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분노의 질주: 더 세븐>으로 시작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으로 끝난 한 달이었다. <화장>, <장수상회> 등 같은 달 개봉한 한국영화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4월 29일 개봉한 <차이나 타운>이 어제(1일)까지 32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곧 개봉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월은 한국영화에겐 쉽지 않은 한 달이 될 전망이다.

이 기사는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뽑는 이 달의 기대작 10편이다. 10편을 추린 건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기에 각자가 기대하는 영화가 리스트에 들지 못했다 해서 상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좋은 영화란 시간의 심판을 거쳐 끝끝내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1. 잡식가족의 딜레마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포스터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포스터 ⓒ 시네마달


<겨울 밤, 이야기를 듣다>(2000), <작별>(2001)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주로 찍어온 황윤 감독의 신작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5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영화가 주류를 이루는 환경이지만 좋은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유효한 장르다.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도 존재하지 않는가.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무려 350만 마리의 소, 돼지를 구덩이에 파묻은 구제역 대란 이후, 소규모 친환경 농장을 방문하고 딜레마에 빠진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육식에의 욕구와 동물에 대한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가족의 고민이 생명의 가치에 무심한 이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2. 에시오 트롯: 거북아 거북아

  영화 <에시오 트롯: 거북아 거북아> 포스터

영화 <에시오 트롯: 거북아 거북아> 포스터 ⓒ 싸이더스 픽쳐스


왕년의 명배우 더스틴 호프만과 주디 덴치가 공연하는 <에시오 트롯: 거북아 거북아>는 노년의 사랑을 낭만적으로 그리는 멜로물이다. 왜소한 체구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순수한 눈빛이 트레이드마크인 더스틴 호프만은 연기력에 있어서만큼은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그와 함께 주로 위엄 있는 중장년을 연기해 온 주디 덴치가 멜로연기를 시도한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파격이라 할 만하다. 거북이를 매개로 두 노년의 사랑이 어떻게 발전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디어블라 월쉬가 연출을 맡았다. 5월 7일 개봉.

3.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4월 극장가를 접수했다면 5월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달이 될 것이다. 조지 밀러의 전설적인 시리즈가 30년 만에 부활한다는 점만으로도 영화팬들의 가슴이 들뜨고 있다. 전작의 주연배우 멜 깁슨이 톰 하디로 교체되었지만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로지 헌팅턴 휘틀리 등 할리우드 이름난 배우들의 출연이 무게감을 더했다.

<매드맥스 2>의 정신 나간 액션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한 달 먼저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의 자동차 액션을 가볍게 추월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한 번 완전히 미쳐보자. 5월 14일 개봉.

4. 위아영

 영화 <위아영> 포스터

영화 <위아영> 포스터 ⓒ 위아영


지난해 여름 개봉한 <프란시스 하>를 기억하는 분이 있으신지. 낯선 도시 뉴욕에서 깨지고 치이다 마침내 일어서는 프란시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노아 바움벡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흑백 화면 가운데 가장 화려한 도시 뉴욕을 담아낸 선택부터 더없이 멋스런 성장영화의 마무리까지가 인상적이었던 <프란시스 하>의 연출자가 바로 노아 바움벡이다. 그가 이제는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라는 보석들을 손에 넣었다. <위아영>이 기대되는 이유다. 14일 개봉한다.

5. 트래쉬

 영화 <트래쉬> 포스터

영화 <트래쉬>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역시 5월 14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스티븐 달드리의 신작이다. 맞다. <빌리 엘리어트>를 만든 바로 그 감독이다. <트래쉬>는 브라질 리우를 배경으로 의문의 지갑을 주운 소년들이 겪게 되는 한 바탕 모험을 그린다. 소외된 환경에서 자라난 소년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빌리 엘리어트>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스티븐 달드리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선 안 되는 작품일 것이다. 찰리 쉰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마틴 쉰이 주연으로 출연한다. 제 9회 로마 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6. 신이 말하는 대로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포스터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포스터 ⓒ 싸이더스 픽쳐스


1998년 타임지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미래의 영화감독 10명'에 선정되기도 했던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일본에서 가장 개성넘치는 연출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영화는 대규모 흥행보다는 소수 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얻으며 발전해왔다. <중국의 조인>, 흑사회 3부작, <착신아리> 등이 대표작이다. 그의 신작 <신이 말하는 대로>는 전형적인 일본산 공포영화의 틀을 갖고 있다. 미이케 다카시가 공포의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개봉이다.

