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파일럿으로 방영되었던 SBS <썸남썸녀>가 정규 편성 되어 28일 첫 전파를 탔다. 윤소이·이수경 등 신선한 캐릭터와 서인영·강균성 등 예능을 통해 독보적 캐릭터를 구축한 이들이 합류하는 한편,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받았던 채정안·김지훈·심형탁·김정난·선우선 등이 잔존하여 '싱글 연예인들의 사랑 찾기'에 돌입하였다.

 SBS <썸남썸녀> 출연진.

SBS <썸남썸녀> 출연진. ⓒ SBS


만나자 마자 소개팅까지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던 파일럿과 달리 정규로 편성된 <썸남썸녀>는 새로이 합류한 멤버들과 안면을 트고, 서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썸남썸녀> 특유의 설정에 따라 각 팀의 멤버 중 한 사람의 집에 짐을 푼 각 팀은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에 따라 '사랑'과 '연애'에 대한 탐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미 파일럿 과정에서 돈독해진 김지훈·김정난·선우선 팀은 연기자 팀답게 '자신을 두고 딴 여자를 만나는 남자' 설정에 따라 연기에 몰입한 끝에 김정난이 눈물을 흘리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또 자신의 연애 스타일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과정에서 '키스'을 하기까지의 김정난과 김지훈의 세대 차이, 혹은 연애에 대한 관념의 차이가 부딪치며 솔직한 연애관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파일럿에서 솔직한 태도로 호평을 얻었던 채정안 팀에 합류한 윤소이는 채정안의 결혼식 들러리를 설 만큼의 오랜 인연으로 쉽게 친숙해졌고, 여자 세 명의 솔직한 이야기는 깊이를 더해갔다.

마치 소개팅이라도 되는 양 남녀 각각 2명씩으로 새로이 구성된 심형탁, 강균성, 서인영, 이수경 팀의 복병은 강균성의 팬인 심형탁이었다. 나머지 두 여성 팀원이 질투를 느낄 만큼 강균성에 열렬한 호응을 보인 심형탁의 팬심은 뜻밖의 '남남 케미'를 자아냈다.

 SBS <불타는 청춘> 출연진

SBS <불타는 청춘> 출연진 ⓒ SBS


이 가운데 좀 더 나이가 지긋한, 중년 싱글 연예인들의 사랑 찾기도 물이 올라간다. 금요일 밤 자리를 잡아가는 중년의 '썸남썸녀', SBS <불타는 청춘>이 그것이다. <불타는 청춘>은 외설스럽게 까지 느껴지는 제목과 달리, 고목나무에 꽃이 피듯 풋풋한 밀당을 그려낸다.

김국진-강수지 커플의 애교어린 밀당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새로이 합류한 김선경의 존재로 이 커플의 긴장은 배가됐다. 심지어, 김도균의 젊은 시절 사진조차 이들 커플의 질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저 드러나는 커플의 징조만이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아니다. 오히려 369 게임에서 20조차 넘기지 못하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시간 가는 줄 모르면서 웃고 즐기는 중년의 모습이 이 프로그램의 진짜 재미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여자 앞에만 서면 대나무 숲을 날아 다니게 하고, 톱질을 하는 근육을 불끈불끈하게 만드는 '불타는 에너지' 또한 이 프로그램의 재미다.

'초인시대' 속 88만원 세대의 연애담은?

 tvN <초인시대> 포스터

tvN <초인시대> 포스터 ⓒ CJ E&M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속 뒤늦게 '사랑'을 찾는 싱글들의 사랑은 여유롭다. 이미 연예계에서 이름을 제법 날린 <썸남썸녀>속 연예인들의 집은 현실의 싱글들에게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구하기 버거워 보이는, 번듯한 방이 몇 개씩이나 있는 아파트이다. 그들은 자신의 차로 장을 보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맛집을 즐긴다.

<불타는 청춘> 역시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 속 중년 연예인들은 '청춘'을 불태우기 위해 전국 방방 곡곡 경치 좋기로 이름난 곳을 찾아 나선다. 벚꽃이 피는 마을과 대나무가 수려한 숲에서 그들은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며, 맛난 것을 먹고, 게임을 한다. 그 어디에도 현실 속 그들 또래 명퇴자가 겪을 법한 서러움이나 자영업자가 껴안고 있을 고민은 없다.

삼십대에서 많게는 오십대의 연예인들에게선 현실 속 그들 또래들이 겪는 여러가지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은 거세된 채, 오로지 '결혼'을 하지 못한 어려움만이 쪽집게 집듯 뽑아져 예능의 포인트가 된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사랑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이들의 새로운 사랑을 충동하는 프로그램이 공중파에 포진된 가운데, 보다 젊은 청춘들의 연애는 어떨까? 물론 MBC <천생연분 리턴즈>라는 젊은 아이돌을 중심의 짝짓기 예능이 등장하기 했지만,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젊은 층에 화제가 되었던 것은 가상 연애를 다룬 JTBC <나홀로 연애중>이었다. 현실의 연애가 버거운 젊은 세대에게, 아이돌 스타와의 가상의 연애 시뮬레이션 예능은 충분한 '보상' 효과를 제시했다. 그리고, 진짜 88만원 세대의 사랑은 tvN <초인시대>를 통해 공감을 얻는다.

남의 집 차고에 사는 병재(유병재 분), 창완(김창환 분), 이경(이이경 분)에게 연애는 버거운 사치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고 결혼도 하는'것이 소박한 꿈인 이들에게 현실은 냉정하다. 이경의 차를 보고 급화색했던 여성은 그 차가 렌트카임을 안 순간 냉정하게 돌아선다. 병재에게 관심이 있는 누리(배누리 분)가 병재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낡은 컴퓨터를 고쳐달라는 요청이다. <초인시대> 속 등장하는 인물들의 활동 영역은 포장마차, PC방, 그리고 편의점이다. 맛집에 커피 전문점은 사치다.

게다가 쌓아둔 성욕이 '초인'의 매개체가 되는 상황은, 연애 대신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대리 만족하는 88만원 세대의 현실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몰라, 원하는 것을 알아도 그것을 손에 넣기엔 요원한 현실을 보여주는 <초인시대>는 연애 권하는 <썸남썸녀>, <불타는 청춘>의 이면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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