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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문(門)은 두 짝으로 된 문의 상형이다.
▲ 門 문 문(門)은 두 짝으로 된 문의 상형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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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제(齊)나라에 추기(鄒忌)라는 키 크고 잘생긴 관리가 있었다. 그의 친구 서공(徐公) 역시 멋진 외모로 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느 날 추기는 거울을 보다가 아내에게 "나와 서공을 비교하면 누가 더 잘생긴 것 같소?"하고 물었다. 아내는 주저 없이 남편이 더 낫다고 대답했다. 추기는 또 첩에게 물었더니 첩 또한 서공보다 몇 배나 잘생겼다는 대답이다. 얼마 후 부탁을 하러 온 친구가 있어 같은 질문을 하자 친구 역시 서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추기가 훨씬 잘생겼다고 추켜세웠다.

추기는 스스로 거울을 보다가 문득 서공보다 자신이 더 잘생겼다고 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내는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첩은 자신이 두려워, 친구는 뭔가 부탁이 있어서 그렇게 대답했다는 걸 깨달았다. 추기는 작은 관리인 자신도 이런데 왕은 얼마나 주위에 이런 찬미와 칭찬의 미사어구에 둘러싸였을까 싶어 위왕(威王)을 찾아가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추기의 말을 듣고 크게 감명을 받은 위왕은 누구든 정당한 일로 자신에게 간언하는 사람이 있으면 상을 주겠노라고 선포했다. 이후 궁궐은 간언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마치 시장바닥을 방불케 했다. 여기서 생겨난 말이 바로 '문전성시(門前成市)'다. 1년 동안 간언하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동안 제나라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성벽과 차벽으로 문을 닫고 비판의 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위정자들이 새겨둘 말이다.

문 문(門, mén)은 두 짝으로 된 문의 상형이다. 통나무로 대를 새우고 양쪽으로 여 닫는 문짝을 설치했는데, 문짝이 한 쪽으로만 된 호(戶)보다 넓고 안정돼 보인다. 위엄 있는 관가나 부잣집에서나 달 수 있었다. 이 문 안에 해 일(日), 달 월(月), 귀 이(耳) 등 100여 개의 한자를 더해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낸다.

고대 사회 문은 신분에 따라 철저히 출입이 구분되고 그 크기 또한 달랐다. 자금성의 다섯 개 대문 중 가운데는 황제와 황후, 그리고 전시(殿試)에서 장원으로 합격한 자만이 들어갈 수 있었으며, 동쪽은 문관, 서쪽은 무관(東文西武)이 출입했다. 관리 등용 시험인 거시(擧試) 합격자 중에서는 석차에 따라 홀수는 동쪽, 짝수는 서쪽 문으로 드나들었다.

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문은 달렸으되 늘 잠겨 있다(門雖設而常關)"는 말로 세상을 등지고 자연에 묻혀 사는 자신을 표현한다. 이런 도인의 경지가 아니라면 문은 <옥편>의 '사람이 나고 듦(人所出入也)'이란 정의처럼, 늘 자유롭게 열린 소통의 통로여야 한다. 잠겨 있는 문은 더 이상 문이 아닌 '벽'일 뿐이다. 누군가 다가와 당신이란 문을 두드리면 언제든 그를 반갑게 맞이해줄 수 있도록, 저마다 문 문(門)의 한쪽 절반은 살며시 열어두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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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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