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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궐 선거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는 소위 '호남신당론' '호남정치 복원론'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정균영 전 민주통합당 수석사무부총장이 관련한 주장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이와 관련, 반론을 포함한 다양한 논쟁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전국 4곳에서 실시된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3명을 당선시켜 대승을 거둔 가운데 지난 4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김태호 최고위원 등에 업혀 기뻐하고 있다. 한편, 1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 '어부바' 김무성, '침통' 문재인 전국 4곳에서 실시된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3명을 당선시켜 대승을 거둔 가운데 지난 4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김태호 최고위원 등에 업혀 기뻐하고 있다. 한편, 1명도 당선시키지 못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힌 뒤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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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네 곳 모두에서 전패하자 '호남신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광주 서구에서 천정배(무소속) 의원의 당선으로 호남신당론 논의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명분은 '호남정치 복원론'이다. 하지만 호남정치 복원론의 내용이 뭔지는 아직 불분명하고 그 전망도 불투명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선과 대선의 결전을 앞둔 야권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도대체 왜 이 시점에서 호남정치 복원론이 등장하는 것이며, 등장 배경은 무엇인지, 과연 호남정치 복원론은 야권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보정치의 강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인지, 결과는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새정치연합은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꼼꼼히 분석하고 따져볼 일이다.

'호남정치 복원론', 이렇게 탄생했다

그렇다면 호남정치 복원론은 왜 나왔을까. 첫째는 '호남 홀대론' 때문이다. 호남세력이 다수인 새정치연합 내에서 호남이 홀대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친노패권주의와 연결된다. 박지원 의원은 2.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당시 이런 주장을 강력하게 편 바 있다.

둘째는 호남 내에서의 '개혁정치 실종론' 때문이다. 이는 호남 내 새정치연합의 독점적 지위로 인한 호남정치의 역동성과 개혁성이 실종됐다고 비판하는 입장이다. 이번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 내세운 명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천정배 의원은 호남정치 복원론이 아닌 '호남개혁정치 복원론'이라는 말을 한다.

한동안 '안철수 현상'이 한창일 때도 이런 이유로 호남이 가장 뜨거웠다. 그때 합당으로 수용되지 못한 호남의 정치적 에너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혹자는 호남 진보정치의 강화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는 국민모임의 정동영 후보가 내세운 명분이기도 하다.

셋째는 총선·대선승리를 위해 호남을 중심으로 중도개혁세력이 재편돼야 한다는 '호남중심의 야권재편론'이다.

대략 위의 세 가지 이유가 '호남정치 복원론'의 요지다. 하지만, 이런 호남정치 복원론은 주장하는 사람마다 내세우는 명분이 각양각색이다. 한마디로 가치도 통일돼 있지 않고, 세력도 통일돼 있지 않다. 단 하나 통일돼 있는 점이 있다면 현재의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비토' 입장뿐이다. 문재인 대표 체제 이전에도 새정치연합에 대한 광주 전남의 비토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문재인 대표 체제에 들어와서는 당내 비당권파와 동교동계의 비토 분위기가 추가됐다.

새정치연합은 호남 홀대하지 않았다

4.29 재보선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문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표의 뒤를 지나고 있다.
 4.29 재보선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문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표의 뒤를 지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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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호남정치 복원론의 명분은 타당할까. 첫 번째 '호남 홀대론'부터 짚어보자. 과연 호남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홀대받고 있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130명 중 52명이 호남 출신이다. 이는 호남 지역구 30석 중 28석을 제외하고도 24석이 수도권과 비례대표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다. 전체 당내 의석수 대비 40%다. 새정치연합은 호남 중심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정당에서 가장 큰 자리는 현역 국회의원이다. 이런 현역 국회의원이 40%를 점하고 있는데 어떻게 호남이 홀대받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당원구조를 보면 이를 더 잘 알 수 있다.

