여사'나 '김치녀'로 압축되는 여성 비하가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평등의 가치를 담은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왜곡되고, 이를 혐오한 청년이 IS 가담을 위해 나라를 떠난다고 한 최근 상황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결국 레베카 솔닛의 표현처럼, '맨스플레인'에 담긴 현상은 "당신의 일이고, 나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일"인 셈이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레베카 솔닛 씀/ 김명남 옮김/ 창비/ 2015.5.15/ 1만4000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창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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