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는 나영석 PD의 기지가 돋보인 프로그램이다. 그 어느 누가 70대 노인들의 여행기에 이토록 많은 관심이 쏟아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을까.

<꽃할배>가 전해주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진솔한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주목한 것은 예상밖의 일이었다. 여기에는 나영석 PD의 캐릭터 구성능력이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그들의 일상을 조금은 특별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구야형, 섭섭이, 직진순재, 낭만근형등의 캐릭터를 만들고, 쏟아내는 인생 이야기에 한줌의 감동이 있도록 편집한 것이다. 출연진들은 <꽃할배> 이후 모두 주가가 상승했다. 그리고 이는 <꽃할배>를 넘어 <꽃보다 누나><꽃보다 청춘>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를 가능케 했으며 <삼시세끼>의 실험적인 형식을 과감히 시도할 수 있는 명분이 되어주었다.

'호감형' 최지우 매력 있지만...본질은 흐려져

 최지우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뀐 <꽃할배>

최지우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뀐 <꽃할배> ⓒ cj e&m


그리고 시즌3 그리스 편으로 다시 시작한 <꽃할배>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사실 시즌이 반복되어 오면서 <꽃할배>의 이야깃거리는 고갈되었다. 할배들의 캐릭터도 익숙해졌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여정을 더욱 고생스럽고 힘들게 만들 수 없는 딜레마도 있었다.

결국 <꽃할배>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최지우의 영입이었다. 최지우는 등장부터 이서진과의 미묘한 기류를 형성하면서 호평을 얻었다. 최지우 한 사람이 합류함으로써 <꽃할배>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욱 생동감있게 변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었다. 그들의 '썸' 관계 역시 주요 관전 포인트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삼시세끼>의 후광과 최지우의 등장으로 시청률은 10%대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2회째 접어들어 시청률은 8%대로 하락했다. 물론 케이블채널에서는 엄청난 수치지만 초반의 여세를 몰아가지 못했단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애초에 <꽃할배>의 인기가 차승원이 출연한 <삼시세끼>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해 보면 시청률에는 만족할 만한 수준임에는 틀림없지만, 문제는 초반 화제를 만들었던 '최지우'였다.

나 PD는 이서진과 최지우의 러브라인에 대해 "일종의 서비스"라며 "어디까지나 할배들의 여행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2회에도 여전히 최지우는 메인을 장식했다. 이서진과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는 모습과 큰 가방에 할배들을 위해 준비한 각종 물건들이 가득한 것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최지우의 매력을 한껏 돋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톱스타라는 오만함이나 가식없이 친근하고 소탈하게 다가가는 최지우는 분명 호감형 캐릭터였다. 그러나 문제는 <꽃할배>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난 그림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는 점이다. 최지우의 매력을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탓에 할배들의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다. 최지우가 일명 '케미'를 형성한 대상도 할배들이 아니라 짐꾼이 이서진이었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둘의 관계를 부추기는 할배들의 모습을 내보내거나 '부부싸움'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둘의 관계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러나 본질적인 '할배'들의 여행은 이 과정에서 많이 생략될 수밖에 없었다.

 이서진과 최지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편집된 <꽃할배>

이서진과 최지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편집된 <꽃할배> ⓒ cj e&m


러브라인에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응원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지만, 사실상 <꽃할배>는 러브라인이 주가되면 안되는 프로그램이다. 둘의 조화가 자연스러울수록 <꽃할배>에 득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 조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아무리 이서진-최지우 커플의 그림이 훌륭하다 해도 둘의 관계는 실제가 아닌, 단순히 단발성 여행으로 만들어진 동맹관계에 가깝다. 가상의 관계에 대한 환상을 주입하여, 실질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의 관계는 양념과 소스로 등장해야 옳다.

<꽃할배> 속 최지우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 매력이 할배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러브라인은 제거되어야 할 그림이다. 2회까지는 최지우의 매력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은 없었지만 앞으로 남은 방송 기간 동안 '최지우 활용법'에 대한 전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이 현명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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