7. 드림 하우스

 영화 <드림 하우스> 포스터

영화 <드림 하우스> 포스터 ⓒ 와이드릴리즈(주)


다니엘 크레이그, 레이첼 와이즈, 나오미 왓츠가 공연하는 <드림 하우스>는 짐 쉐리단의 스릴러 영화다.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통해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연출자로 자리 잡은 짐 쉐리단은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극복하는 인물을 즐겨 그려온 감독이다. 영향력 있는 연극 연출자에서 영화감독으로, 익숙한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르로 도전하는 짐 쉐리단의 이력은 보는 이에게 감탄을 자아낸다.

<드림 하우스>는 정신병자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내려는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평소 긴장감 있는 장면 연출에 재능을 보이긴 했으나 본격적인 스릴러를 연출하는 건 짐 쉐리단과 같은 이름난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1949년생 노감독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빚어냈을지 확인하는 것도 멋진 경험이지 않을까.

8. 노크, 노크

 영화 <노크, 노크> 포스터

영화 <노크, 노크>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여느 때보다 빨리 더위가 찾아왔기 때문일까. 5월 개봉작 가운데선 유독 공포, 스릴러 장르가 많이 보인다. 여름 한 철에만 걸리던 공포·스릴러물이 할리우드 대형 블록버스터를 피해 봄·가을에 조금씩 개봉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계절에 상관없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노크, 노크>는 5월에 개봉하는 많은 공포물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스로도 공포물의 광적인 팬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온 일라이 로스는 <호스텔> 시리즈를 통해 단박에 스타 공포영화 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적어도 공포물의 팬 가운데 그의 재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키아누 리브스라는 할리우드 간판 스타를 주연으로 기용한 이 영화에서 일라이 로스가 그 재능을 만개시키길 바란다.

9. 차일드 44

 영화 <차일드 44> 포스터

영화 <차일드 44> 포스터 ⓒ NEW


톰 하디, 게리 올드만, 조엘 킨나만, 뱅상 카셀이 한 영화에 모였다. 덴마크 국립 영화학교와 스톡홀름 영화학교를 거치며 북유럽 영화의 차세대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다니엘 에스피노사의 신작 <차일드 44>에서다. <매드맥스>의 차세대 맥스 톰 하디, 설명이 필요 없는 게리 올드만, 신세대 로보캅 조엘 킨나만, 프랑스의 액션스타 뱅상 카셀의 공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확실한 건 이 가운데 누구도 호락호락한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28일 개봉한다.

10.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영화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포스터

영화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5월 개봉작 가운데서는 배우와 감독을 겸업하는 이들의 연출작이 유독 많이 눈에 띈다. <바스터즈: 나쁜 녀석들>에 출연한 일라이 로스, 일라이 로스의 <호스텔> 등에 출연한 미이케 다카시 등이 그렇다.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의 감독 엘리자베스 뱅크스 역시 마찬가지다. 할리우드의 잇걸이라는 평가까지 들었을 만큼 배우로서 유명세를 얻은 그녀는 연출에도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녀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첫 연출작 <무비 43>이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다시 한 번 메가폰을 잡았다. 여성 아카펠라 보컬그룹의 성공기를 그려낸 <피치 퍼펙트: 언프리티 걸즈>는 연출자로서 엘리자베스 뱅크스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영화가 2000년 개봉해 상당한 인기를 끈 <코요테 어글리>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28일에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매드맥스 위아영 트래쉬 차일드 44 신이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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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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