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액션

레이디 액션 ⓒ kbs2


지난해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란 전무후무한 악역 캐릭터로 MBC 연기 대상을 거머쥔 이유리의 차기작은 뜻밖에도 케이블인 tvN의 금토 드라마 <슈퍼대디 열>이었다. 지난 2일 종영한 이 드라마에서 이유리가 맡은 역할은 시한부의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아이에게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싱글모의 역할이었다.

왜 공중파의 작품을 마다하고 케이블의 드라마로 갔을까? 그건 연기대상을 받은 캐릭터와 <슈퍼대디 열>의 캐릭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조연으로서 누군가의 것을 빼앗는 악녀가 아니라 다시 누군가의 사랑을 받는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복수'의 범주를 벗어난 신선한 캐릭터였였다.

이런 기회가 어느 배우에게나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이유리도 연기 대상을 받고 나서야 케이블 tv를 통해서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선택을 당하는 배우들에게 있어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간 이유리가 그래왔듯 익숙해진 캐릭터로 '소모'되기 십상이다. 그러던 배우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드라마가 아닌 예능으로 말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배우들의 예능 나들이

굳이 그 시작을 따지자면 역시나 나영석 PD를 들 수 있겠다. <1박2일>을 통해 배우 이승기를 '국민 허당'이란 독보적 캐릭터로 승화시킨 바 있던 나영석 PD는 tvN으로 자리를 옮겨 <꽃보다 할배>와 <삼시 세끼>를 통해 배우들의 재탄생을 주도했다.

<1박2일>에서 이승기의 게스트로 등장하여 '미대생'의 분위기를 뽐내던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시리즈에서 '짐꾼'으로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더니 <삼시세끼>라는 독자적 프로그램까지 출연했다.

이서진에 이어 <꽃보다 할배>에 합류한 최지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열연했던 2014년 <유혹>에서 유세영 캐릭터도 치명적이었지만, <삼시 세끼>와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의 멤버로 활약한 최지우는 나이를 잊게 만드는 톡톡 튀는 매력을 선보였다. <삼시 세끼>로 '전 국민의 아줌마가 되어버린 '차줌마' 차승원의 매력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배우들은 드라마의 캐릭터를 통해서는 다 보여줄 수 없었던 자신의 숨은 매력을 예능을 통해 뽐낸다. 털털한 매력을 거침없이 뿜어내 SBS 파일럿 예능 <썸남썸녀>의 정규 편성에 기여한 채정안, '도라에몽' 덕후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로 각종 예능을 섭렵하고 있는 심형탁에, 드라마의 캐릭터보다 솔직 담백한 입담이 더 돋보이는 이규한이나 김지훈 등이 있다.

예능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면모를 발휘한 효과가 역으로 드라마의 캐스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형탁의 경우 예능에서 활발한 활약을 보인 이후 드라마의 출연 빈도가 늘었으며 극중 비중도 늘어났다. 물론, 최근 <화정>의 차승원처럼 그 예능 캐릭터가 드라마 속 인물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간 가족 구설수와 영화 <하이힐>의 흥행 실패 등 침체기를 겪었던 차승원에게 <삼시세끼>가 대하드라마 주인공으로 돌아오는데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예능의 새 영역 개척, 배우들에게도 기회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

꽃보다 할배 그리스 편 ⓒ tvn


이렇게 양날의 검이 된 예능이지만 배우들은 협소한 기회, 고정된 캐릭터를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예능을 선택한다. 지난 8일 방송된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은 안문숙, 장서희, 두 여배우를 내세운다. 안문숙은 이미 지난 시즌에서 그간 예능을 통해 걸쭉한 입담을 보여줬다. 장서희의 출연은 뜻밖이다. 이유리처럼 '점을 찍고' 서야 인정을 받는 '복수극'에만 출연해왔던 장서희 역시 로맨틱한 가수 윤건과의 러브 스토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어 지난 9일 첫 선을 보인 <레이디 액션>은 선택의 한계를 뛰어 넘은 또 다른 경지이다. 안문숙이나 장서희가 여배우의 가능성을 예능의 러브 스토리로 풀어내고자 했다면, 여배우이기에 제한적이던 '액션'이라는 영역에, 조민수, 김현주, 손태영, 이시영, 최여진, 이미도 등의 여섯 배우가 도전했다.

오십 대의 조민수부터 삽십 대의 이시영, 이미도, 심지어 애를 낳은 지 갓 백일을 넘긴 손태영까지. 다양한 연령, 조건의 여배우들이, 여배우로서는 버거운 영역인 '액션' 배우의 영역에 도전한다.

첫 회의 <레이디 액션>은 여섯 여배우들이 자신의 몸으로 온전히 끌어가는 한 시간 여로 인해 볼거리를 만들어 낸다. '아장거리던' 여배우들이 그간 드라마를 통해 '여자'로 길들여진 몸짓을 털어내고 구슬땀을 흘리는 '리얼'이 그대로 웃음과 감동의 포인트가 된다. 조민수는 죽을 때까지 '도전'이라고 배우를 정의했다. 그녀가 허벅지 통증을 참아가며 액션을 만들어 가는 모습 예능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를 예능을 통해 구현해 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삼시세끼 님과 함께 시즌2 레이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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