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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말, 한 대학에 나붙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이슈가 됐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글에는 당시 사회현상이 녹아 있었다. 그 후로부터 4개월이 흘러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녕하지 못하다. 지난 22일에야 바닷속에 잠겨 있는 세월호에 대한 인양 결정이 내려졌을 뿐, 가족들은 아직도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 상황을 세월호 유가족 법률 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여 지난 22일 그가 속한 법무법인 이공 서초동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주민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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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세월호 참사 1주기가 지났어요. 참사초기부터 유가족을 도왔기 때문에 1주기를 맞은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정신없이 보낸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많이 슬펐고, 화도 많이 났었고...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많이 답답했어요. 큰 도움이 못된 제 자신의 무기력함에 대해 한탄스럽기도 했고요."

- 22일 정부의 인양 발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당연한 결정인데 시기적으로 매우 늦었죠. 작년 11월에 수중수색을 멈춘 후에 속도를 내서 인양결정을 했었어야 했는데 무려 5개월 가까운 시간을 헛되게 보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 <뉴스타파> 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인양을 알아본 것이 지난해 5월이고 그때 안이 그대로 나욌어요. 11개월만에 인양을 결정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속내는 모르죠. 마음만 먹었으면 인양결정을 훨씬 빨리 했을 텐데 이렇게 늦게 결정한 이유, 그리고 왜 지금이라는 시기를 선택했는지 모르니까 답답해요. 아무래도 선거를 의식했을 것 같고, 특조위 시행령이 문제 되니까 물타기 의도도 있는 것 같지만... 모르죠."

-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논란인 시행령 문제는 유가족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가족들의 요구사항 중에는 인양도 있지만 특조위 시행령을 제대로 만들어달라는 것도 있어요. 거기에 대해 유 장관은 가족들의 의견을 전향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는 문구수정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유 장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죠."

- 만약 문구만 수정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시행령은 대통령이 결정하면 끝나는 문제예요. 한 번 결정되면 바꾸기 어려워요. 그래서 고민인 거죠. 예상 시나리오는 시행령을 인정하지 말자는 것과 이걸로라도 진상규명을 해보자는 게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지금은 최종적인 시행령이 안 나와서 그걸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세월호 문제,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 대책위 운영위장은 "시행령을 확정 안 하고 질질 끌 가능성도 있다"고 하던데...
"충분히 끌었어요. 더 끌면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지겠죠. 그래서 제 생각엔 4월 말에서 5월초에 밀어붙일 것 같아요."

- 1주기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았지만 가족들은 떠난 후였죠. 그리고 오후에 남미 순방을 떠났는데요. 박 대통령의 행보를 어떻게 보세요?
"해외순방을 포함한 외교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라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지났는데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과 참사의 피해자분들이 힘들어 하고 슬퍼하고 있어요. 이를 해결해 국민을 다시 통합하고,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국가적 책무인데,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 박 대통령이 1주기 당일에 팽목항으로 갔을 때, 유가족이 분향소를 폐쇄하고 안산으로 떠난 건 어떻게 보세요?
"정확히 말하자면, 15일 안산에서 팽목항으로 내려가신 분들은 당일(15일) 저녁에 올라오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올라오신 거예요. 원래 팽목항에 계셨던 분들이 있으신데, 그분들은 분향소를 폐쇄한 다음에 안산으로 올라오신 게 아니라 팽목항의 다른 곳에 가 계셨어요. 박 대통령을 피하신 거죠.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어요. 며칠 전에 가족 협의회 차원에서 청와대에 '우리가 하는 추모행사에 참석한다든지 16일 우리를 만나보려면 시행령에 대한 철회입장과 인양에 대한 확고한 결정을 들고 와야 진정하게 추모하는 거다'란 취지의 공문을 보냈어요. 대통령이 인양에 대한 답은 가져왔지만 시행령에 대한 답은 전혀 없었잖아요. 그래서 가족들은 공문대로 하신 거예요. 그리고 청와대도 가족들의 동선은 알았을 거예요."

-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퍼포먼스 하러 팽목항에 갔다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요?
"그런 성격이 있다는 걸 부정하긴 어려울 거예요. 안산으로 오면 가족들이 많으니까 부담스러웠겠죠. 많은 분들이 떠난 후 팽목에 가면 덜 부담스럽다고 생각해서 팽목을 선택했을 수도 있죠. 그러나 팽목에 계신 분들도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킨 거니까 전체 결정에 따라서 피하셨고... (청와대가) 원하던 모양새가 연출되지는 않았죠."

- 만약 팽목이 아닌 안산에 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당일 안산에 새누리당 지도부와 이완구 총리가 왔었어요. 양쪽에 시행령과 인양 두 가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어요. 안 된다기에 분향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했어요. 무조건 분향을 거부한 게 아닙니다."

