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어른들은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져주며 원하는 것을 채워주면 아이들의 행복은 보장된 것이라 착각한다.

 해피홀리데이

<해피 홀리데이>의 포스터 ⓒ (주)유로커뮤니케이션 영화사업본부

기준점을 어디에 뒀는지조차 모르면서 말이다. 원하는 것을 사주고, 가고 싶은 곳에 데리고 가 아이스크림 하나에 내 아이의 모든 것이 채워졌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역설적으로 해석해보면 우리는 아이의 두 배가 넘는 눈높이에서 아래를 향해 일부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아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다소 과격한 해석도 가능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눈과 눈이 마주쳐야 표정을 볼 수 있고, 그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생긴다. 우리가 아이를 지극히 유아 사고 방식을 지닌 발달 중인 성장체라 정의한다면 최고의 육아 방식을 외치는 부모라 자부하며 정작 쌓여가는 아픔을 보지 못하는 폐해는 누적되기만 할 것이다.

영화 <해피 홀리데이>는 이러한 문제를 다소 강한 위트로 희화했지만, 오히려 난장판 속에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대사들과 천방지축 날뛰는 아이들을 보면 뒤틀려 있는 '어떤 것'에 대한 거부감이 행동으로 변화한 것이라 단명할 수 있다.

시한부를 살고 있는 아버지의 생일 파티에 가기 위해 아이들과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면 하나하나 섬세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부모이지만, 정작 정신은 엉뚱한 데가 있어 아들의 운동화 밴드조차 힘 조절을 못 해 아플 정도로 꽉 조여 버린다. 특히 이 장면은 무척 상징적이다. 아이를 위해 한다는 행동들이 아이의 숨을 막히게 하니까(막내딸 제스는 아예 이런 징조가 나타나면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아버린다).

'아이'와 '죽음'을 한 영화에 두 가지 테마로 엮어보면 일반적으로 죽음과 탄생, 또는 그 역순이 될 수 있겠지만, <해피 홀리데이>는 눈앞에서 맞이한 할아버지의 죽음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최고의 방법으로 장례식을 치러낸다.

즉, 죽음과 삶이 교차하며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인데, 그 대상이 성장판조차 열리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다. 어쩌면 관심 속에서 방치된 그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법을 터득하는 과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물론 제목처럼 해피하게 마무리되는 기분 좋은 영화이지만, 쉬지 않고 날리는 위트 속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 노력조차 하지 않던 어른들이 아이들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농담처럼 누구나 한 번씩 했던 '애들에게 배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데이빗 핀처 감독과 함께 <나를 찾아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로자먼드 파이크와 영국 드라마 <닥터 후>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데이빗 테넌트가 출연한(당연히 출연이다. 이 영화의 주연은 당연히 세 남매를 연기한 엘리자 존스, 바비 스몰드리지, 헤리엇 턴불이다) 영화 <해피 홀리데이>는 오는 14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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