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세리머니를 앞두고 선취골을 내줬기 때문에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전설이 떠나는 길을 예우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29분에 선수 교체 지시가 내려졌고 37살의 디디에 드로그바는 주장 완장을 존 테리에게 넘겼다. 손을 흔들며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드로그바를 그냥 내보낼 수 없었다. 이바노비치와 존 오비 미켈이 가마에 태우듯 드로그바를 들어올렸다. 홈팬들의 파랑색 기립박수가 더욱 빛났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첼시 FC가 한국 시각으로 24일 오후 11시 런던에 있는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선덜랜드 AFC와의 홈 경기에서 3-1로 멋진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감했다.

멋진 역전승으로 '드록신'을 떠나보내다

지난 3일 바로 그곳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35라운드 홈 경기를 1-0으로 이기며 5년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첼시 FC 선수들은 영광스러운 세리머니를 앞두고 한결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을 펼쳤다.

하지만 상대 팀 선덜랜드도 무시할 팀이 아니었다. 사흘 전에 열린 아스널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1점(아스널 0-0 선덜랜드)을 따내며 어려웠던 프리미어리그 잔류 숙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래서 이 두 팀은 가장 홀가분한 경기를 치르게 된 셈이다. 선취골이 바로 그렇게 나왔다. 경기 시작 후 26분만에 원정 팀 선덜랜드가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먼저 골을 넣은 것. 아담 존슨이 올린 공이 첼시 골문 바로 앞에서 한 번 튀어오르자 반대쪽에서 스티븐 플레처가 달려와 이마로 꽂아넣었다.

아무리 리그 우승이 확정된 첼시였지만 수많은 홈팬들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때 패하고 끝난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무리뉴 감독은 3분 뒤에 과감하게 선수 교체 결단을 내렸다.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난다고 통보한 골잡이 디디에 드로그바를 빼고 디에고 코스타를 들여보낸 것이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7분 뒤에 귀중한 동점골을 얻어냈다. 오른쪽 날개공격수 콰드라도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선덜랜드의 간판 수비수 존 오셔가 콰드라도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이 기회를 드로그바 대신 들어온 골잡이 디에고 코스타가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그런데 이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낸 콰드라도가 왼쪽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두 장의 교체 카드가 사용된 것이다. 43분에 콰드라도 대신 들어온 선수는 로익 레미였다.

바로 그 로익 레미가 후반전에 혼자서 두 골을 몰아넣으며 멋진 역전승의 주역이 되었다. 떠나는 디디에 드로그바를 위한 멋진 선물이었다. 로익 레미는 70분에 에당 아자르의 절묘한 찔러주기를 받아 선덜랜드 골문으로부터 20미터 지점에서 오른발 돌려차기를 재치있게 차 넣었고, 88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미드필더 마티치가 기습적으로 찔러준 공을 향해 달려가며 반 박자 빠른 토 킥으로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디디에 드로그바가 떠나도 첼시의 공격이 무뎌지지 않을 것임을 두 명의 골잡이가 입증하는 역전승이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승리, 강등 면하다

사실 이 경기는 디디에 드로그바 말고도 첼시 FC에서의 고별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 선수가 또 한 명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골키퍼 페트르 체흐였다. 팀을 떠난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시즌 내내 10살 어린 벨기에 출신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겨 겨우 7경기(프리미어리그 기준)만 장갑을 끼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페트르 체흐(체코 공화국)는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첼시 FC의 간판 수비수 존 테리는 네 번째 우승 감격을 누린 것 이상으로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 38라운드 모든 경기를 단 한 번의 결장이나 교체도 없이 풀 타임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상대 공격수를 밀어내며 거칠게 수비해야 하는 센터 백 포지션의 특성상 경고 카드를 받을 확률도 높지만 단 2개의 경고 기록만 있을 뿐이다. 35살 센터 백이 매너나 실력 모두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는 증거다.

한편, 같은 시각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벌어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은 홈 팀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1골 1도움을 기록한 요나스 구티에레스의 활약으로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마지막 경기까지 헐 시티와 2부리그(챔피언십) 강등 면하기 싸움을 펼친 끝에 당당히 15위(39점, 10승 9무 19패 40득점 63실점)로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확정지었다.

헐 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기며 승점 1점을 따냈지만 최종 순위 18위(35점, 8승 11무 19패 33득점 51실점)로 미끄러지며 다음 시즌을 챔피언십에서 뛰게 되었다.

또한, 브리태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 시티와 리버풀의 맞대결은 홈팀 스토크 시티가 6-1로 대승을 거뒀는데 리버풀의 영원한 주장 스티븐 제라드는 아쉽게도 프리미어리그 고별전에서 완패하는 씁쓸한 기억을 남기고 말았다. 70분에 터진 리버풀의 유일한 만회골은 스티븐 제라드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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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결과(24일 오후 11시, 스탬퍼드 브리지-런던)

★ 첼시 FC 3-1 선덜랜드 AFC [득점 : 디에고 코스타(37분,PK), 로익 레미(70분,도움-에당 아자르), 로익 레미(88분,도움-마티치) / 스티븐 플레처(26분,도움-아담 존슨)]

◇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종 순위표
1 첼시 FC 87점 26승 9무 3패 73득점 32실점 +41 ***** 프리미어리그 우승!
2 맨체스터 시티 FC 79점 24승 7무 7패 83득점 38실점 +45
3 아스널 FC 75점 22승 9무 7패 71득점 36실점 +35 ***** 3위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32강 직행 티켓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70점 20승 10무 8패 62득점 37실점 +25 *****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예선) 티켓
5 토트넘 홋스퍼 64점 19승 7무 12패 58득점 53실점 +5
6 리버풀 FC 62점 18승 8무 12패 52득점 48실점 +4 ***** 6위까지 UEFA 유로파리그 진출 티켓
7 사우스햄튼 60점 18승 6무 14패 54득점 33실점 +21 ***** 아스널이 FA컵 우승하면 유로파리그 진출 티켓 얻음
8 스완지 시티 56점 16승 8무 14패 46득점 49실점 -3
9 스토크 시티 54점 15승 9무 14패 48득점 45실점 +3
10 크리스탈 팰리스 48점 13승 9무 16패 47득점 51실점 -4
11 에버턴 47점 12승 11무 15패 48득점 50실점 -2
12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47점 12승 11무 15패 44득점 47실점 -3
13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44점 11승 11무 16패 38득점 51실점 -13
14 레스터 시티 41점 11승 8무 19패 46득점 55실점 -9
15 뉴캐슬 유나이티드 39점 10승 9무 19패 40득점 63실점 -23
16 선덜랜드 38점 7승 17무 14패 31득점 53실점 -22
17 아스톤 빌라 38점 10승 8무 20패 31득점 57실점 -26
18 헐 시티 35점 8승 11무 19패 33득점 51실점 -18 ***** 이하 20위까지 2부리그 강등
19 번리 33점 7승 12무 19패 28득점 53실점 -25
20 퀸즈 파크 레인저스 30점 8승 6무 24패 42득점 73실점 -31
축구 첼시 FC 프리미어리그 페트르 체흐 디디에 드로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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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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