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와 '풍자'는 코미디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두 기법 모두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만큼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크고, 대중(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줌으로써 속 시원한 웃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러디와 풍자도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된다. 웃음보다 메시지에 집중하면 자칫 다큐가 되기 십상이고, 또 부조리한 사회 현상이나 인간의 모순을 비웃는 게 아닌 특정 대상을 깎아 내리는 것에 그칠 우려도 있다. 이럴 경우 십중팔구 속 시원한 웃음보다는 쓴웃음이 먼저 새어 나온다.

 안영미와 나르샤의 대화를 통해 이태임과 예원의 욕설 논란을 패러디한 tvN < SNL 코리아 >

안영미와 나르샤의 대화를 통해 이태임과 예원의 욕설 논란을 패러디한 tvN < SNL 코리아 > ⓒ CJ E&M


가령, 지난 28일 방영된 tvN < SNL 코리아 >의 이태임-예원 동영상 패러디는 문제 의식 없는 풍자와 패러디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만하다.

이날 방송에서 나르샤와 안영미는 각각 예원과 이태임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맡아 "아니, 아니. 못생겼잖아.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야, 너 왜 눈을 그렇게 떠. 나보다도 어린 X이"라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누가 보더라도 지난 27일 유출된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촬영 동영상을 빗댄 상황을 가지고 만든 콩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 상황을 가지고 와서 < SNL 코리아 >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 방송 직후 프로그램 관계자는 "< SNL 코리아 >는 그간 정치, 사회, 연예 등 화제가 된 일을 패러디 했다. 성역 없는 패러디는 그간 < SNL 코리아 >가 해 왔던 일"이라고 밝혔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두 여자 연예인을 패러디한 것이 '성역 없는 패러디'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 SNL 코리아 > 측은 "이태임, 예원 동영상을 패러디 한 것은 최근 화제가 됐기 때문에 패러디를 하게 됐다"라며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방송 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 일과 관련해 의미를 부여하거나 목적이 있어서 패러디 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결국 이번 패러디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때문에 해당 콩트는 단순한 화제성에 기대 주목받기 위한 것일 뿐이고, 패러디라기보다는 조롱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들의 열애설로 정치뉴스가 소외받는 현실을 풍자한 SBS <웃찾사>

스타들의 열애설로 정치뉴스가 소외받는 현실을 풍자한 SBS <웃찾사> ⓒ SBS


반면 지난 29일 방영된 SBS <웃찾사>의 풍자는 < SNL 코리아 >와 달랐다. <웃찾사> 풍자는 그 비판의 대상이 권력자, 그리고 인간의 모순이라는 점에서 < SNL 코리아 >의 패러디와는 궤를 달리했다.

이날 방영된 <웃찾사> '뿌리 없는 나무' 코너에서 남호연은 해외에서 값비싼 무기를 사들인 장다운을 나무라며 "세금은 백성의 피와 땀으로 낸 돈"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으며, 'LTE 뉴스' 속 강성범은 최근 보도된 유명 연예인들의 교제설을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소외된 정치 뉴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물론 코미디의 기본은 웃음이다. 아무리 뼈있는 메시지를 던져도, 또 센스있는 패러디와 풍자를 앞세워도 웃기지 않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패러디와 풍자를 통한 코미디조차 대중의 속마음을 대변해주지 못한다면, 대체 우리는 어디서 이 답답한 마음을 풀어야 한단 말인가. 코미디 프로그램 속 패러디와 풍자가 단순한 조롱과 돌팔매질에 그치지 말고, 보다 더 강력하고 묵직한 '펀치'가 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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