'호남 홀대론'의 요지는 호남 중심의 정당에서 당연히 호남 출신이 주도권도 갖고 당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운영에 있어서 호남주도권론이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2012년 이후다. 그 전에는 열린우리당 때부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호남 출신 당 대표로 세 명이 있었다. 정동영, 신기남, 정세균이 바로 그들이다. 권역별로는 가장 압도적인 숫자다. 절대 당 운영에서 홀대받지 않았다.

2012년 이후는 어떤가? 한명숙, 이해찬 두 당 대표가 합쳐서 9개월 단명으로 끝났다. 그 사이 박지원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로 당의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 대선 이후는 김한길 의원이 호남 출신 이용섭 의원을 제치고 호남의 선택을 받아 당 대표로 당을 운영했다. 김한길 대표 체제에서는 전남의 주승용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았으며,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는 제1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참여하고 있다. 전남 광양 출신 우윤근 의원 역시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다.

당 운영에서 호남이 홀대받고 있다는 근거는 없다. 호남 홀대론은 실체가 없다. 있다면 당내 일부 정치인들의 정략적 호남 홀대론이 있을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기본적으로 호남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호남 출신 당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구도 아래서 선출된 당 대표를 호남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호남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 후보라 평가절하하는 것은 과한 정치적 공격이다.

친노패권주의 실체 역시 허구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적 리더에게는 언제나 구심력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세력 확장도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그에 따른 주도권 행사도 이뤄진다. 예전의 김대중 총재 시절을 생각해보라. 거기에 대고 '동교동 패권주의'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가. 심지어 정계 복귀를 위해 민주당에서 분당해 국민회의를 창당하고 나올 때도 그런 용어는 쓰이지 않았다. 정치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재인 대표는 친노패권주의라는 선동에 되레 잔뜩 움츠려 있는 상황이다. 대표로서의 권한 행사에 많은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 '비노-친노'라는 구도와 용어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들에 의해 음모론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김한길 당 대표 시절 당직 인사를 두고 소위 친노 진영에서는 누구 하나 이의를 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당연히 당 대표에게 그럴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는 인사 문제부터 모든 것이 친노패권주의라는 색안경에 의해 재단된다. 정치적으로 온당치 않은 공격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친노패권주의가 호남을 무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또한 호남 민심을 왜곡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퇴행적 정치행위다. 우선 당내에서 친노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문재인과 친하면 친노가 되는 구조다. 이런 논리라면 문재인 당 대표가 모든 의원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통 크게 끌어안아서 친해지면 모두 친노가 된다. 그럼 이것은 친노패권주의의 극치가 되는 건가.

새정치연합이 한 가지 잊고 있는 게 있다. 세력으로서의 친노는 당에 없다. 의원들이나 문재인 대표 측근들은 진짜 친노의 실체가 아니다. 진짜 친노가 있다면 당밖에 있는 수많은, 노무현 정신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국민들일 것이다.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선거 시에 최소한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의 10% 정도는 좌우할 것으로 본다. 이들은 새정치연합이 총선에 승리하고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잘 관리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당 밖 이들의 정치적 지향성을 친노패권주의라는 음모론적인 잣대로 재단하려 든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2% 부족한 정당이 아니라 무엇을 해도 질 수밖에 없는 10% 부족한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호남정치 복원론이 DJ 정신에 반하는 것

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지난달 4월 7일 광주시의회에서 '호남정치 비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4·29재보선에서 광주 서을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천정배 무소속 후보가 지난달 4월 7일 광주시의회에서 '호남정치 비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천정배 후보 선거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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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호남 개혁정치 복원론'을 살펴보자. 호남 개혁정치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념적 좌표로서 진보성의 강화인가, 아니면 호남정치의 인적 쇄신 시스템인가. 혹자는 막연히 DJ 정신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진보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지금의 정의당 정도를 대안정당으로 정착시키는 게 맞다.

