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새 예능 프로그램 <두근두근 인도>는 슈퍼주니어 규현, 샤이니 민호, 씨엔블루 종현, 인피니트 성규, 엑소 수호 등 남자 아이돌 가수들이 인도를 여행하며 취재를 한다는 콘셉트를 담고 있다. 10일 첫 방송에서는 인도로 간 이들이 '인도가 한류의 불모지인 까닭'에 대한 취재를 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10일 방영된 KBS <두근두근 인도>의 한 장면

10일 방영된 KBS <두근두근 인도>의 한 장면 ⓒ KBS


그러나 그들의 취재 과정은 사실상 허울일 뿐이었다. 그들은 인도의 곳곳을 여행하며 노래를 부르고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 이상의 그림을 뽑아내지 못했다. 별다른 맥락 없이 이들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는 임무를 받으면서 기사 작성 과정이 결국 이 예능 프로그램의 주요 포인트가 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뚜껑을 연 <두근두근 인도>는 tvN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여행지가 라오스에서 인도로 바뀌기는 했지만, 젊은이들이 낯설고 조금은 거친 환경을 여행하며 고생스럽지만 의미있는 여행기를 만들어 간다는 콘셉트가 <꽃청춘>과 상당히 유사하다.

아이돌이라는 조건으로 출연진을 한정하고 '취재'라는 양념을 뿌렸지만, 결국 익숙치 않은 해외에서의 여행기라는 본질을 그대로 가져다 쓴 <두근두근 인도>는 <꽃청춘>과 큰 차별화를 두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꽃청춘>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는 줄어들고, 별다른 캐릭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방송된 <두근두근 인도> 시청률은 고작 2.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였다.

KBS의 '예능 베끼기'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이 돌아왔다>) 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열풍과 무관하지 않았다. 또 MBC <나는 가수다>가 성공하자 가수들의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을 만들었고, tvN <꽃보다 할배>가 성공하자 '할머니들의 여행'이라는 <마마도>를 선보였다.

 KBS 2TV <두근두근 인도> 포스터

KBS 2TV <두근두근 인도> 포스터 ⓒ KBS


한 두 번도 아니고, 이 같이 콘셉트가 겹치는 프로그램을 재생산하는 것은 KBS 예능국 자체의 문제다.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의 독창적인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라도 간과하기엔 어렵다.

대부분은 오리지널을 뛰어넘지 못하고 끝나기는 하지만,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경우엔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그나마 추사랑, 삼둥이 등의 캐릭터 발견이 의외의 수확을 거둔 결과다. 이토록 '우연'에 기대 마구잡이식으로 타 방송사와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을 쏟아내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아무리 훌륭한 방송인을 쓰더라도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적절치 못하면 그 예능 프로그램은 성공하지 못한다. 그만큼 PD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KBS 예능 프로그램은 <해피선데이-1박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몇몇 프로그램들을 제외하곤 '전멸'에 가까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눈을 돌리거나 '우연'에 기대는 일 없이, KBS 예능국의 힘을 보여줄 프로그램을 만들 때다. '베끼기 예능'은 KBS 예능국에 먹칠을 하는 일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인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꽃보다 청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