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24일까지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있었던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명품투수전에 대한 야구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첫날 경기를 삼성이 이긴 가운데 나머지 두 경기를 KIA가 가져갔는데 해당 팀들은 이긴 경기에서 선발투수의 엄청난 호투를 생생하게 느꼈다.

22일 경기에서는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9이닝 10탈삼진 8피안타 1볼넷 1실점의 눈부신 피칭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더불어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얼마전 한화 이글스로부터 트레이드되어온 만년 유망주 유창식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23일에는 양팀의 젊은 좌완들인 양현종과 차우찬이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으며 24일에는 소속팀 팬들 조차 큰 기대를 가지지 않았던 KIA 조쉬 스틴슨이 8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아웃카운트 24개 중 뜬공이 2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땅볼비율이 높았는데 스틴슨은 이를 입증하듯 18개의 땅볼과 병살 3개를 엮어내며 삼성타자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KIA팬들은 그동안의 아쉬움을 딛고 스틴슨에게 '땅의 정령'이라는 애칭까지 지어주며 함박 웃음 짓고 있는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23일 있었던 투수전은 올 시즌 보기 드물었던 명품 경기로 회자될 전망이다.

옛 레전드 선배들 연상시킨 후배들의 명품투수대결!

이날 양 팀이 내세운 선발투수는 양현종과 차우찬, 두 선수 모두 좌완투수다. 날카로운 변화구는 물론 140㎞의 후반대의 강속구로 상대 타선을 힘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당연히 예고된 투수전이었는데 이를 입증하듯 두 투수 모두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지켜보던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방어율 1위(1.86)를 달리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현종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선발투수 중 한명이다. 과거에는 제구력보다는 구위로 타자들을 찍어 누른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근래에는 정교한 피칭까지 더해지며 확실한 팀 내 에이스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양현종은 최근까지 자신의 피칭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대로 공이 던져지지 않아 위기상황에 많이 봉착했고 말 그대로 꾸역꾸역 막아내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지난 17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 동안 7안타 2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온 뒤 덕아웃을 벗어나며 글러브를 집어 던지는 등 스스로를 호되게 자책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스프링캠프 때 공을 거의 안 던져서 그런지 손끝에 감이 없다"며 답답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이전까지의 경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삼성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리그 최강의 타자들로 꾸려진 삼성 강타선을 맞아 134구를 뿌리며 8이닝 7안타 1볼넷 9탈삼진으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이제야 제대로 공이 던져지는 것 같다"며 본인도 어느 정도 피칭 내용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양현종과 맞대결을 벌인 차우찬도 만만치 않았다. 이름값에서는 양현종에 살짝 못 미치지만 좌완 파이어볼러로서 삼성 마운드의 한축을 이루고 있던 그는 7이닝동안 130개의 공을 던지며 KIA타선을 4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어떤 면에서는 차우찬이 역투를 벌였기에 양현종도 더욱 승부욕이 불타올라 올 시즌 손꼽히는 투수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양 투수가 나란히 최고의 호투를 벌인 가운데 승부는 불펜에서 갈렸다. 차우찬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심창민이 박준태를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킨 후 폭투까지 범하며 2루까지 안착시켰다. 그리고 브렛 필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내며 이날 유일한 득점이 나왔다. 반면 KIA는 클로저 윤석민이 9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해준 덕분에 1-0 신승을 가져갈 수 있었다.

팬들은 양현종과 차우찬이 벌인 올 시즌 최고의 투수전에 대해 과거 선동렬과 박충식이 벌인 명승부를 오버랩하는 분위기다. 둘은 1993년 10월 있었던 해태(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숙명의 대결을 펼쳤다. '국보급 투수'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동렬은 당대 최고의 투수였다. 등판자체만으로 상대 타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할 수 있는 존재였는데 박충식은 그런 선동렬과 정면에서 맞붙어 밀리지 않은 삼성 역사상 유일한 투수다.

무승부로 끝난 이날 승부에서 당시 선동렬은 10회까지 101구를 던졌으며 박충식은 한술 더 떠 15회 전체를 소화하며 181구 완투를 기록했다. 비록 이름값에서는 선동렬에 미치지 못하는 박충식이었지만 이날만큼은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둘은 모두 호남출신이었다. 잘 알려진대로 선동렬은 광주일고 출신이고 박충식의 모교는 동성고(광주상고)다.

양현종과 차우찬 역시 호남이 낳은 최고의 좌완들이다. 양현종은 박충식의 고교후배이며 차우찬은 '역전의 명수'로 유명한 군산상고를 졸업했다. 때문에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닮은 듯 다른 두 좌완들의 명품투수전을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했다는 후문이다. 경기결과는 달랐지만 선동렬-박충식이 그랬듯 양현종-차우찬 역시 자신들이 던진 마운드에서의 승부에서는 무승부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물론 전설적인 레전드매치에 양현종-차우찬의 대결이 조금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달리 타고투저 현상이 심한 최근 실정에서 양선수가 펼친 제대로 된 진검승부는 투수전의 백미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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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 차우찬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선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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