아니면 정동영의 말대로 진보적 깃발을 호남에서 새롭게 들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새정치연합의 독점구도도 깰 수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호남 유권자의 선택의 폭과 정치적 역동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구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호남이 특별히 이념적 좌표 측면에서 새정치연합의 중도개혁노선 이상의 진보성 강화 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호남 내 정치적 인적쇄신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보자. 이 말은 달리 이야기하면 새정치연합의 정치노선 문제가 아닌 인적자원 선순환 시스템 부재에 대한 반발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제를 경제 개념으로 보면 실체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영남의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호남은 새정치연합 일당 독점체제 아래에 있었다. 그런데 정치적 수요는 넘쳐 난다. 일당 체제에서는 넘쳐 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혹자는 여야 경쟁적 교차 지지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는 호남의 특수한 민주화운동 역사에 비춰볼 때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이런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도적 좌표를 갖고 있는 새정치연합 정도의 선택지가 하나 더 필요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작금의 호남정치 복원론은 정치적 기회공급의 한계 상황이 포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체적으로 정치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합리적 인적 쇄신 시스템을 가동하고 당내 정치적 역동성을 유지해 왔다면 이 정도 상황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세력이 새정치연합의 강고한 기득권을 깨서 경쟁구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호남은 모든 인적자원이 그간 새정치연합에 거의 모두 투입돼 왔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호남에서의 새로운 정치세력 구호가 공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재보선 때 천정배 후보의 이력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호남정치의 역동성 회복 문제라는 측면에서는 일당 독점체제의 극복을 위한 시도가 폄하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특히 지방자치의 발전 측면에서는 굉장히 심각하고도 시급한 문제라 보여진다. 그런 면에서 '호남개혁정치 복원론'은 나름의 명분을 갖고 있는 셈이다.

DJ 정신 회복을 호남정치 복원론과 연결시키는 것은 이 시점에서 다소 생뚱맞은 주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끊임없이 호남의 정치적 고립을 탈피하고 민주당의 외연확장과 야권통합을 위해 몸부림친 정치인이다. 오히려 지금의 당내 분열과 호남정치 복원론이 DJ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호남 중심 정당과 영남 야권 지지자의 결합, 총선 승패 좌우

ⓒ 정균영

세 번째로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호남을 중심으로 중도개혁세력이 재편돼야 한다는 '호남중심의 야권 재편론'은 타당한가의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열적 야권 재편론'과 '특정지역 중심적 야권 재편론'은 타당하지 않다. 이 명분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1988년 13대 이후 일곱 번에 걸쳐 치러진 총선 결과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위의 표를 보면 현재의 새정치연합 전신인 정당이 총선에서 선전한 때는 14, 16, 17, 19대 총선이었다. 총선에서 참패한 경우는 13, 15, 18대 선거 때였다. 일부에서는 13대와 15대 총선 결과를 '황색 바람'으로 미화한다. 야권통합적 입장에서 보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다. 그야말로 분열적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치른 선거였다.

총선에서 선전했거나 승리했을 때의 특이사항을 보면 공통적으로 호남 중심의 정당에서 통합을 통해 외연를 확장한 경우다. 14대 총선 때는 이기택이 이끄는 민주당과의 통합이 있었고, 16대 총선 때는 꼬마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한 정권 창출이 있었다. 그리고 17대 총선 때는 영남 출신인 노무현 정부의 출현으로 최초로 총선에 승리하고 전국 정당화가 이뤄졌다. 이때 달성된 전국 정당화는 새누리당의 견고한 지지 기반이었던 충청권과 강원권을 명실상부한 양당 체제로 만들어 놨으며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정치지형 변화의 단초를 놨다. 이때의 영향력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2012년에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빅 텐트론'을 통해 야권 전체가 대통합을 이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참여정부 이후 '폐족'의 멍에를 쓰고 18대 총선부터 당과 거리를 뒀고, 현재 새정치연합 내 비주류와 동교동계로부터 비토의 대상이 된 소위 친노 핵심그룹들이 주력으로 통합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야권 대통합을 통해 야권 과반 승리를 기대할 정도의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총선 전략 실패로 민주당 127석, 선거 연대 대상이었던 통합진보당 13석 등 총 140석에 그치고 말았다. 과반에 11석이 모자라는 성적이다. 하지만 17대 총선 당시 '탄핵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가장 좋은 총선 성적표이기도 했다. 이처럼 새정치연합의 총선 역사는 호남 중심의 정당과 영남 야권세력과의 관계 설정에 따라 극명한 결과의 차이가 났음을 알 수 있다.

