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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로 들어선 여수 해상케이블카입니다. 케이블카에서 보면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등 여수의 속살이 드러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들어선 여수 해상케이블카입니다. 케이블카에서 보면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등 여수의 속살이 드러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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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해야 할까? 지난 토요일, 경남 거제도에 사는 김용호 시인이 느닷없이 여수 방문을 예고했습니다. 나이 육십에 초등학교 동창을 결혼식장에서 만나 4명이 함께 움직이기로 의기투합했다는 겁니다. 그 나이에 즉석 여행을 결행할 정도로 잘 사셨나 봅니다. 여수로 오겠다는 걸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해상 케이블카도 타고 저녁 같이하면 좋겠는데…."

지인은 동행을 요구했습니다. 망설였습니다. 요즘 여수는 해상케이블카를 타려는 관광객으로 인해 교통 체증이 심한 상황입니다. 해상 케이블카를 타려면 보통 1~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기에 피하고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상케이블카는 시민단체와 지자체, 업체의 이해관계가 얽혀 말이 많기 때문입니다.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된 자산공원쪽 모습입니다. 아직 정비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해상케이블카가 설치된 자산공원쪽 모습입니다. 아직 정비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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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민단체는 "주차장 확보, 교통 정체, 안전성 등을 이유로 졸속 허가"한 여수시를 비난하는 상황입니다. 여수시는 시장이 나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겠다"며 케이블카 운행을 허가 했으나 분뇨 처리 문제 등이 터져 난감한 상태입니다. 또 업체는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동전의 양면인 셈입니다.

하여튼 케이블카로 인해 여수에서 숙박하며 관광을 즐기는 외부 유입객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자연스레 돌산대교와 거북선대교 주변은 교통 체증이 심화되었습니다. 이에 케이블카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지인 일행과 합류했습니다.

자산공원 고사포 터와 해상 케이블카 '만감 교차'

일제강점기 일본의 고사포 터와 해상케이블카, 만감이 교차합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고사포 터와 해상케이블카, 만감이 교차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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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3시 경, 여수 자산공원. 이곳은 역사적 아이러니 현장입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습니다. 더불어 측면에는 일본군 고사포 터가 있습니다. 이는 "일본 강점기 말인 1943년 여수 신월동에 있던 비행장을 보호할 목적으로 일본이 포대를 설치해 미 군용기 B29가 저공비행을 못하도록 설치된 것"입니다. 고사포 터 앞을 지나다니는 케이블카를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케이블카 주변은 아직까지 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잔디 뿌리는 채 박히지 않았고, 줄로 어설프게 막아 놓은 곳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또한 곳곳에 설치된 어설픈 안전망이 운행을 서두른 흔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지만 여수세계박람회장과 오동도 풍경은 과거의 추억을 고스란히 되살리고 있었습니다.

해상케이블카 주변에 친 안전망도 어설픕니다.
 해상케이블카 주변에 친 안전망도 어설픕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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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케이블카에서 본 추억 속의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입니다.
 해상케이블카에서 본 추억 속의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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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장을 배경으로 여수 방문 기념사진 많이 찍으시더군요. 저희 일행도 동참했습니다. 주말이라 붐빌 것으로 여겼습니다. 의외로 한산하더군요. 여수 자산공원 쪽보다 돌산공원 쪽을 더 많이 이용한다더니 그런가 싶더군요. 케이블카 이용객은 노년층이 더 눈에 띠였습니다. 진주에서 단체로 오셨다는 한 할머니께 케이블카 탄 소감을 물었습니다.

"케이블카 재밌어. 탈 만 해."

수년 전, 가족과 통영에서 케이블카를 탔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두어 시간이나 기다려 타야했던 짜증 뒤로, 멋진 다도해 풍경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다. 표를 끊었습니다. 줄을 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탑승. 케이블카가 움직였습니다. 의자에 앉아 "어어~" 하는 사이, 어느 새 공중이었습니다. 오동도 등 남도의 바다 위를 붕 날았습니다.

해상케이블카가 붕 날았습니다. 오동도와 바다가 그림입니다.
 해상케이블카가 붕 날았습니다. 오동도와 바다가 그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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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에서 내리막으로 변하는 순간 움찔하기도 했습니다. 마주하는 케이블카, 거북선 대교, 하멜 등대, 돌산대교, 고층 아파트, 해양공원, 여객선 터미널, 남산수산시장 등을 보니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공중에서 보는 여수의 바다는 바다가 여수 사이를 돌아 흐르는 강이 만든 호수처럼 여겨졌습니다. 일행들, 한 마디씩 하더군요.

케이블카 탄 소감, 여수 관광이 준비해야 할 게 태산

"저 아래 빨간 등대가 하멜 등대예요."
"여수에 하멜이 살았나? 그러고 보니 하멜이 제주도에서 여수로 이송됐지?"
"여수에서 일본으로 탈출해 그 유명한 하멜 표류기가 나왔답니다."
"동산 가운데 우뚝 솟은 고층 아파트가 눈에 거슬립니다."
"여수의 속살을 보는 듯합니다."

경남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의 "여수의 속살"이란 말이 가장 와 닿더군요. 여수의 속살은 바로 여수의 민낯이었습니다. 지적했듯이, 동산에 우뚝 솟은 아파트를 갖고 있는 여수. 앞으로 도시 디자인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더 많이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10여분 만에 돌산공원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해상케이블카에서 보는 여수의 속살.
 해상케이블카에서 보는 여수의 속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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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대교와 하멜등대 등이 보입니다.
 거북선대교와 하멜등대 등이 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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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공원은 관광객이 붐볐습니다. 왕복표를 구입했던 터라 돌산공원을 잠시 둘러보고, 다시 탑승해야 하는 처지. 초상화를 그리는 표정에는 혼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참 줄을 서야 했습니다. 돌산공원 일대는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함께 싸돌아다니던 기억이 많은 곳입니다. 그랬는데 이곳에 케이블카가 들어 설 줄이야!

"5년 전 거제도에 세워야겠다고 구상했던 해상케이블카였는데, 이렇게 여수에 선점 당했다."

반대식 의장은 케이블카 안에서 몹시 아쉬워했습니다. 공해를 유발하는 산업보다 공해 없이 지역 경제를 살찌우는 관광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탄식이었습니다. 반 의장은 그러면서 "거제는 여수와 달리 도심과 자연과의 연계를 더 강화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겠다"고 중얼거렸습니다. 객지에서 고향을 본다는 건 아름다운 고향 사랑입니다.

여수가 선점한 해상케이블카를 아쉬워 한 경남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가운데).
 여수가 선점한 해상케이블카를 아쉬워 한 경남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가운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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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은 여수 해상케이블카 견학 외에도 여수갯가길 1코스 중 용월사~월전포 구간을 잠시 걸었습니다. 그리고 용월사 원일스님과 차 한잔을 마시며 '개발'과 '보존'이란 화두로 선문답을 나누었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 본 제 소감요? 국내 최초라는 해상 케이블카 짜릿합니다. 경관도 예쁩니다. 관광객이 밀려들 만합니다. 그렇지만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거란 생각입니다.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확보, 돌산공원 등을 연계한 체계적인 셔틀버스 강화와 홍보, 먹을거리와 연계 등 여수 관광이 준비해야 할 게 태산인 것 같습니다.

돌산 용월사 원일스님과 함께.
 돌산 용월사 원일스님과 함께.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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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여수 해상케이블카, #여수갯가길, #거제시의회 반대식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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