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이틀 연속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힘겨운 목동 원정을 위닝시리즈로 만들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베어스는 지난 2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9회초에 터진 김현수의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7-5로 역전승을 거뒀다.

극적인 역전승의 주역은 단연 9회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으로부터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린 '타격 기계' 김현수였다. 하지만 김현수의 홈런도 선발로 등판해 7이닝을 버텨 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역투가 없었다면 빛나지 못했을 것이다.

실력과 인성 겸비한 두산 마운드의 보물

니퍼트는 두산팬 사이에서 통칭 '니느님(니퍼트+하느님)'으로 불린다. 물론 일개 외국인 선수에게 붙은 별명으로는 다소 과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니퍼트에 대한 두산팬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니퍼트가 '니느님'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뛰어난 실력이다. 2011년부터 한국에서 뛰기 시작한 니퍼트는 지난 4년 동안 52승을 올리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9월 1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KBO리그 통산 50번째 승리를 따냈는데, 니퍼트의 50승은 모두 두산 유니폼을 입고 올린 기록이다. 이는 전 두산 투수 맷 랜들의 49승을 뛰어 넘는 단일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신기록이었다.

니퍼트는 주로 선발 투수로 활약하지만, 포스트시즌 등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불펜 등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비록 불펜 등판 시 결과는 썩 좋지 않았지만, 팀을 위해 불펜 등판도 감수하는 니퍼트의 희생 정신은 단연 돋보인다.

니퍼트는 실력만큼 인성도 뛰어난 선수로 알려졌다. 니퍼트는 매년 스프링캠프 때마다 자비를 들여 선수단 전체에게 고기를 사는 이벤트를 벌이곤 한다. 경기 도중 동료들의 호수비가 나오면 이닝이 끝날 때 그 선수를 기다렸다가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선수단 사이에서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2013년부터는 소외 계층 어린이들을 야구장으로 초대해 자비로 야구 용품을 선물하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연봉을 받는 만큼 한국 어린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니퍼트의 넓은 마음 씀씀이는 타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

두산 역전승 이끈 '에이스' 니퍼트의 116구 역투

니퍼트는 올해도 두산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2011년부터 5년 연속 개막전 선발 등판이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골반 통증을 호소하면서 개막전 등판을 유네스키 마야에게 양보했다.

두산은 니퍼트가 없는 9경기 동안 5승 4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넘기고 있었다. 니퍼트는 지난 10일 LG트윈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신예 임지섭과 맞대결을 벌인 니퍼트는 4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 왔고, 두산은 2-5로 역전패를 당했다.

니퍼트의 두 번째 등판은 지난 17일 롯데자이언츠 전이었다. 두산은 1회부터 롯데 선발 손승준을 공략해 무려 7점을 선취했고, 니퍼트는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여유 있게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 니퍼트는 23일 넥센 전에서 시즌 3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경기 초반 투구 균형이 흔들리며 불안하게 출발한 니퍼트는 두산이 4-2로 앞선 5회말 투구에서 문우람에게 3타점짜리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며 역전을 허용했다. 5이닝 6피안타 4볼넷 5실점 5자책. 선발 투수로서 실패한 경기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이스' 니퍼트의 임무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5회까지 92개의 공을 던진 니퍼트는 6회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묵묵히 이닝을 소화했다. 니퍼트는 6회와 7회 6개의 아웃카운트 중 5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을 과시했다.

니퍼트가 7이닝을 버텨준 반면 넥센은 6회부터 필승조를 투입했고, 마무리 손승락이 8회에 조기 투입됐다. 결국 손승락은 9회 투구수가 많아지면서 급격히 구위가 무너졌고, 시즌 첫 블론세이브에 이어 시즌 첫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두산은 가뜩이나 불펜진이 불안한 데다 전날 이재우가 22개의 공을 던지며 지난 23일 경기 투입이 여의치 않았다. 만약 니퍼트가 5회까지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 왔다면 두산 불펜이 남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9회 역전의 가능성도 그만큼 떨어졌을 거란 뜻이다.

승리도 중요하고 평균 자책점도 중요하지만, 에이스라면 역시 오랜 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켜 주는 능력이 최우선이다. 비록 이날 승리는 김강률에게 돌아갔지만, 니퍼트는 투혼의 116구를 통해 왜 자신이 두산의 에이스로 불리는 지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두산이 니퍼트 합류 후 10경기에서 7승 3패로 선전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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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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