17대 이후 소위 친노라 불리는 세력이 단순한 영남 정치세력의 의미를 벗어나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2002년 대선 정국을 통해 노무현이라는 아이콘을 중심으로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응집된 일반 국민세력이라는 점에서 그들을 단순히 영남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는 건 커다란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이들 집단은 승리의 경험을 가지고 있고, 아직도 노무현을 통해 못다 이룬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17대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500만 표 이상의 참패를 당한 원인 중 하나가 이런 국민 세력들의 동력을 극도로 약화해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8대 총선 역시 외형적으로는 통합신당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들 국민세력을 정서적으로 대변해온 친노의 퇴조, 이에 따른 동력 상실이 역시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야말로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은 '플러스알파' 없이 새정치연합의 핵심 지지세력만 갖고 치른 선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는 아래 표의 수도권 총선 결과를 보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 정균영

현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면 영남(67석)과 호남(30석)의 의석수가 37석 차이가 난다. 새정치연합은 이 37석의 의석수 차이를 수도권에서 압승해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과 비슷하게 의석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에서의 선거 성적은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야권의 정치구도에 전적으로 연동돼 있다.

새정치연합이 전체적으로 선전했던 14, 16, 17, 19대 총선 결과는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전적으로 수도권 선거 승리에 기인한 것이다. 14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과 박빙의 결과를 냈고, 16, 17, 19대 총선에서는 수도권에서 압승이었다. 모두 호남 중심의 당 구조를 탈피해 통합을 이룬 결과다.

단순 통합이 아닌 영남 정치세력 내지는 친노 그룹과의 통합이 이뤄졌을 때 수도권 선거에서 최대치의 시너지를 창출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통합의 시너지는 비단 수도권에만 머문 게 아니었다. 전통적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충청권과 강원권의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끼쳤다. 반대로 13, 15, 18대 총선에서는 수도권에서 보수정당에 참패했다. 제1야당의 분화 결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전이나 집권 후나 민주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동진 전략'을 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필생의 숙원으로 지역 구도 정당 혁파를 통한 전국 정당화를 지향해 왔다. 새정치연합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이 두 지도자의 생전의 정치적 고뇌를 분명히 상기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새정치연합 전국 정당화에 대한 꿈은 아직도 실현되지 못했다.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현재의 새정치연합 구조에서 호남 없이 전국 선거에서 이길 수 없지만, 호남만으로도 전국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현재 새정치연합 내에서 정략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호남정치 복원론'과 '친노패권주의'의 정치적 프레임화, 정치적 비토에 의한 분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한다. 그간의 선거 결과에 대한 통계학적 의미를 추론해볼 때 이것은 곧 야권의 총선 패배와 수도권 선거 참패, 대선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대표와 친노의 단순한 진퇴 문제가 아니다. 당내 과도한 정치적 공격에 의한 문재인 대표의 정치적 낙마가 가져올 결과는 문재인 개인의 정치적 쇠퇴, 나아가 친노의 정치적 쇠퇴에 그치지 않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것은 철저하게 새정치연합의 쇠퇴, 제1 야당의 쇠퇴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 앞서 거론했듯이 당 밖의 일반 유권자로 있는 '플러스알파'의 동력을 무력화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해서 새정치연합 스스로 부족한 2%가 아닌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10%의 차이를 만들어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호남정치 복원론' 이렇게 극복하자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호남정치 복원론' 내용의 중심에는 호남 지역의 정치 수요에 대한 공급 부족 현상과 새정치연합 주도세력으로서의 문재인 당 대표 그리고 영남 정치세력에 대한 강한 정서적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우선 호남 내에서 분출하고 있는 정치 에너지 및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당내 인적 자원의 선순환을 위한 인적 쇄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호남 지역의 경우, 그 특수성을 감안해 현재의 기득권적 구조를 혁파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시스템을 적용시켜야 한다.

