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 자리에 오르기 위한 챔피언스리그 16강에 네 팀 모두가 올라갔다고 좋아했지만, 홈경기에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 팀은 시민구단 성남 FC뿐이었다. 상대가 2013년 우승 팀이었기에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떨어지는 경기였지만, 성남은 모두가 놀랄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탄천에서 '성남 극장 골'이 나왔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남 FC(한국)가 지난 20일 오후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 나섰다. 성남 FC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의 홈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터진 주장 김두현의 페널티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시민구단 성남 FC, 준비된 역습 빛나다

예상대로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공격 움직임은 위력적이었다. 브라질 출신 골잡이 굴라트가 그 중심이었다. 그러나 성남의 듬직한 수비수 윤영선과 임채민은 굴라트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효율적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경기 초반 광저우 에버그란데 기세를 잘 버틴 성남 선수들은, 주장 완장을 찬 김두현을 중심으로 침착하게 역습을 펼치기 시작했다. 10분, 조르징요가 혼자서 몰고 들어가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골을 노린 장면부터가 상징적이었다.

19분에도 히카르도 부에노의 오른쪽 측면 띄워주기가 멀리 넘어가서 남준재의 이마에 제대로 걸렸지만 아쉽게도 골문을 살짝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도 성남의 역습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잘 말해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는 기다리던 성남의 선취골이 멋지게 터져 나왔다. 23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격 방향을 바꾸는 성남 선수들의 조직력이 돋보였다. 김두현이 직접 슛을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유연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속인 다음 오른쪽 대각선 슛을 준비하고 있던 조르징요에게 밀어준 것이다. 조르징요는 이 멋진 연결을 빛내기 위해 오른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과정부터 결과까지 완벽하게 아름다운 골이었다.

전반전도 시간이 흘러 40분을 지나는 시점에서 김두현의 명품 프리킥이 광저우 에버그란데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 정청이 흔들리는 공을 가까스로 쳐냈다. 성남은 이 분위기를 살려 전반전을 끝내야 했지만 뜻밖에 한방을 얻어맞고 흔들렸다. 역시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뒷심은 놀라웠다.

리 슈에펑 퇴장, 김두현의 극장 골

K리그 클래식을 전북 현대에서 경험한 바 있는 가운데 미드필더 황보웬, 그는 42분에 가오 린의 스크린플레이에 힘입어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성남 골키퍼 박준혁이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무회전으로 날아가다가 뚝 떨어진 공은, 처리하기 어려운 골이었다.

이처럼 전반전을 1-1로 끝낸 성남 FC는 후반전에 들어가서 밸런스를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뛰었다. 그 덕분에 중요한 변수가 하나 떠올랐다. 64분에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리 슈에펑이 퇴장당했다. 높은 공을 따내고 있는 성남 골잡이 히카르도 부에노를 향해 왼발을 높이 들어 축구화 바닥으로 쓰러뜨린 게 화근이었다.

이 변수를 활용하기 위해, 김학범 감독은 4분 뒤 남준재 대신 골잡이 황의조를 들여보내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9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절대적으로 수비에 치중한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골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교체 선수 황의조의 위력적인 오른발 슛은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이나 되어서 나왔다. 골문 안으로 향한 것은 아니지만 워낙 위력적이어서 히카르도가 방향을 바꾸는 슛을 시도할 수 있었다.

이대로 후반전 추가 시간이 모두 흘러갈 순간에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김두현이 오른발로 찬 왼쪽 프리킥 세트 피스 순간에 골문 앞으로 달려가고 있던 히카르도 부에노를 후반전 교체 선수 리우 지안이 잡아 넘어뜨린 것이다. 극적인 순간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하늘이 준 이 기회를 김두현이 놓칠 리 없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김두현은 수준급의 오른발 킥 실력을 맘껏 자랑하며 왼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골키퍼 정청이 방향을 예측하고 몸을 날렸지만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이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극장 골 그 자체였다.

이제 두 팀은 오는 27일 오후 9시 광저우 티엔허 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지는 2차전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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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20일 오후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

★ 성남 FC 2-1 광저우 에버그란데 [득점 : 조르징요(23분,도움-김두현), 김두현(90+5분,PK) / 황보웬(42분,도움-가오 린)]

◎ 성남 선수들
FW : 히카르도 부에노
AMF : 남준재(68분↔황의조), 김두현, 조르징요(83분↔김성준)
DMF : 정선호, 김철호
DF : 박태민, 윤영선, 임채민, 곽해성
GK : 박준혁

★ FC 서울 1-3 감바 오사카

◇ 16강 2차전 일정(5월 27일 수요일)
☆ 광저우 에버그란데 - 성남 FC (티엔허 스포츠센터, 광저우)
☆ 감바 오사카 - FC 서울(엑스포 '70 스타디움, 오사카)
축구 성남 FC 시민구단 김두현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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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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