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감독'은 바로 윤성효 감독과 최용수 감독이다. 부산 동래중, 동래고, 연세대 동문이라는 독특한 관계인 두 감독이 라이벌이 된 이유는 주되게는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때문이었다. 두 감독은 평소 절친한 관계로 알려졌지만, 감독으로서는 치열한 라이벌로 맞부딪혔다.

라이벌 관계에서 먼저 웃은 건 윤성효 감독이었다. 수원의 지휘봉을 잡은 윤성효 감독은 8년 차 후배 최용수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6경기 5승 1무로 압도하며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이후 부산 아이파크로 자리를 옮긴 윤성효 감독은 부산과 서울의 2013 시즌 첫 맞대결에서 또 다시 1승을 추가하며 7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맞대결에서는 서울 최용수 감독이 우위를 점하긴 했지만, 아직 대중들은 윤성효 감독의 절대적인 우세로 추억하고 있다.

입담꾼으로 유명한 두 감독이기에 당시에는 인터뷰에서의 신경전도 볼 만했다. 한 번은 꼭 선배를 이겨보겠다는 최용수 감독의 공격과 후배에게는 지지 않는다는 윤성효 감독의 방어가 어우러지면서 리그의 스토리가 저절로 만들어졌다. 특히 말로는 설전을 치르면서도, 8년 선배 윤성효 감독의 한 마디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후배 최용수 감독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렇듯 오랜 시간 라이벌 관계를 이어온 두 감독이 최근에는 나란히 위기에 빠졌다. 세 시즌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윤성효 감독의 부산은 최근 5연패에 빠져 1승 1무 5패로 11위를 기록했다. 다섯 시즌째인 최용수 감독의 서울도 2승 1무 4패 9위라는 부진한 성적에 이어 지난 슈퍼매치에서 1대 5로 수원에 대패하면서 여론이 더 안 좋아졌다.

한때 수도권의 대표적인 두 구단을 이끌며 리그 최고의 라이벌 감독으로 군림하던 그들이 같은 시기에 함께 위기를 맞고 있으니 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올 시즌도 강등권... 부산 윤성효의 위기

지난 시즌 부산은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룹 B에 속한 건 아쉽지만, 승강 PO로 떨어지는 11위와는 7점 차를 기록했으니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산은 최종 성적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결과와는 관계없이 대부분 시간을 최하위권에서 밑돌았다. 후반기의 상승세가 없었더라면 자칫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본래 부산은 중위권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던 팀이었다. 얼마 전인 2013 시즌에는 그룹 A에 올라 최상위권 팀들과 겨루면서 리그 우승 경쟁 판도를 뒤바꾸기도 했다. 2005 시즌에는 전기 리그 1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비록 부산이 기업구단 중 씀씀이가 적은 편이라고 해도 스쿼드나 구단 내부 사정이 더욱 좋지 않은 시민 구단들과 강등 싸움을 벌였다는 사실에 부산 팬들은 못마땅해 했다. 팀이 장기적인 부진에 빠졌는데도 이 위기를 윤성효 감독이 이른 시간에 극복하지 못하면서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에 부산을 구해낸 백스리 전술이 올 시즌에는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윤 감독은 시즌 전까지만 해도 "작년보다 구성이 잘 됐다"며 팀의 상황에 대해 만족스럽다고 인터뷰했지만, 팀은 현재 5연패 상태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강등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2년 연속으로 팀 공격이 풀리지 않자 결국 부산 팬들의 인내심이 폭발했다. 올 시즌 부산은 리그 7경기에서 5골만을 기록하며 결정력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에 부산을 구해준 파그너와 임상협도 모두 떠났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기댈 부분도 없어졌다.

단조로운 공격 반복... '텐백축구' 오명 최용수

FC서울의 최용수 감독도 마찬가지다. 최용수 감독은 올 시즌도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3월에 열린 리그 3경기에서 3연패를 기록했고, 4월에는 2승 1무를 거두며 순항하는가 싶었으나 라이벌 수원을 만나 1대 5로 대패했다. 주요 선수들이 대거 떠났음에도 구단 사정이 좋지 않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최용수 감독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서울 팬들은 최용수 감독이 부임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들을 지금까지 반복해오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로테이션을 활용하지 못해 주전 선수들이 혹사 당해 기량 저하를 불러오고, 유망주들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신인 선수들의 맥이 끊겼다는 것이다. 본래 젊은 신인 선수들 위주의 팀을 구성해 활발하고 번뜩이는 팀 컬러를 자랑하던 FC서울의 이미지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공격 전술 부재로 단조로운 공격만을 반복해오고 있고, 수비 중심 축구가 아닌데도 공격이 풀리지 않아 '텐백 축구'라는 오명이 팀 컬러로 자리 잡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술의 뚜렷한 목표가 없다는 비판이 거셌고, 결국 감독 역량 부족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최용수 감독은 팬들에게 화끈한 공격 축구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세 골을 실점하면 다섯 골을 넣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축구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다. ACL 조별예선 4경기에서는 2득점에 그쳤고, 리그 7경기에서는 6골만을 기록했다. 이 중 리그에서의 승리로 이어진 골은 2골만이 전부였다. 현재 FC서울 구단 SNS에는 슈퍼매치 대패 이후 격앙된 팬들이 최용수 감독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게시했다. 프로 감독이 된 이후 최용수 감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리그를 대표하는 치열한 라이벌에 빛났던 동문 윤성효 감독과 최용수 감독이 힘든 2015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부산과 서울의 축구를 지켜봐 온 팬들의 비판은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과연 두 감독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두 감독의 2015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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