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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뱀이 깨어나는 마을> 겉표지
ⓒ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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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뱀을 접할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동물원에 가지 않는 이상 야생상태의 뱀을 실제로 보는 것도 쉽지 않다.

도시에 살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자신의 집에서 파리나 모기 같은 곤충을 볼 수는 있겠지만, 뱀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혹시라도 뱀이 집안으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1미터가 넘는 길이의 몸뚱이를 가진 뱀. 혀를 내밀고 온몸으로 바닥을 훑고 다니는 뱀. 곤충이라면 살충제를 이용해서 잡을 수 있지만, 뱀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손으로 뱀을 잡으면 왠지 축축하고 미끌거리는 감촉이 느껴질 것만 같다. 이런 뱀 여러 마리가 갑자기 집으로 들어온다면 어떨까?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뱀들

샤론 볼턴의 2009년 작품 <뱀이 깨어나는 마을>에는 그 제목처럼 뱀들이 등장하고 있다. 뱀이 나오는 미스터리 소설. 설정부터가 무척 흥미롭다. 작품의 무대는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이다.

시골이니까 뱀이 나타나는 것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뱀들이 출몰해서 사람들을 물어 죽인다. 그 뱀들도 흔히(?) 볼 수 있는 물뱀이나 풀뱀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여온 독을 가진 뱀이다.

쟉품의 주인공은 20대 후반의 클래라. 그녀는 5년째 한 종교단체에서 다치거나 버려진 동물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는 수의사다. 주로 오소리, 고슴도치, 강아지, 고양이 등을 치료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한 집에서 신고가 들어온다. 아기가 자고 있는 침대에 뱀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아기는 자기가 뱀과 한 침대에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잠들어 있고 뱀은 그 주변을 기어 다니고 있다. 혹시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놀란 뱀은 아이를 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일을 시작으로 마을에서 독을 가진 수십 마리의 뱀이 나타난다. 그리고 사람들을 물어 죽인다. 파충류 전문 학자는 이 뱀들이 영국 토종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어온 독사라고 말한다. 혹시 누군가가 뱀을 이용해서 살인을 할 수도 있다. 동물범죄의 배후에는 항상 인간이 있는 법이니까. 클래라는 이 사건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뱀과 함께 드러나는 마을의 비밀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뱀을 포함해서 파충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도 뱀은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뱀이 깨어나는 마을>에 등장하는 '세계 최고'의 파충류 전문가는 뱀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의외로 뱀을 신화에서 긍정적으로 묘사했던 문화권의 나라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힌두, 그리스, 노르웨이,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신화에는 뱀이 자주 나타나고 그것도 긍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뱀은 지혜와 불멸, 생명과 다산, 지식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문화권의 민족들이 뱀을 자신의 신화에 집어넣는다. 뱀처럼 신화에 많이 등장하는 동물도 없을 정도다. 뱀의 형태로 묘사된 신도 다양하다. 중앙아메리카와 서아프리카, 캄보디아에는 사원을 지키는 돌로 만든 뱀 조각상이 있다.

<창세기>와는 달리, 신약성서 <마태복음> 10장에는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라는 구절이 있다. 평소에 일상생활에서 뱀을 만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대신에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동물원으로 뱀을 보러 갈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음 / 김진석 옮김. 문학동네 펴냄.



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엘릭시르(2015)


태그:#뱀이깨어나는마을, #샤론 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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