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영된 tvN <코미디 빅리그> 속 장동민의 '사과 개그'를 두고 말이 많다. 막말 파문 이후 거듭된 사과를 전했지만 굳이 이를 개그 소재로 활용했어야 하는 지적과 함께 자신의 극한 상황마저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희극인의 숙명이라는 의견도 뒤따른다. 좋게 보자면 '셀프디스'이고, 나쁘게 보자면 '시청자 우롱'이라는 것이다. 

이날 장동민은 <코미디 빅리그> 속 코너 '국제시장 7080'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내용은 1970년대 어린이날을 배경으로 두 가족이 아웅다웅하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장동민의 등장 이후 벌어졌다. 김필수가 윤미숙에게 "멍청하다"고 소리치자, 장동민이 김필수에게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한테 멍청하다고 그래, 사과해 빨리!"라며 사과를 종용한 것이다. 덧붙여 장동민은 "내가 조언하는 것"이라며, 여성 막말 파문 이후 수차례 사과의 뜻을 밝힌 자신의 처지를 '디스'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장동민의 대사에 현장 관객들은 크게 환호하며 장동민의 개그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코미디 빅리그> 녹화 후 장동민은 관객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며 "감사합니다. 여러분께 더 큰 웃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또 한 번 사과의 뜻을 밝혔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이날 장동민이 선보인 '사과 개그'에 어느 정도 진심이 담겼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장동민의 '사과 개그'가 지난 28일, 옹달샘(유상무, 유세윤, 장동민)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사과를 전한 바로 그날이었다는 점은 한 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기자회견 당시 눈물을 흘리며 사과의 진정성을 강조하던 이들이 곧바로 <코미디 빅리그> 녹화장을 찾아 자신들의 사과와 반성을 개그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은 일부 시청자에게 충분히 불쾌감을 안겨줄 만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송 하차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굳이 논란이 되었던 막말과 사과를 개그로 다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어차피 이미 방송 활동을 이어나가기로 결정한 상황인 만큼 개그맨으로 최선을 다해 웃음을 전달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방법이 '셀프디스'여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성을 위한 반성, 사과를 위한 사과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동민의 '사과 개그'를 '시청자 우롱'으로 해석하는 일부 시청자의 반응을 단순히 지나친 비난이라 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옹달샘은 앞으로도 계속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웃음을 전달하겠다"는 이들의 입장은 존중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를 전한 건 불과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셀프디스'는 아직 이르다. 특히, 그게 웃음을 위해서라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