- 17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전'에서 4160명이 촛불로 세월호를 형상화 했어요.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슬펐는데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기네스 도전에 대해 가족분들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셨어요. 그리고 '국민분들은 이렇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계신데 정부는 무관심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억지로 지우려 하는 것 같다'는 말씀도 많이 하셨습니다. "

"나라가 잘 못해서 항의 표시로 태극기 소각, 모독 목적 아냐"

박주민 변호사
 박주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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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국민대회가 있었는데, 참석자 한 분이 태극기를 불 태운 것에 대해 논란이 좀 있어요.
"그렇더군요. 이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이 분이 무슨 생각으로 (태극기를 소각) 하셨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회를 준비한 분들이나 세월호 참사 피해자분들과는 관련 없는 분이라는 점은 명확히 해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행동을 두고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국기를 이용한 표현행위, 특히 국기를 손상하면서 어떤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 무죄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심지어는 국기를 손상하면 처벌하는 법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국기가 상징하는 것은 그 나라가 추구하는 헌법가치인데 이 헌법가치 중 중요한 부분이 바로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뭔가 표현하기 위해 성조기를 태운 건데 성조기를 태웠다고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거잖아요. 그래서 성조기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해 봤을 때는 그런 행위조차도 보호해 줘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점들은 충분히 고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처벌을 주장하는 측은 국기 모독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던데요.
"형법에 그런 조항이 있어요. 근데 조항을 보면, 국기를 손상하면 바로 처벌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모독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해야 해요. 만약 이 사람이 나라를 사랑하지만 나라가 잘 못하고 있어서 항의의 표시로 태운 거라면 모독할 목적이 아닌 거죠."

- 18일 집회 현장은 어떤 분위기였나요?
"오후 1시 좀 넘어 가족분들 열분 정도가 연행되었어요. 차벽을 치는 것을 막다가 그렇게 되셨는데 그 소식이 서울 광장에서 집회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됐나 봐요. 이 소식에 집회에 참가하셨던 분들이 되게 화가 나셨던 것 같아요. 저라도 그랬을 거예요. 왜냐면 16일에 예정되어 있던 공식추모제가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취소되었잖아요. 가족분들은 16일 광화문 광장 임시 분향소에 꽃을 놓는 것 말고는 해 줄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근데 경찰은 그것조차 막았죠. 그러니 가족 일부가 화나서 경복궁 앞에 자리를 잡고 노숙하셨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화장실도 못 가게 해서 어머님들이 아들 또래 의경이 지켜보는데서 박스로 가리고 소변을 봐야했었어요. 16일부터의 얘기를 사람들이 알죠. 그 상태에서 고생하시던 가족들이 열분이나 연행된다니까 화가 나죠. 그 분들이 집회 중간에 오신 거예요."

- 그때 프락치가 있었던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가족분들 중에 그렇게 이야기하시는 분이 계세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인데 밧줄을 풀어서 가지고 와서 이걸 이용해서 경찰버스를 당겨야 한다고 선동했다고 해요. 좀 이상해서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잡았는데, 윗옷 사이로 경찰 복장이 보였다고요. 확인을 좀 더 해봐야 하는 사안인 것 같아요."

- 그날 경찰이 집회 현장 인근 교통 CCTV를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개인정보보호법위반입니다. 그렇게 쓸 수가 없어요. 정부가 작심하고 나서서 불법한 집회관리를 한 것이죠. 자기네는 불법하게 집회관리 하면서 참가자들만 엄단하겠다니까 굉장히 우습죠. 정부가 먼저 법을 지켜야죠. 답답해요."

- 유가족이 거리로 나온 건 정치권의 무능이 드러났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습니다. 참사의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달래지도 못하고 거리로 나왔다는 것은 정치권이 이분들의 아픔을 달래고, 이분들의 희망을 받아 안지 못해서 그렇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희생자 가족분들이 원하셨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왜 우리 가족이 죽어야 했는지 그 죽음의 이유를 알려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는 전혀 정치적 계산이 개입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유불리만을 따지면서 접근하였기에 결국 유가족분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이 장악한 특조위, 제기능 못 한다"

- 지난 1월 인터뷰에서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가 1월말쯤 출범할 것으로 전망하셨어요. 그러나 1주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출범하지 못 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특조위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옵니다. 왜 이렇게까지 특조위의 신속한 출범이나 원활한 활동을 막으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추고 싶은 뭔가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꼭 제대로 출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요."

- 너무 늦지 않나요? 지금 상황에서 출범한다고 해도 제대로 할지 의문인데.
"맞아요. 시행령이 제대로 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흐르면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기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근데 시행령 자체가 너무 엉망이라 이 시행령 가지고는 뭘 해보지도 못하기 때문에 확실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시행령에서 가장 문제는 뭐죠?
"특조위가 조사할 때 대상이 정부부처인데 정부부처에서 보내오는 공무원들이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고 기획하고 조정하는 요직을 차지하게 되요. 그렇게 되면 조사대상이 조사기구를 장악하게 되는 거라 조사를 할 수 없죠. 그리고 조사범위도 정부가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를 놓고 맞는지 틀리는지만 점검하라는 식이라서 실제로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시행령으로는 특조위가 할게 없다고 보는 거죠."

- 지난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가능성을 제기해 고발을 당했는데 이 문제는 결론이 났어요?
"아닙니다. 아직 제대로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건이 진행되면 도와드리겠다고 연락을 드렸었는데, 그 이후 특별한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 진행이 안되는 것 같아요."

- 이재명 시장의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이런 의혹이 있죠. 그리고 이 의혹에 대해 검찰은 나름대로 조사해서 밝혔다고 얘기하는데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주민,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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