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취골의 중요성을 절감한 경기였다. 후반전 중반까지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하고 조급할 수밖에 없었지만 감독이 믿고 들여보낸 골잡이 에두는 끝내 응답해 주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도 자신만의 슛을 터뜨릴 수 있는 자신감이 돋보이는 명장면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한국 시각으로 26일 오후 8시 30분 중국 베이징에 있는 노동자 경기장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에두의 귀중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1, 2차전 합산 점수 2-1로 전북이 8강에 오른 것이다.

후반전, '더블 타워' 가동 성공

그야말로 이 경기는 한 골 승부였다. 일주일 전(19일) 전주성에서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기에 그 어떤 경기보다 선취골이 중요했던 것이다. 원정 경기에서 1골을 넣은 베이징으로서는 득점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반전 말미에 이재성에게 찾아온 역습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전북은 0-0으로 후반전을 시작하자 예상보다 일찍 '더블 타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53분에 날개 공격수 유창현을 빼고 골잡이 에두를 들여보내 이동국과의 조화를 주문한 것이다.

선수 교체 직전에 레오나르도의 직접 프리킥이 날카롭게 베이징 골문으로 날아들었지만 베이징 궈안 골키퍼 양쯔의 선방에 막힌 전북은 67분에 간판 골잡이 이동국의 특허품인 멋진 발리슛이 나왔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 아쉬움을 남겼다.

여기서 전북 선수들이 조급해지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침착한 연결이 승부의 갈림길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귀중한 선취골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최강희 감독이 고심 끝에 선택한 에두였다. 72분, 왼쪽 측면에서 레오나르도가 이어준 공을 받은 이재성이 절묘하게 찔러준 공이 에두의 발 앞에 이어졌다. 강한 슛보다 정확한 슛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잘 알고 있는 에두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왼발로 차 넣었다. 축구장에서도 때로 강한 것이 통할 때가 있지만 그보다 침착하고 정확한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순간이었다.

골키퍼 권순태의 신들린 선방

먼저 골을 넣은 전북은 일주일 전에 내준 뼈아픈 동점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벼랑 끝에 몰린 베이징 궈안이 실점 후 3분 뒤에 오른쪽 측면 공격으로 전북 골문을 위협했다.

K리그 출신 하대성이 미끄러지며 왼발 슛을 날렸지만 전북 골키퍼 권순태가 빼어난 순발력을 자랑하며 막아냈다. 권순태는 5분 뒤에도 하대성과의 높은 공 다툼을 침착하게 대응하며 반칙을 이끌어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이 지나면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장면이 나왔다. 베이징 궈안의 수비를 이끌던 저우 팅이 전북 왼쪽 풀백 최철순과의 공 다툼 과정에서 보복성 발길질을 거칠게 하는 바람에 모하메드 압둘라 하산(아랍에미리트) 주심으로부터 곧바로 빨간 딱지를 받고 쫓겨났다.

추가 시간 2분 정도를 더 남겨놓고 10명이 된 베이징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전북의 골문을 노렸다. 83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에닝요를 빼고 수비수 조성환을 들여보내며 1골 지키기에 중심을 둔 전북이었지만 베이징 선수들의 절박함을 견디기에는 힘겨웠다. 여기서 골키퍼 권순태의 신들린 선방이 더욱 빛났다.

왼쪽 측면 공격을 감행한 하대성의 날카로운 슛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바타야의 결정적인 오른발 슛이 종료 직전에 터졌지만 권순태는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쳐냈다. 이 장면은 공격수들이 2골 이상을 터뜨린 것보다 값진 것이었다. 최고의 팀에는 최고의 골키퍼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축구장의 진리를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이보다 앞서 일본 가시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가시와 레이솔과 수원 블루윙즈의 맞대결에서는 원정 팀 수원이 정대세와 구자룡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앞서가다가 65분에 고바야시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2-1로 이겼다. 하지만 1, 2차전 합산 점수 4-4로 수원이 8강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일주일 전에 빅 버드에서 무려 세 골을 내주며 2-3으로 패했기 때문에 원정 경기 다득점 우대 규정에 의해 밀려난 것이다.

이제 27일(수요일) 오후 9시에는 시민구단 성남 FC가 광저우 원정 경기(vs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놀라운 역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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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결과(26일 오후 8시 30분, 베이징 노동자 경기장)

★ 베이징 궈안 0-1 전북 현대 [득점 : 에두(72분,도움-이재성)]
- 1, 2차전 합산 결과 2-1로 전북 현대 8강 진출!

◎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
AMF : 유창현(53분↔에두), 이재성, 에닝요(83분↔조성환)
DMF : 정훈(36분↔레오나르도), 최보경
DF : 최철순, 윌킨슨, 김형일, 김기희
GK : 권순태

★ 가시와 레이솔 1-2 수원 블루윙즈
- 1, 2차전 합산 결과 4-4, 가시와 레이솔 원정 경기 다득점 우대 규정으로 8강 진출!
축구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베이징 궈안 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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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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