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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다친 경험이 있는 알바노동자 50명의 사례를 분석해 봤습니다. 서빙, 화물, 배달 등 여러 직종에서 다양한 사고가 발생합니다. 특히 패스트푸드, 커피, 고깃집 등 요식업종에서 화상사고는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50건 중 산재신청을 해봤다는 것은 단 3건에 불과했습니다." -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

28일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아래 알바노조)는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자리에는 산재를 경험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직접 증언하는 시간도 있었다.

4월 28일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알바노조는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르바이트 노동자 4월 28일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알바노조는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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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동자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고들

알바노조는 지난 4월 16일부터 26일까지 10일 동안 산재경험이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50명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사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다양한 사업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당했다.

영화관에서 일하던 A씨는 230도에 가까운 철판에 수십 개씩 오징어를 굽다가 화상을 입었지만, 손님이 다 빠지거나 마감 때가 돼서야 화상 연고를 바를 수 있었다. 커피전문점에서 뜨거운 물을 자신의 발등에 쏟은 B씨는 손님이 계속 몰려들어 찬물로 응급조치할 시간을 놓쳤다. 그는 결국 제때 처지를 하지 못했고, 발등에 생긴 화상 물집이 터졌다. 그는 결국 퇴근길에 자신이 직접 습윤밴드를 사서 붙여야만 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한 C씨는 고기를 굽다가 뜨거운 기름이 손에 튀어서 자주 물집이 잡혔고, 밴드를 붙이는 등의 간단한 조치만을 취할 수 있었다. 관리자는 "괜찮냐"며 간단한 처방은 했는지 물어봤을 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다. C씨의 팔에는 여전히 그 상처들이 흉터로 남아 있다. D씨는 매장에서 튀김을 만들던 중 기름이 튀어 다쳤다. 그러나 관리자는 "아프냐"는 질문 대신 "오히려 너 때문에 감자를 낭비했다"며 월급도 안 주고 쫓아내 버렸다.

이렇게 음식을 조리하다가 생긴 사고 말고도, 다양한 현장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산재사고는 계속 된다.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나르던 E씨는 높은 곳에 있는 무거운 제품을 꺼내다가 몸이 휘청거려 허리가 꺾이고 어긋나는 사고를 당해다. 아파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도, 담당 관리자는 "집에 가서 알아서 치료하든가, 쉬는 시간에 약국에서 파스나 붙여라"라고 말할 뿐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50건 중 3건만이 산재신청을 했는데, 산재신청을 하지 않은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산재 처리가 가능한지 몰랐다', '사장과 의견충돌이 무섭거나 싫었다', '산재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

패스트푸드 업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

허영구 알바노조 지도위원은 "사회의 전 영역에서 알바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지만, 고용근로조건은 최하의 수준이며, 산재보험 무방비 상태다"라며 "특히 알바노동자들이 일하다 다쳤을 때 산재 신청이 가능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알바노동자들이 직접 근로봉지공단의 절차를 밟기도 힘들 뿐더러, 사용자가 인정해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재를 축소하는 것은 사용자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생산 현장 중심의 산업안전보건법도 알바노동자들을 위해서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삶 최승현 노무사는 "화상입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산재처리)절차를 도와줬는데, 우리나라의 알바노동자들은 산재보험에서 너무나 멀리 있다"며 "노동부가 알바노동자의 4대 보험 미가입에 대한 조사, 사업주의 알바노동자 산재 은폐에 대해 조사, 산재 신청에 대한 보복 조사를 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건강연대 회원인 김명희 예방의학과 전문의는 "노동자들은 실수를 하는 존재, 인간이므로 그것에 대비할 안전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며 "(알바노동자의) 실수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노동자 개인이 아닌 구조에 대해 조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일하는 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산재보험에 사각지대에 놓였있다.
▲ 패스트푸드업계에 대한 산업안전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는 알바노조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일하는 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산재보험에 사각지대에 놓였있다.
ⓒ 알바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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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알바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용노동부 서울고용노동청에 요식업의 하나인 패스트푸드업계에 대한 산업안전특별근로감독 요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5월 1일 노동절에는 '제 3회 알바데이'를 개최하고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알바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할 계획이다.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은?
1993년 4월 28일 '심슨 가족' 인형을 만들던 태국 케이더 장난감 회사 공장에서 화재로 18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공장 관리자는 노동자들이 장난감을 훔쳐갈까봐 밖에서 공장문을 잠그고 일을 시켰고, 탈출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전원 사망했다. 3년 뒤, 세계 70여개의 나라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밝힌' 행사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4월 28일은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로 지정이 되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 02-3144-0935
* 글쓴이는 알바노조 홍보팀장입니다.



태그:#알바노조, #아르바이트, #산재,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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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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