지금의 호남 문제는 새정치연합의 기득권적 지배 체제에 대한 저항적 성격이 크며, 여기에 공동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당내 문재인 비토 그룹과 일부의 동교동계가 정치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복합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당 독점체제에서 오는 지방정치의 폐해는 막을 수 없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새정치연합이 기득권을 버리고 단체장을 제외한 지방의회에 후보 공천을 하지 않음으로써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복원 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지방정치에 대한 수요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당 운영의 호남 이니셔티브 적용 문제와 반 친노 정서는 당내 고질병인 승자독식의 문화와 분열적 계파문화에 맞닿아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승자독식의 문화에 철저히 젖어 있다. 여야 관계,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그렇고 정당 내부 정치문화에 있어서도 그렇다. 이런 분열적 승자독식의 문화를 혁신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정치는 복원되지 않는다. 여야 관계에 있어서도 승자독식의 문화가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듯이 당내 정치에 있어서도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

정당정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팀플레이 정치다. 팀플레이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선거에 이겨 집권할 것이며, 어떻게 정권 지지기반인 당의 지원 아래 국정을 효율적으로 끌고 갈 것인가. 또 야당으로서는 어떻게 집권여당을 적절하게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제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전당대회는 물론 대통령 후보 경선, 심지어는 공직 후보 경선에서도 제로섬 게임을 해왔다.

그 결과, 당은 항상 편향적으로 운영됐고, 선거 과정과 결실을 당원들이 공유하지 못했다. 선거가 끝나면 분열적 상처만 남았다. 이런 이유로 현역 의원들, 지역위원장들은 물론 당 사무처 당직자들까지도 철저하게 계파적으로 분열돼 있는 게 실상이다. 이렇다 보니 여야 선거의 승패는 어느 쪽이 더 분열의 상흔을 빨리 치료하고 봉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바로 이런 분열의 프레임을 실용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당내에서는 능력에 따른 공정한 당직자 인사시스템이 정착돼야 할 것이고, 당무결정에 있어서는 민주적 절차성이 지켜져야 할 것이다. 공직자 후보 선정을 위한 절차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가 됐든, 공직자 후보경선이 됐든 승자는 함께 경쟁했던 경쟁자를 배려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경우는 집권 시 개인이 승리가 아닌 정치집단인 당의 승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일정 부분 당의 국정운영 참여권과 인사추천권을 보장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승자독식의 문화가 제도적으로 당내에서 혁파될 수 있다면, 계파정치의 폐해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며 자연스럽게 선거결과에 대한 승복문화도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현재 문재인 당 대표의 대선 승리 여건은 훨씬 좋다. 문재인 당 대표뿐만 아니라 박원순 시장, 안철수 의원 그리고 다른 잠재적 대선후보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의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분열적 정치 구조로는 누가 나와도 백약이 무효다. 당의 중요한 정치적 자원들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그들이 상처를 입으면 새정치연합은 함께 추락한다.

다른 중요한 승리의 전제조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 승자독식·승자패권의 정치문화가 바뀌고, 원칙 없는 나눠먹기, 원칙 없는 봉합이 아닌 새로운 통합적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총선과 대선승리의 가능성을 확실히 높일 수 있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지도자들과 원로들, 그리고 당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정당문화 혁신작업에의 '에너지 집중'이다. 이것이 가능해진다면 정치공학적으로 등장한 '호남정치 복원론'도 자연스럽게 극복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정균영 기자는 전 민주통합당 수석사무부총장입니다.



태그:#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호남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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