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서비스에 남다른 철학을 보이고 있는 그들은 시축부터 달랐다. 중앙원에 여러 명이 몰려들어 공을 차는 모양은 기존의 시축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 방향이 골문을 향한 것이 아니라 가변식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팬들을 향했다는 것이다.

마틴 레니(스코틀랜드)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서울 이랜드 FC가 29일 낮 12시 레울 파크(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챌린지(2부리그) 2라운드 FC 안양과의 홈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인상적인 공식 창단 경기를 마쳤다.

포항 출신 김재성, 기념비적인 창단 첫골 성공

전반전 중반부터 레울 파크가 더욱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27분에 벼락같은 왼발 발리슛이 FC 안양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보비라는 애칭을 유니폼에 새기고 나온 일본 U-20 대표 출신의 공격수 카렌 로버트였다.

카렌 로버트는 35분에도 자메이카 국가대표 출신의 동료 골잡이 라이언 존슨이 떨어뜨린 공을 받아 위협적인 왼발슛을 시도했다. 그리고 곧바로 창단 후 첫 공식 경기의 기념비적인 첫골이 터졌다.

36분, 홈팀 서울 이랜드의 오른쪽 측면 공격이 빛났고 여기서 나온 공을 잡은 미드필더 조원희가 넘어졌다. FC 안양 미드필더 박승렬의 밀기 반칙 때문이었다. 매호영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김재성이 11미터 킥을 오른발로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웬만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팀들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서울 이랜드 FC의 공식 경기 첫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FC 안양이 이대로 물러설 리 없었다. 그들은 지난 21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FC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3-1로 완승을 거두며 1만147명이라는 구단 역사상 최다 홈 관중 신기록을 자축한 바 있다.

FC 안양은 실점 후 4분 만에 짜릿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페널티킥을 내준 미드필더 박승렬이 재치있는 로빙슛으로 동점골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던 김영광의 순발력은 이 공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후반전, 김선민의 아름다운 동점골

후반전 시작 후 5분 만에 아름다운 동점골이 터졌다. FC 안양 미드필더 김선민이 중앙에서 왼쪽으로 공을 몰고들어가다가 기습적인 왼발 슛을 날렸고, 이 공은 홈팀 골키퍼 김영광의 키를 넘어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다시 균형을 이룬 양 팀의 양보 없는 중원 싸움은 후반전 중반을 지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전반전만큼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지 못한 서울 이랜드에 비해 안양은 짧고 빠른 연결을 통해 홈팀을 괴롭혔다.

후반전 교체 선수 조성준과 2대 1 패스를 주고받으며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안양의 풀백 김태봉이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각도를 잘 줄이며 달려나온 김영광의 선방에 막혔다. 역시 경험이 많은 베테랑 골키퍼의 수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반면에 브라질에서 데려온 공격수 타라바이를 후반전 중반에 들여보낸 서울 이랜드는 김재성과 김영근의 발끝에서부터 뻗어나오는 전진 패스가 마음처럼 안양의 수비 라인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K리그에서 보기 드문 미국 출신 수비수 베리가 이끌고 있는 FC 안양의 수비 조직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증거였다. 미국 MLS(메이저 리그 사커)에서 실력을 겨룬 바 있는 오스틴 베리(미국)와 라이언 존슨(자메이카)의 맞대결이 그래서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추가 시간 3분이 지나도록 끝내 추가골이 터지지 않아 1-1로 끝나고 말았지만 K리그 클래식 구단들의 웬만한 더비 매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팬들을 위하는 구단 운영 정책부터 경기력에 이르기까지 새내기 팀 서울 이랜드 FC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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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K리그 챌린지 2라운드 결과(29일 낮 12시, 레울 파크)

★ 서울 이랜드 FC 1-1 FC 안양 [득점 : 김재성(38분,PK) / 김선민(50분)]

◎ 서울 이랜드 FC 선수들
FW : 카렌 로버트(68분↔타라바이), 라이언 존슨(82분↔주민규)
MF : 김재성, 김영근, 조원희, 윤성열
DF : 김민제, 칼라일 미첼, 황도연, 신일수
GK : 김영광

◎ FC 안양 선수들
FW : 이효균, 안성빈
MF : 주현재(78분↔정재용), 김선민, 최진수, 박승렬(61분↔조성준)
DF : 안동혁, 백동규, 베리, 김태봉
GK : 김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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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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